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바람직한 증세는 거위의 털을 뽑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에서 설화(舌禍)를 불러일으킨 말이었지만, 프랑스 루이 14세 때의 재상 쟝 바티스트 콜베르는 칭송을 받았다. 가장 소리 나지 않게 하면서 털을 많이 뽑게 하는 방법이 좋은 세정이라는 뜻이다.

우리 관료는 사람을 거위에 비유한 것이 설화의 화근이었지만, 콜베르가 말하고자 했던 요지는 ‘털을 많이 뽑게 하는 방법’에 숨겨져 있다. 조세정책에서 중요한 원칙인 ‘공정과세’다.

콜베르는 당시 인두세를 면제받는 귀족들의 특권 축소를 위해 귀족 제도마저 손댔다. 당시 세정 적폐였던 세금 미납자에 대한 재산몰수, 가축이나 이부자리 압류, 징세관 투옥 등을 폐지해 ‘적은 부담으로 많이 내도록 하는’ 원칙을 세웠다.

새 정부 들어 다시 세제개혁이 논의되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일자리 창출과 소득재분배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 토론회도 열렸다. 이날 참석해 토론을 벌인 전문가들은 ‘증세’라는 전제에 동의하고 자리를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토론회 내내, 필자의 관심은 하나에 모였다. ‘무엇을 위한 증세인가’하는 것이다. 세금은 국민의 재산권 일부다. 국가공동체를 위해 그 재산 일부를 국가에 내놓는 것이다. 증세는 더 내놓게 하자는 것이다.

논의 내용은 대체로 이런 것들이다. 첫째, 경유세, 주세 등을 죄악세로 거두는 증세를 하자는 주장이다. 환경오염, 국민건강 피해 등 사회적 비용을 일으키는 데 대해 죄악세를 물려 그 비용을 보상하자는 것이다.

둘째, 부자 증세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사회와 국가의 보호 덕에 실제 기여보다 더 큰 소득을 올렸기에 슈퍼리치 부자들에 대해 소득세를 더 거두자는 얘기다.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조정을 하거나, 상속증여세에 대해 가업상속 시 공제기준을 축소하자는 주장 등이다.

셋째는 가장 논란이 될 만한 것으로 법인세 실효세율 또는 명목세율을 올리자는 주장이다. 대기업들이 갖가지 비과세 감면 혜택을 받으며 이익을 예전보다 훨씬 많이 올리고 있으니 여기에 적절한 수준으로 세금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최근 한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0%가 ‘증세’에 동의했기에 이 같은 방안들은 다 시행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이지만, 반대논리 역시 만만치 않다.

경유가 미세먼저 오염의 주범인지 여부를 떠나 또 간접세 방식으로 거둬들일 생각을 한다면, 저소득층에 부담이 가중될 게 뻔하다.

부자 증세도 공감할 만하지만, 지난해 세법 개정 때 손을 대놓고 다시 1년 만에 손대자는 것은 문제다.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인 40%를 적용하는 대상을 연간소득 5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낮추자는 것이지만, 1년 만에 다시 조정할 경우 조세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가업승계 기업의 상속 재산 공제기준을 500억원으로 정했던 것 역시 중견기업들에 대한 지원과 기업 영속성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었는데 당시 판단의 근거는 뭐였나.

법인세 실효세율 상향은 법인세 인하추세인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 전문가들은 대기업에 비과세, 감면 등을 법으로 보장했던 것은 그 나름의 이유와 명분이 있었다고 주장한다. 비과세, 감면제도를 폐지하더라도 나올 수 있는 세수가 얼마 되지 않아 ‘쓸데없는 논의’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다양한 논의가 있지만 무엇을 위한 증세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예상되는 재원을 마련한다는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울 것인가, 소득양극화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며 불평등구조를 완화하는 소득재분배를 목표로 할 것인가.

많은 국민이 ‘부자증세’에 동의했다는 것은, 당장 세제 개편이 소득재분배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전문가들은 ‘부자증세에 동의했다’는 것을 신뢰하지 않는다. 찬성한 이들 중 대부분은 그 자신이 부자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에 동의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부자증세는 징벌이 아니라 소득재분배가 목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 자산소득에 대한 징세 강화를 반드시 관철시켜야 한다. 이자 등 금융소득에 대해 1인당 연 2000만원까지 분리과세하고 있는데, 이 적용기준을 더 낮추고 중장기적으로 종합과세로 개편해야 한다.

또 연 2000만원 미만 임대소득은 비과세로, 2019년부터 분리과세하겠다고 하는데, 필요경비 60%를 인정하는 등 근로소득세와 비교하면 형평성에 문제가 많다.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는 양도차익 20% 세율로 과세하고 있는데 누진제를 적용해야 한다. 징세과정에서부터 재정지출과정에 이르기까지 소득재분배 정도를 높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

한국은 소득재분배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의 세수 개선율이 10.1%로, 미국 22.8% 일본 32.4%, 독일 42.5%보다 무척 낮다는 점을 국민에게 설득해야 한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고위공직자는 “소주세를 못 올리는 나라가 무슨 나라냐”라고 증세 불가피성을 주장했다. 제대로 하려면 소주세 같은 간접세가 아니다. 직접세인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지 못하는 나라가 무슨 나라냐고 해야 한다. 소비를 늘려 경제를 살리려면 많이 번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소득재분배를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