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3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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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고 슬림한 박스 둘이 서있다. 카시오란 글자가 눈에 들어온다. ‘시계일까?’ 다가가서 말을 걸자 꿈틀거리더니 뚜껑이 열렸다. 정체는 매사에 계산적인 물건이었다.

플레이G – 카시오여서 시계인 줄 알았네요.

S100 – 안녕하세요. 한국에선 카시오 시계만 유명한가요? 사실 카시오는 전자 계산기 명가예요. 50년 넘게 계산기를 만들어왔죠. 세계 최초 메모리 전자계산기도 카시오가 개발했습니다. 저와, 옆에 있는 S200엔 카시오 기술력이 몽땅 담겨 있죠.

플레이G – 오, 일반 계산기가 아니에요?

S200 – 우린 스페셜 에디션이에요. 장인정신이 담긴 명품 계산기랄까. 일본에서 직접 생산해 품질을 끌어올렸습니다. 우린 전 세계 카시오 공장의 컨트롤 센터인 ‘야마카타 카시오’에서 태어났어요. 거기서 숙련 기술자들이 엄격한 품질 검사에, 수작업으로 우릴 생산했죠.

플레이G – 자태가 예사롭진 않네요.

S100 – 그럼요. 견고한 알루미늄 케이스를 다이아몬드 커팅 가공해 디테일이 살아있어요. S200을 보세요. 알루미늄 케이스와 골드 컬러 조합이 누구든 혹하게 만들죠.

S200 – 과찬이십니다. S100님 모던 블랙 컬러가 개인적으로는 더 마음에 듭니다. 우아하면서도 고급스러워요. 질감도 살아있고.

플레이G – 둘이 짰죠? 그럼 겉모습이 명품이란 거예요?

S100 – 아닙니다. 직접 사용해보면 더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일단 일반 계산기와는 누르는 느낌부터 다릅니다. V자형 기어 연결 구조로 자판 높이를 낮췄어요. 자판이 기울어지지 않고 균일하게 눌려요. 터치감이 뛰어나죠.

S200 – 바쁠 때는 계산기를 격하게 두드리잖아요? 우리 바닥엔 실리콘 패드가 붙어있습니다. 미끄럼 방지 역할을 하죠. 덕분에 격하게 사용해도 바닥에 딱 달라붙어서 안정적입니다.

플레이G – 격하게 사용하다보면 버튼에 인쇄된 글자가 닳아버리던데.

S100 – 우린 달라요. 일반 계산기는 자판 위에 글자를 인쇄하는 방식입니다. 저와 S200 자판은 2컬러 몰드 플라스틱 형태로 제작됐습니다. 몇 년을 써도 글자가 닳지 않아 오래오래 새 물건 느낌을 줍니다. 명품은 오래 사용할 수 있다고들 하잖아요.

플레이G – 왠지 숫자가 나오는 화면도 달라보이네요.

S200 – 잔상 없이 깨끗하죠? 카시오는 가독성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업계 최초로 양면 비반사 코팅 처리를 하고, FSTN 액정을 사용했어요. 활자가 깨끗하게 잘 보이는 이유죠.

플레이G – 수학은 잘해요?

S100 – 계산기의 기본 덕목이죠. 명품 되겠다고 본질을 놓친 건 아니에요. 일반적인 계산은 물론 세금, 환율, 상수, 이익마진률 같은 것도 쉽게 계산해냅니다.

S200 – 편의기능도 지원해요. ‘00’ 자판을 넣어 큰 숫자를 빨리 계산할 때 유용하죠. 3키 롤오버 기능도 넣었어요. 자판을 빠르게 눌러도 입력이 누락되지 않고 기억해서 반영해줘요. 오래 사용 안 하면 자동으로 전원이 꺼지고요.

플레이G – 매력 있긴 해요. 그런데 누가 요즘 계산기를 선뜻 살까요? 컴퓨터나 휴대폰으로 계산기 다 되잖아요.

S100 – 아니에요. 요즘에도 우릴 찾는 분들 많습니다. 공대생이라든지 업무에 필요한 분들이 주로 찾아요. 우린 고가 스페셜 에디션이니까 좀 다르긴 하겠죠. 특별한 날 소중한 사람한테 주는 선물로 어때요?

S200 – 승진 선물로 제격입니다. 스승이나 선배에게 전하는 품격 있는 선물! 패키지부터 선물 느낌 물씬 나지 않나요? 개인적으론 엄격한 비즈니스맨 책상에 머물고 싶네요.

플레이G – 고가라고요? 얼마인데요?

S100 – 저는 34만9000원이고요, S200은 39만9000원이에요.

플레이G – 스페셜 에디션다운 가격이네요. 그렇다면 아×존에서 직구해야 하나요?

S200 – 그럴 필요 없어요. 행남통상이 우릴 포함한 카시오 계산기를 한국에 공급하고 있으니. 행남통상은 카시오 본사와 국내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회사죠. 행남통상을 통해 교환, 환불, 수리, 품질보증 등 토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증기간도 길어요. 무려 5년! 빨리 엄격한 비즈니스맨의 책상으로 절 인도해주세요.

#POINT 기자의 책상으로 두 계산기를 데려왔다. 과연 ‘Made in Japan’이다. 만듦새가 빈틈이 없다. 카시오 디자인 DNA는 유지하면서도 스페셜 에디션답게 품격을 더한 모습이다. 실제로 사용하기엔 왠지 아깝다. 패키지 뚜껑만 열어 작품처럼 벽에 걸어놓고 싶을 지경이다. 선물용으로는 물론 수집욕을 채워줄 물건으로도 딱이다. 회사 직속 선배가 승진할 때 선물로 주면 괜찮을 듯하다. 주머니 사정만 허락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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