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는 금융사를 위한 혁신이 아니다. 또 기술이 금융을 지배하는 형태도 아니다. 핀테크는 소비자를 위한 혁신이며 금융의 본질적 측면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많은 금융소비자는 금융사들에 대한 신뢰에 의존해 금융상품에 가입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고객들에게 이익이 됐는지 의문이다. 그만큼 금융사들의 고객에 대한 이해도는 부족했다. 하지만 핀테크는 금융 소비자들을 이해하고 섬세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핀테크의 갈 길은 멀지만 이미 포문을 열었다. 이제는 ‘나를 알아주는 핀테크’를 선택하는 일만 남았다.

국내 유일의 핀테크 전문 데이터베이스(DB) 서비스 기업 핀테크로드는 지난 1월 13일 ‘핀테크로드 2016 Overview & 2017 Predication’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핀테크 산업의 작년 한해 핀테크 10대 핫이슈와 올해 핀테크 업계의 주목해야 할 5가지 관전 포인트를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핀테크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특화’만으로 업계에 큰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소비자들은 이러한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고 어떤 분야에서 어떤 핀테크의 서비스를 받아야 할지에 중점을 둬야 한다.

 

결제송금·대출, 이종산업 간 합종연횡… 핀테크의 신호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핀테크 스타업 투자액 규모가 대폭 상승한 점이다. 2016년 한 해 동안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약 159% 증가한 약 1000억원 규모(미공개 제외)로 이에 속하는 핀테크 스타트업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결제송금, 265억원), 밸런스히어로(‘8퍼센트’-결제송금, 130억원), 8퍼센트(‘8퍼센트’-대출, 90억원), 어니스트펀드(‘어니스트펀드’-대출, 60억원), 렌딧(‘렌딧’-58억5000만원) 등이다.

한편, 글로벌 시장으로 시야를 넓혀 보면 지난해 글로벌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는 전년 대비 약 46% 늘어난 216억7000만달러(약 26조2748억원) 규모이며 Ant Financial, Lufax, JD Finance 등 중국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가 두드러졌다.

국내외 모두 결제송금과 대출 부문 핀테크 스타업에 대한 투자가 두각을 나타냈다. 결제송금과 대출은 핀테크의 초기 발전 단계에 부각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이미 핀테크는 그 발걸음을 내딛었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결제송금 부문에 있어서는 이종산업 간 합종연횡이 심화됐다. 대표적으로 삼성페이, PAYCO 등 오프라인 모바일결제서비스와 금융사 간 ATM 제휴로 편의성이 극대화됐다.

또 네이버페이와 세븐일레븐은 잔돈 제휴로 잔돈을 포인트화하면서 ‘동전 없는 사회’에 기여했다. 동전 단위로 잔돈을 보관하는 것이 아닌 사이버 머니로 전환해 네이버 온라인쇼핑몰, 웹툰, 뮤직, 예약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한다.

아울러 애플, 페이스북 등은 P2P 결제서비스와 IT플랫폼 간 제휴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애플은 시리(Siri)를 이용해 음성 송금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응대에 페이스북의 메신저 봇을 활용하는 기업들이 부각됐다.

대출의 경우 순수 신용 P2P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부동산 담보 P2P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국내에서는 테라펀딩, 8퍼센트, 빌리 등이 두각을 나타내는 한편, 글로벌 측면에서는 순수 신용기반 P2P 혹은 마켓플레이스 대출 서비스의 실적 저하 이슈가 발생하면서 사업자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특히 렌딩 클럽(Lending Club)은 실적 저하와 함께 ‘부정대출’ 스캔들로 레노드 라플랜치 렌딩 클럽 창업자가 사임하기도 했다.

 

투자 방식의 변화와 새로운 투자

지난해에는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증권사 크라우드펀딩 제도 시행 및 플랫폼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미국은 소액 증권형 크라우드펀딩법 시행과 세계 최대 보상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인디고고(Indiegogo)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서비스가 시행됐다. 이와 함께 크라우드큐브, 시더스 등 영국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성장세가 지속되고 일부 크라우드펀딩 업체는 피인수되는 등 엑시트(Exit) 케이스도 발생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주도 블록체인 컨소시엄 구성 및 블록체인 기반 솔루션 출시도 봇물을 이뤘다. 작년 11월 말을 기점으로 은행권 컨소시엄 및 금융투자업권 컨소시엄이 발족됐으며 코인플러그, 코인원 등 비트코인 스타트업 주도 블록체인 기반 다양한 솔루션도 출시됐다.

또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국가별 블록체인 활용과 표준 확립을 위한 컨소시엄 구축 러시가 이어진 가운데 특히 일본 BCCC(Blockchain Collaborative Consortium)의 경우 초기 34개 회원사로 시작해 지난해 12월 말에는 회원사 규모가 100개로 확대됐다.

자산관리의 경우 국내에서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태동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및 테스트베드 출시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인프라가 본격 구축된 가운데 쿼터백, 파운트, 디셈버앤컴퍼니, 두물머리 등 관련 핀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어 코스콤은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출시로 로보어드바이저 자문 및 일임서비스의 신뢰성과 안정성 점검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자산관리 부문에 있어서 해외 핀테크 기업들은 자산배분에 머무르지 않고 절세, 생애설계 등 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로보어드바이저 양대 스타트업인 Wealthfront와 Betterment는 서비스 가치제안 강화 경쟁이 지속됐으며 글로벌 은행들은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와의 제휴 혹은 심지어 독자 방식으로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분위기가 더욱 고조됐다.

 

보험산업, 정보비대칭 해결

기존 보험가입과 관리 프로세스상 정보 비대칭성 문제를 완화하는 보험 핀테크 스타트업의 출현도 눈에 띈다. 맞춤형 보험 추천 서비스 ‘마이리얼플랜’은 설립 2년 6개월 만에 회원 6만여명을 확보해 지난해 8월 12억원 투자유치에 성공했다. 또 통합보험관리 앱 서비스를 제공하는 ‘레드벨벳벤처스’도 지난 6월 12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슈어테크(Insurance+Tech) 스타트업에 투자 러시가 이어졌다. 주택 임차인과 임대인 간 P2P 재산보험 가입 플랫폼인 레모네이드가 작년 9월 정식 출시됐으며 60개 이상의 인슈어테크 스타트업이 투자유치에 성공(14억7000만달러 이상)하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보험의 경우는 핀테크가 반드시 필요한 분야로 꼽힌다. 보험상품의 경우 가장 복잡한 금융상품 중 하나로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 중 하나이며, 일반적으로 장기가입을 유도하기 때문에 한번 가입을 잘못하면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핀테크는 작년 한 해 동안 국내외 인터넷은행의 부상, 금융 전용 메신저 서비스 출시 및 챗봇의 현장 적용 노력이 지속됐다. 또 주목할 부분은 중국 간편 결제 서비스의 한국 시장 진입과 중국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혁신기업의 상위권에 올랐다는 것이다.

이처럼 핀테크 산업은 금융업계를 정신없이 몰아치고 있다. 과거 금융사들이 일방적으로 제공했던 공급자 주도 중심에서 금융소비자의 선택에 따른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하는 상황과 맞물린 결과다. 이 시장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들에게는 이익이다. 이제는 느긋하게 자신에게 맞는 어떤 핀테크 서비스를 선택할 것인지 기다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