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바닷가에서 갓 낚아 올린 생선으로 만든 회를 먹는 것이다. 단적으로 생선회를 예로 들었지만, 야채나 과일 같은 자연 식품도 산지에서 수확하자마자 먹는 것이 가장 상태가 좋고 맛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신선한 식품을 맛보기 위해 매번 산지를 방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 개념이 바로 ‘콜드체인(Cold Chain, 저온유통)’이다.

과거 콜드체인은 주로 물류·택배 영역에 국한된 개념으로 유통업계와의 접점은 지금처럼 크지 않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이 제안하는 ‘초연결’로 인한 산업 간 영역 붕괴는 유통업계의 물류 겸업화를 진행시켰고 최근에는 유통업계에서도 콜드체인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여겨지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신선함’을 유통업계의 미래 경쟁력으로 만든 콜드체인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1°C를 사수하라!" 콜드체인, ‘가치’의 유지

콜드체인 시스템(Cold-Chain System)은 농축산물의 품질과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수확 즉시 상품의 온도를 낮춰 유통과정 전 과정에 걸쳐 적정한 저온(低溫)을 유지하도록 관리하는 체계를 말한다. 물류업계에서는 ‘저온 유통체계’라는 말과 혼용해서 사용되기도 한다.

농축수산물은 수확된 시점 직후부터 자체적으로 저장하고 있는 영양분을 소모해 대사활동을 이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호흡열’은 미생물의 활동을 증가시키고 이는 농축수산물이 손상되거나 부패하는 원인이 돼 품질을 떨어트린다. 이것은 단순히 야채나 과일이 시들어 버려지는 것이 아닌 경제적 가치의 손실이다. 품질 변화의 정도는 상품이 보관되는 온도와 시간의 경과에 의해 좌우된다. 따라서 수확된 농축산물의 품질 유지를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온도를 낮춰 자체적 대사 속도를 늦추고 미생물에 의한 변질을 막아야 한다. 콜드체인은 ‘식품’으로 통칭되는 재화의 경제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콜드체인에 대한 관심 확대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신선·고급식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아진 선호다.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의 온라인 마켓에서 가장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는 품목은 ‘신선식품 및 음료분야’로 연평균 15%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AT커니(ATKearney)는 2014년 68억달러(약 7조8000억원) 규모였던 미국의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은 2017년 110억달러(약 12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콜드체인의 3가지 유형

콜드체인 시스템으로 관리되는 식품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각 식품들의 특성과 상태에 따라 상품을 보관하는 온도도 달라진다. 첫 번째 콜드체인의 유형은 냉동육, 냉동생선 등 냉동 식자재의 보관이다. 냉동 식자재는 갓 수확한 상태의 선도와 맛을 보존하기 위해 동결점보다 더 낮은 온도로 급속히 냉동해서 보관한다. 냉동 보관된 식자재는 세포가 파괴되지 않아 해동 이후에는 냉동 이전의 상태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냉동식품 및 식자재 온도관리의 핵심은 제품의 온도를 -18°C 이하로 보존하는 것이다. 공급과 유통의 모든 과정에 걸쳐 식자재를 -18°C 이하로 유지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상품의 입·출하 시 외부 공기와의 접촉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18°C의 이상의 온도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냉동식품은 한번 녹아버리면 식품을 다시 얼리더라도 냄새나 맛이 변하고 품질의 저하되기 때문이다.

콜드체인의 두 번째 유형은 채소와 과일 등의 청과물, 육류, 어류 등의 신선식품, 두부와 요구르트, 도시락 등 가공식품의 냉장 보관이다. 냉동식품은 -18~-22°C보다 낮은 온도를 유지하면 식품의 종류는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냉장식품은 각 식품별로 다른 보관 조건과 차가운 온도를 유지하면서도 식품을 얼려서는 안 되는 등 냉동식품보다 까다로운 조건들이 있다. 냉장식품의 보관 온도는 가공식품이 0°C 전후, 어류가 4°C 이하, 야채나 과일은 5~10°C가 적정하다.

 

세 번째 유형은 상온 혹은 정온(가열하거나 냉각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온도. 보통 15°C를 상온으로 본다) 보관이다. 상온식품에는 통조림, 조미료 등 가공식품과 과자, 주류, 음료 등이 포함된다. 상온식품은 특정한 품목을 제외하면 온도의 유지를 위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래서 상온식품 콜드체인은 냉장이나 냉동에 비해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비용이 적게 드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