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가젯(Gadget)에 얽힌 그렇고 그런 이야기. 일상가젯 15화.

▶최근 일상가젯 다시보기 링크 #캔스톤R30BT #레드밴스조명 #신일청소기SVC-SHS2100 #홈보이스피커독 #시마드론X5C #커넥팅로프

▲ 사진=노연주 기자

박스를 열자 나무 냄새가 진동한다. 인조가죽 촉감이 부드럽다. 블랙 패브릭 그릴에 달린 팬던트가 시선을 끈다. 블루투스 연결하기가 참 간단하다. 연결을 마치고 서둘러 폰으로 음악을 재생해본다. 스피커가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간이 잘 된 설렁탕 같은 소리다. 맑고 청아한 중고음이 감성 사운드를 완성한다. 가수 숨소리까지 잡아내더라. ‘이게 해상력이 좋다는 건가.’ 막귀 주제에 이런 표현도 곁들여본다. 이 녀석이 내 막귀 인생을 구원해줄까. 느낌 좋다.

캔스톤 R30BT란 제품이다. 그 많은 스피커 중에 이걸 고른 이유가 있다. 얼마 전에 한종민 캔스톤 대표를 만났다. 그는 2010년 캔스톤을 창업해 국내 2위 스피커 브랜드로 키워낸 인물이다. 1997년부터 스피커 업계를 지켜오면서 내공을 쌓았다.

막귀로서 그에게 물었다. 나 같은 막귀를 계몽(?)해줄 캔스톤 스피커가 뭐가 있는지. 진지한 물음이다. 그는 R25BT와 R30BT를 추천했다. “플라스틱이 아닌 MDF 재질로, 중고음뿐만 아니라 적절한 중저음을 내는 밸런스 좋은 제품입니다. 제 생각에도 두 제품은 아쉬운 점이 거의 없습니다. 고장률도 현저히 적고, 소리가 좋으며, 가격도 저렴합니다.”

▲ 한종민 캔스톤 대표. 사진=노연주 기자

 

블루투스 품은 정통 북쉘프 스피커

캔스톤이 직접 개발한 스피커는 아니다. 중국 협력사 F&D가 만들었다. 글로벌 유명 음향기기 브랜드들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업체다. 제품에 달린 팬던트는 F&D 프리미엄 라인업을 상징한다.

캔스톤은 제품을 골라 국내 유통을 담당했다. 캔스톤은 음향기기를 개발하는 회사지만 이처럼 좋은 제품을 들여와 국내 실정에 맞게 튜닝해 소개하는 역할도 한다. 일종의 음향기기 큐레이션이다.

R30BT는 전통 북쉘프 타입 2채널 스피커다. 블루투스 무선 연결 기능을 더하면서 전통에 대세를 얹었다. 유·무선 연결을 모두 지원한다. 160×205×280mm 사이즈로 원룸에 두기에도 부담스럽지 않다. 가격은 10만원이 약간 넘는다. 스펙을 고려하면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가 뛰어나다. 역시 가성비의 캔스톤이다.

아담한 크기에도 큰 소리를 낸다. 50W 고출력이라서 웬만한 가정집에선 볼륨을 끝까지 올릴 수가 없다. 층간소음에 휘말린다. 25.4mm 실크돔 트위터가 맑고 깨끗한 음색을 내준다. 101.6mm 우퍼 드라이버는 파워풀한 중저음을 담당한다. 플라스틱이 아닌 우든 MDF 인클로저가 소리를 풍부하게 해준다.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좋은 소리를 들으려면 꼭 수고로움이 따르는 건 아니다. R30BT는 다루기 쉬운 물건이다. 블루투스 연결도 터치 몇 번이면 끝난다. NFC 터치 연결도 지원한다. 동봉된 리모컨으로 침대에 누워서 조작할 수도 있고. 측면 다이얼은 조작감이 고급스럽다. 메인 볼륨은 물론 고음과 저음 볼륨도 각각 조절 가능하다. 내 귀가 좋아하는 소리를 세팅할 수 있다.

두 스피커를 클립식 단자로 연결하는 방식이라 유용하다. 케이블을 연장하기가 쉽다는 얘기다. 카페와 같은 매장에서 여러 환경에 알맞게 설치할 수 있겠다. 요약하자면 R30BT는 초심자에 까탈스럽게 굴지 않으면서 좋은 소리를 내는 스피커다.

 

막귀를 벗어날 시간

자취방에서 낭만을 찾는 방법은 많지가 않다. 집에 돌아와 스피커로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는 것. 아마도 자취생에 허락된 상급 낭만 중 하나이지 않을까.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어도 되겠지만 스피커를 이용해 소리로 공간을 채우는 건 완전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도 그런 낭만이 있다. 실제로 오랜 자취 생활을 음악과 함께했다. 음향기기에 투자하진 않았다. 스마트폰 스피커로 듣다가 누가 선물해준 자그마한 파란색 블루투스 스피커에 의존했다. 같은 노래도 음향기기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는 걸 알면서도 애써 모른척했다. R30BT가 내게로 왔다.

2000년대 초반엔 온라인 스피커 커뮤니티가 활발했다. 지금의 3040세대가 커뮤니티를 주도했다. 소리를 놓고 매일 같이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난 그런 현장을 경험 못한 세대다. 이런 내게 R30BT는 스피커 세계로의 초대장 같은 제품이다. 그 시대에 정서적으로 한발짝 다가서는 느낌이랄까. 물론 시대가 많이 바뀌었지만.

다시 한종민 대표 얘기로 돌아올 타이밍이다. 지금의 캔스톤을 있게 해준 결정적 장면 중 하나. “LX350이 캔스톤 첫 제품인데 개발비가 정말 많이 들어갔어요. 금형까지 제가 판 제품이거든요. 이거 안 되면 죽는다는 생각으로 임했죠. 이 제품 기획할 때 경쟁제품 수십가지를 모두 사서 집으로 가지고 왔어요. 개발 중인 LX350과 경쟁제품을 틀어놓고 하루에 10시간은 심취해서 소리를 들었죠. 오래 듣다보니 차이점이 느껴지더라고요. 경쟁제품 소리가 더 좋게 느껴지면 그 제품과 LX350을 엔지니어에게 가지고 가서 튜닝을 다시 했어요. 이 과정을 반복해 모든 경쟁제품과 일일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우리 제품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을 때 출시했어요.

R30BT에도 이런 정신이 깃들어 있다. 대체 어떤 소리를 낼지 궁금하지 않나. R30BT와 함께 그처럼 음악에 심취하다보면 조만간 탈(脫)막귀도 가능하지 않을까. 한편으론 스피커 취미가 패가망신 지름길이라던데 겁나기도 하고. 

▶나의 인생템은 어디에? [플레이G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