▲ 출처:현대자동차

지난 7월 11일 현대자동차는 소형SUV 코나의 시승회를 개최했다. 이날 기자는 코나 시승회를 참가하는 데 앞서 마음이 무거웠다. 주지하다시피 현대차그룹의 해외 판매 실적은 쇼크에 가까운 것으로 발표됐기 때문이다. 그만큼 코나는 그 임무도 막중하지만 자칫 기자의 잘못된 판단이 현대차의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코나의 외관은 아이언맨을 닮았다. 현대차가 이를 의도했는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현대차와 마블의 제휴를 통해 코나 아이언맨 스페셜 에디션이 선을 보인 것은 코나가 아이언맨을 닮았다는 것을 온전히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코나의 외관을 빤히 쳐다보면서 코나가 수소차였다면 아이언맨에 더 근접하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기자가 시승을 한 코나는 1.6리터 가솔린 터보 GDi 엔진의 최상위 트림인 프리미엄 모델이다.

이날 주행을 시작한 오후 12시 30분. 하늘은 야속하게도 너무 맑았다. 혹시나 주행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핑계거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코나도 긴장했겠지만 기자도 긴장감을 유지한 채 달리기 시작했다.

개인적 취향이지만 기자는 자동차의 정숙성과 승차감을 중요시 한다. 그렇기 때문에 코나에 대해 많은 기대감을 갖지 않았다. 그렇다면 뭔가 다른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마감에 신경 많이 썼네요”

이날 주행은 여의도에서 출발 강변북로를 지나 자유로에 이어 파주에 위치한 카페소솜을 돌아오는 108㎞ 코스를 누볐다. 강변북로에서는 다소 차들이 많아 성능을 시험하기 어려웠다.

▲ 출처:현대자동차

기자는 안면이 있는 동승자와 함께 “날씨 좋네요”, “구면이네요”라며 다소 식상한 멘트로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갔다. 그러면서도 자동차의 정숙성과 승차감을 중요시 하는 탓에 온몸의 감각세포를 동원해 느끼기 시작했다.

코나가 유럽을 겨냥한 탓일까. 서스펜션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노면 마찰음이 들려왔지만 정숙성을 중시하는 기자가 크게 불쾌할 정도는 아니었다. 닫힌 창으로 들리는 바람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기자는 동승자에게 “예상했던 것보다는 정숙한데요?”라면 말을 걸었다. 이에 돌아오는 대답은 “마감에 신경 많이 썼네요”라며 “내구성이 평균적으로 3년만 버틴다면 경쟁차들이 코나 이기기 힘들겠어요”라고 말했다.

기자는 소형SUV에 대한 많은 경험이 없다. 따라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은 준중형 세단뿐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정숙했다는 점이다. 기자가 정숙성 측면에서 노면 마찰음보다 더 중시하는 것이 창을 닫고 달리는 상태에서 들리는 바람소리다. 주행 시 바람소리가 많이 들리면 차 안에서의 안정감을 느끼기 어려운 개인적 취향 때문이다.

미니 컨트리맨과 아이언맨

강변북로에서 자유로로 진입하기 전 차량이 별로 없던 관계로 컴포트 모드의 주행 성능을 테스트했다. 컴포트 모드에서는 엑셀레이터를 조금 깊게 밟아줘야 했다. 이 부분에서 다소 아쉬운 감은 있었다. 엔진과 차제 무게 등의 밸런스 부분에서 소형SUV나 준중형 세단은 최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탄력이 붙자 거침없이 내달리기 시작했다. 가속도 측면에서는 가히 동급 최강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100㎞를 넘어가는 상황에서도 정숙성은 유지됐다. 이때, 갑자기 BMW의 미니시리즈 중 하나인 ‘미니 컨트리맨’이 생각났다. 같은 소형SUV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코나 서스펜션의 단단함 정도가 그런 느낌을 받게 했다.

서스펜션이 단단할 경우 승차감은 떨어지지만 차체 흔들림이나 코너 주행 시 안정적으로 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직선 도로에서 핸들을 좌우로 흔들어봤다. 역시나 서스펜션이 단단함이 차체를 든든히 잡아줬다.

코너링을 테스트하기 위해 곡선도로에서 엑셀레이터를 밟아 약 120㎞를 유지했다. 이 역시 쏠림 현상 없이 부드럽게 통과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등 주행의 안정감은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어느새 자유로에 진입했다. 이때부터 스포츠 모드 주행을 했어야 하지만 기자는 동승자와 또 다시 수다를 떨고 있었고 반환점인 카페소솜을 7㎞ 정도 앞두고 뒤늦게 발동시켰다.

“아이언맨 맞네.” 기자도 모르게 뱉은 말이다.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자 엔진음이 과격해졌다. 과거 벨로스터 스포츠모드를 경험한 적이 있는데 벨로스터의 경우 힘은 달라졌으나 엔진의 굉음은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코나는 전면에서 들려오는 우렁찬 엔진소리를 통해 “이게 내 본모습이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엑셀레이터를 컴포트 모드 수준으로 밟자 몸이 뒤로 쏠리기 시작했다. 순간 계기판은 160㎞를 가리키고 있었고 엔진음이 노면 마찰음을 덮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정숙성을 해칠 정도로 엔진음이 커진다는 뜻이 아니다. 엔진음, 노면 마찰음, 바람소리가 하나의 소리로 들리기 시작하면서 운전에 더욱 집중하게 했다. 그 힘찬 가속력은 코나에게서 아이언맨의 향기를 충분히 느끼게 해줬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사진: 이성규 기자

‘주인공은 늦게 나타난다’는 말이 있듯이 코나는 분명 소형SUV 시장의 ‘주인공’이었다. 현대자동차가 뒤늦게 소형SUV 시장에 뛰어든 만큼 코나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사실이 와 닿는 순간이었다.

시승을 마친 이날 몇몇 기자들과 담소를 나누는 과정에서 쌍용차의 ‘티볼리’가 화두에 올랐다. 티볼리는 쌍용차를 어둠 속에서 건진 효자며 분명 훌륭한 차다. 그에 걸맞게 지금까지 국내 소형SUV 시장의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코나는 그런 티볼리의 명성을 뛰어 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티볼리가 쌍용차에 효자 노릇을 한 것처럼 현재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에 코나가 효자 노릇을 할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두 ‘효자’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진심을 담아 말하고 싶다. “기대한다 코나, 고생 많았다 티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