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코트라가 중소기업 수출 지원 프로그램인 메이드 바이 코리아(Made by Korea)의 성과와 비전을 소개하는 출범식을 12일 열었다.

행사에는 프로그램에 관심있는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180개사를 비롯해 코트라 김재홍 사장과 페이스북 댄 니어리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 김기영 아시아태평양 중소비즈니스 한국총괄 상무를 비롯해 페이스북 코리아 박대성 대외정책총괄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메이드 바이 코리아는 페이스북과 코트라가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시작한 교육 지원 프로그램이다. 올해 3월 기준 57개 중소기업 100여 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첫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페이스북과 코트라는 연말까지 해당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을 400여 기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ICT 플랫폼 사업자가 특정 국가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전략 수립 및 마케팅, 실무를 망라하는 원스톱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무대 판로를 열어주면 스타트업들이 플랫폼 사업자의 충실한 조력자이자 생태계 구성원으로 거듭나는 전형적인 윈윈전략이다.

다양한 교육을 8주에 걸쳐 진행하며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거나 관심이 있는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이라면 누구나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심사를 거쳐 선정된 기업은 페이스북과 코트라의 전문 인력으로부터 다년간 축적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마케팅 및 해외 진출 노하우를 직접 전수받을 수 있다.

페이스북 댄 니어리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는 “페이스북은 지속적으로 한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프로그램의 개발과 함께 국내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한 투자와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가장 큰 온라인 커뮤니티로서, 한국의 경제 환경은 물론 기업들이 마주하는 기회와 어려움에 대해서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한국은 수출을 중심으로 혁신적인 경제성장을 이룬 나라이자 새로운 기술을 쉽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는 사람과 비즈니스가 많은 특별한 곳”이라며 “메이드 바이 코리아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이 전 세계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코트라 김재홍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하며 글로벌 경쟁력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중소 및 중견기업의 수출 비중이 50% 증가하면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는 만큼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수출 구조 개선을 위해 수출 주체와 품목의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본 프로그램이 우리 혁신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수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지멘스의 4차 산업혁명 성과를 소개하며 “시대가 변하고 있다”를 거듭 강조했다.

▲ 댄 니어리 페이스북 아태지역 대표. 출처=페이스북

메이드 바이 코리아, 의미심장 포인트는?

구글이 서울 구글 캠퍼스를 운영하며 국내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더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판로를 열어주는 장면과 페이스북의 메이드 바이 코리아는 보여지는 행보 자체가 유사하다. 스타트업의 글로벌 판로를 열어주는 윈윈전략이자, 일종의 사회공헌사업이라는 교집합이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면에는 플랫폼 사업자의 자체 생태계 강화 전략이 깔려있다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다.

구글 서울 캠퍼스도 마찬가지지만, ICT 기본 인프라가 확실하게 깔려있는 상태에서 대한민국은 글로벌 기업들의 훌륭한 테스트 베드다. 뛰어난 인재와 매력적인 스타트업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통신 네트워크와 모바일 인프라도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글로벌 ICT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시장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좁게는 중국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하거나 넓게는 글로벌 ICT 신기술 도입의 테스트 베드로 국내 시장을 활용하고 있다.

▲ 메이드 바이 코리아 출범식. 출처=페이스북

여기에 콘텐츠적 강점이 연결된다. 최근 국내 진출 소식을 흘리며 변죽만 울리고 있는 아마존 이커머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소위 역직구를 통해 국내 상품의 외국 판매를 목표로 하는 아마존 이커머스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내 콘텐츠, 즉 상품과 서비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아이템이다. 메이드 바이 코리아를 내세운 페이스북도 이러한 강점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이름부터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를 추구하고 있는 구글의 ‘메이드 바이 구글’과 비슷한 점도 재미있는 대목이다. 자사 생태계 강화를 위해 매력적인 스타트업과 기타 콘텐츠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다만 페이스북은 메이드 바이 코리아가 100% 선의, 즉 세상을 더 촘촘하게 좁히기 위한 마크 저커버그 CEO의 의사가 반영되었다는 설명이다. 페이스북은 별도의 미디어 세션에서 “페이스북은 세상의 간격을 좁히자는 마크 저커버그 CEO의 사명감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그 연장선에서 우수한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돕는 것에 주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순수한 선의에 의한 사업인가”라는 질문에는 거듭 “페이스북이 잘 할 수 있는 점에 집중하려고 하며 우리는 마케팅과 글로벌 플랫폼을, 코트라는 수출과 관련된 실무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코트라 관계자도 “이번 프로그램에 특정 기업을 위한 특혜가 있는가를 자체적으로 돌아보기도 했다”며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살리기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는 확신이 섰고, 그 과정에서 특혜도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사업의 목표와 더불어 세부적인 전략에 대한 논의는 일정정도 필요해 보인다. 메이드 바이 코리아 로드맵은 국내 스타트업에게 글로벌 판로를 열어주고 관련 교육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그 자체로 매우 고무적이지만 정교한 방법론이 더해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국내와 비슷한 제조업 중심의 산업 환경을 가지고 있는 대만의 타이트라 행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타이트라는 우리의 코트라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며 최근 자국에서 컴퓨텍스 2017 행사를 주최했다.

당시 타이트라는 자국의 제조 스타트업을 글로벌 기업과 연결해 시너지를 발생시키고, 그 연장선에서 대만을 아시아 스타트업 허브로 만들겠다는 정교한 계획을 발표했었다.

대만 현지에서 만난 월터 예 타이트라 사장은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의 만남을 위해 오프라인 만남의 장을 직접 마련하고, 이를 매개로 대만을 아시아 스타트업의 전진기지로 구축하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단순히 스타트업과 글로벌 기업의 만남을 주선하는 정도로는 실제적인 시너지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깔려있으며, 코트라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과 코트라의 이번 협력에 고용창출이라는 키워드가 많이 보이는 것도 눈길을 끈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무역에 관여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페이스북을 활용할 경우 지난 6개월 동안 29%의 고용 증가가 이뤄졌다고 답한 반면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은 19%만이 증가했다고 답했다”고 따로 명시했다. 뚜렷한 고용 확대 효과를 매개로 국내 정치적 함의에 대한 고려가 있어 보인다.

▲ 퓨처 오브 비즈니스 설문. 출처=페이스북

기회는 글로벌 무대에 있다

페이스북은 2011년 한국 진출 이래 국내 기업의 페이스북 마케팅을 돕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였다. 2015년 중소기업의 효과적인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페이스북 마케팅 노하우를 공유하는 '마케팅 부트캠프'를 서울과 대구, 울산 등에서 개최했으며 2016년에는 교육과 훈련을 통해 여성 사업가의 온라인 창업과 경영을 돕는 '#그녀의비즈니스를응원합니다(#SheMeansBusiness)'를 국내에 소개하기도 했다.

또 중소기업 실무 교육을 위한 공간인 '페이스북 비즈니스 허브'를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 개소하는 등 활발한 투자를 이어나가는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메이드 바이 코리아 프로그램이 화룡점정이 될 전망이다.

페이스북이 2016년 11월부터 한국을 포함해 약 40여 개국에서 매월 진행하고 있는 퓨처 오브 비즈니스(Future of Business) 설문조사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같은 온라인 솔루션의 활용이 글로벌 시장 진출과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응답자 1700명 중 65%가 자사 수출의 절반 이상이 페이스북을 비롯한 온라인 채널을 통해 이뤄졌다고 답했으며 온라인 솔루션 활용으로 매출과 판매가 64% 가량 증가하고 사업 규모도 약 57% 확대됐다고 응답했다.

결국 플랫폼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달렸다.

글로벌 기업의 선의와 실제 목적을 비롯해 국내 스타트업의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서로의 노림수를 의식하며 스타트 라인에 섰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