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쿠팡과 이마트의 가격 대결로 점화된 최저가 경쟁이 우리나라 유통업계에 남긴 결론은 유통업체들의 경쟁력은 더 이상 ‘가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제품의 판매가격은 소비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평준화됐다. 그래서 떠오른 개념이 바로 고객 접점의 서비스 영역을 의미하는 ‘라스트 마일(Last-Mile)’이었다. 라스트 마일은 소비자가 주문한 상품이 전달되는 순간의 서비스 강화 전략으로 택배나 운송 등 물류업계에 국한됐던 개념이 유통까지 확장됐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유통과 물류의 교집합을 만들어 가시화한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물론, 로켓배송이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시도였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콜드체인은 상품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 고객에게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라스트 마일을 이루는 여러 가지 방법론 중 하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어떤 형태로 콜드체인을 구현하고 있을까.

 

국내 유통업체들의 콜드체인

<오프라인>

이마트- 미트·후레쉬 센터

이마트는 2011년 축산물 전문 가공 포장센터 ‘이마트 미트센터’를 오픈한 데 이어 2012년에는 최첨단 신선식품 저장시설을 갖춘 ‘이마트 후레쉬센터’를 경기도 이천에 오픈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후레쉬 센터는 저장고 내 산소와 질소 농도를 조절해 과일 및 채소의 저장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CA(Controlled Atmosphere,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산소 농도를 식품의 종류·품종에 맞게 조절해 장기 저장할 수 있는 저장법) 저장고를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롯데마트 - 저온물류센터

롯데마트는 오산 물류센터 내 저온센터 가동으로 통해 보다 강화된 신선식품의 선도를 관리하고 있다. 롯데마트 저온센터에서는 상품을 특성별로 3가지 온도대로 구분해 관리한다. 더불어 냉장·냉동 장치를 끌고 다니는 저온 배송 차량의 원격으로 조회하고 있어 상온과의 접촉을 최소화했다.

 

홈플러스 - 신선물류서비스센터

홈플러스는 목천 물류서비스센터, 함안 신선물류서비스센터, 안성물류서비스센터 등 전국에 총 3곳의 신선식품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물류센터들은 최첨단 창고관리 시스템인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을 바탕으로 협력회사 하역, 검수, 상품 분류, 점포 재고 파악, 발주, 출고 등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다. 본 센터들에는 전국 각지의 홈플러스 매장에 2시간 이내로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온라인 마켓>

위메프 - 신선생 냉장·냉동 콜드체인

소셜커머스 위메프는 신선식품 강화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경기도 광주의 위메프 물류센터 내부에 660평 규모의 냉동·냉장 콜드체인을 완비하고 신선식품 직배송 서비스 ‘신선생’을 시작했다. 위메프의 냉장시설에서는 식품의 신선도 관리를 위해 전 상품에 전용 스티로폼용기를 사용하고 물류 전담팀이 배송 전 2회에 걸쳐 육안으로 품질검사 후 배송한다. 이곳의 관리를 통해 위메프 신선생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은 과일·채소, 견과, 정육·계란, 수산·건어물, 우유·치즈·요거트, 김치·반찬 등 500여가지이며 품목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최근 위메프는 물류센터의 냉동·냉장 콜드체인 규모를 660평에서 1000평으로 확장했다.

 

티몬 - 티몬프레시 신선식품 센터

소셜커머스 티몬은 지난해 말 서울 장지동에 티몬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센터 내부에 신선식품센터를 마련했다. 이곳에서는 티몬의 생필품 할인판매 서비스 ‘슈퍼마트’를 통해 판매되는 신선식품들이 냉동·냉장 보관된다. 신선식품센터의 콜드체인으로 티몬은 지난 1월 직매입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티몬프레시’를 선보였다. 슈퍼마트에서 소비자가 주문한 신선식품들은 물류센터에서 포장된 후 검수를 마친 뒤 묶음배송을 통해 한데 모아 배송된다.

 

<스타트업>

배민프레시 - 프레시센터

음식 배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업체 ‘배달의민족’은 신선식품 배송 물류 센터인 ‘프레시센터’를 오픈하고 이곳의 콜드체인을 활용한 온디맨드 집밥 배송 서비스 배민프레시를 운영하고 있다. 서울송파구 복합물류센터에 약 1000평 규모로 마련된 프레시센터는 식품의 보관, 포장, 배송 등 물류의 전 과정이 식품을 당일 생산해 빠른 시간 내에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신선 배송에 최적화돼 있다. 수도권 소재 수백 개의 배민프레시 파트너사들이 주문 당일 생산한 식품들은 모두 프레시 센터로 집결되며, 통합 물류 시스템에 따라 신선 포장된 후 12시간 이내에 배송 완료된다.

 

마켓컬리 - 풀 콜드체인 시스템

2015년 5월 창업된 온라인 푸드마켓 스타트업 ‘마켓컬리(Market Kurly)’는 창업 초기 신선식품 보관이 가능한 물류센터와 냉동·냉장·상온 관리체계 그리고 특수 배송 차량을 갖춤 풀 콜드체인 시스템(Full Cold Chain System)을 구축했다. 물류센터는 실온·냉동·냉장 창고로 나뉘어 각각 다른 온도로 상품을 보관하고 있으며, 실온 센터에서는 상품군 별로 6개의 다른 온도로 관리하고 있다. 냉동·냉장·실온 배송이 전부 가능한 배송차량은 샛별(야간)배송 지역(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으로 출차 후 배송 중에도 식품의 온도를 유지 관리하며 아침 7시 이전까지 상품을 배송한다.

인프라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술력

저렴한 물건이나 할인 쿠폰을 활용해 고객들을 끌어 모았던 우리나라 유통업계는 한 차례의 ‘최저가 경쟁전’을 치른 이후 각 상품의 가격은 약간의 차이를 두고 거의 평준화됐다. 그래서 국내 유통업계는 물류 그리고 콜드체인에 눈을 돌렸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경쟁업체들과 비교될 정도로 차별화된 최상의 상품을 전달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여기에는 소매 판매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식품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태도 변화도 반영돼 있다. 한 끼를 먹더라도 건강하게, 그러면서도 식사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은 최소화해 시간관리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는 유통업체들의 차별화 전략과 맞아 떨어졌다.

연세대학교 과학기술대학 이강대 교수는 “우리나라 유통업계에서 콜드체인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에는 인구가 밀집된 도시구조 그리고 그에 맞춘 오프라인 입지조건을 만족하고 있는 유통 매장들의 위치가 결정적으로 작용했고 이는 온도 유지가 관건인 콜드체인의 효율성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콜드체인 인프라의 발전과는 달리 콜드체인의 핵심인 온도 유지와 관련한 우리나라의 독자적 기술은 거의 없어 이는 결정적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이강대 교수는 “국내 유통채널들의 신선물류 시스템에 사용되는 온도 유지 기술은 거의 대부분 해외에서 들여온 장비로 운영되고 있다”라며 “기술 연구에 역량을 쏟을 만한 여력도 없고 국내 연구 환경도 낙후됐기 때문에 핵심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로 인프라만 발전하는 지금과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이 발전할수록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본만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는 “우리나라의 주거 환경은 밀집형 주택이 많다 보니 굳이 고도화된 콜드체인 기술이 아니더라도 아이스 팩이나 스티로폼 박스 등 임시방편만으로 식품 온도 유지가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소비자들이 더 나은 상태의 상품을 요구하면서 콜드체인도 더 고도화된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 시기에 이르렀지만, 고급 기술이나 장비 도입에 대한 비용 부담으로 유통 전 과정에 적용되는 완벽한 콜드체인 체계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한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