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 생활 3년 차에 들어선 직장인 A씨(30)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고역스럽다. 학창시절에도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들어 지각하기 일쑤였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부터는 지각을 피하기 위해 억지로 잠을 깨우지만, 몽롱한 정신으로 아침을 보낸다.

A씨는 “오후가 되면 몸에 활기가 돌면서 일의 능률도 오른다. 오전에 처리하지 못한 일들을 저녁에 처리하느라 야근이 잦다”고 하소연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여야 이득을 본다는 얘기다. 그런데 저녁에 활동하는 올빼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꼭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고 벌레를 무는 것은 아니란 것.

사람마다 신체 리듬 달라…아침/저녁형 인간으로 나뉘어

사람도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으로 나뉜다.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의 신체 시계를 가지고 있고, 하루 중 가장 신체 리듬이 활발한 시간이 있다. 이를 크로노타입(Chronotype)이라고 한다. 즉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을 선호하면 아침형으로 분류되고 반대로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을 선호하면 저녁형으로 분류된다. 아침형과 저녁형 사이에 해당하는 중간형이 가장 많고, 아침형이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1일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에 따르면 아침형은 오전에 집중력이 가장 좋고 오후 6시 후에는 집중력과 주의력이 떨어진다. 반면 저녁형은 오후부터 집중력이 높아져서 늦은 저녁까지 유지된다.

따라서 아침형은 오전에 성과가 좋고, 저녁형은 저녁에 가까워질수록 업무 결과가 더 좋을 수밖에 없다.

홍승봉 교수는 이코노믹리뷰에 “우리나라는 아침에 일찍 기상해서 학교와 직장에 가야 하므로 저녁형보다는 아침형이 더 유리하다고 추측할 수 있다”면서  “아침형 또는 저녁형 인간을 결정하는 데는 유전·체질적인 것, 수면, 식사, 운동 시간 등의 생활습관, 직장, 집 등 주위 환경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유전·생활습관으로 아침형/저녁형 타입 결정해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를 결정하는 데엔 여러 요인이 있다. 먼저 태어났을 때부터 아침형 또는 저녁형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경우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신경과 루이스 파섹(Louis Ptacek) 박사에 따르면 밤에 늦게 잠드는 가족에게 같은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파섹 박사에 따르면 해당 돌연변이 유전자는 2번 염색체의 끝에 존재했다.

파섹 박사는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유전자에 따라 우리가 언제 잠자리에 들어야 할지 말지 정해진다”면서  “한 사람의 크로노타입을 이해하면 더 건강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늦게 자는 습관도 아침형, 저녁형 인간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된다. 오랫동안 늦게 자는 버릇을 들이면 수면위상(수면 시간대)이 뒤로 밀리는 수면위상지연증후군(Delayed Sleep Phase Syndrome, DSPS)을 겪는다. 잠을 자는 시간대가 새벽 1~3시부터 아침 9~11시까지로 밀리는 것이다.

홍 교수는 “잠자는 시간대가 한번 뒤로 밀리면 자연적으로 다시 되돌아오기 힘들다”면서  “이런 사람들은 밤에 잠들기 어렵고, 아침에 일어나도 오전에 많이 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뒤로 밀린 수면위상을 제자리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밤에 소량의 멜라토닌 성분을 섭취하거나 아침에 밝은 빛을 쏘는 것이 좋다”면서 “그러면 하루에 약 30분씩 수면위상이 제자리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밝은 빛과 멜라토닌을 이용해 수면 시간대를 다소 조정할 수 있다고 봤다.

홍 교수는 “본인에게 가장 알맞은 수면위상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도 좋은 생활방식으로 생각된다”면서 “수면위상을 조정한 후에는 항상 일정한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홍 교수에 따르면 하루에 7시간 이상 규칙적으로 잠을 자는 것이 신체와 정신 건강 및 신체·정신 활동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방법이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든 올빼미족, ‘회복 탄력성’ 중요

아침에 일을 시작하는 통상적인 사회적 리듬과의 불일치로 저녁형 인간은 매일이 고역일 수 있다. 따라서 저녁형 인간은 아침형 인간에 비해 수면의 질이 불량하고, 우울과 불안 등 정서적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으며, 삶의 질이 낮고 알코올과 담배의 사용 등 건강하지 못한 생활 습관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들이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는 저녁형 인간이더라도 ‘회복 탄력성’이 높으면 신체 피로, 우울, 불안 그리고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회복 탄력성’은 부정적이거나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는 개인의 역량을 의미한다.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수면센터 윤인영 교수는 “즉각적인 변화가 어려운 크로노타입과 달리 회복 탄력성은 환경과 생활 습관, 다양한 심리 치료 프로그램 등에 의해 향상될 수 있다”면서 “사회적 리듬과 개인의 크로노타입이 불일치하는 경우 회복 탄력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