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의 람 이매뉴얼(Rahm Emanuel) 시장은 최근 잇단 운행 지연과 취소, 탈선 등으로 ‘지하철 비상사태’를 선언한 뉴욕의 지하철에 비해, 시카고 지하철은 올해 125년으로 뉴욕만큼이나 오래됐고 전국에서 두 번째로 이용객이 많지만 승객 만족도가 85%나 된다고 자랑했다.

이매뉴얼 시장은 <뉴욕타임스>(NYT) 칼럼을 통해 시카고 지하철은 지난해 2억3800만명의 승객이 이용했지만 뉴욕 지하철과 같은 고장이나 연착 문제가 없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카고 지하철은 무작정 확장보다는 안정성을 우선시한 덕분에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했고 꾸준히 시스템 개선도 이뤄지고 있다면서, 2019년까지 40개 역사가 새로 지어지고 선로의 절반 정도가 새롭게 놓일 것이라고 마음껏 자랑했다. 반면 뉴욕 지하철은 지난해 정시에 운행된 열차가 전체의 3분의 2 정도에 불과했고 나머지 30%는 지연 운행됐다.

뉴욕에 비해 뛰어난 시카고의 지하철을 마음껏 자랑해댄 이매뉴얼 시장의 칼럼에 대해 뉴요커들은 ‘정시운행이 되는 시카고 지하철은 좋을지 모르지만 시카고처럼 위험한 데서 지하철만 안전해서 무엇하느냐’는 반응이었다.

뉴욕 <데일리 뉴스>는 이매뉴얼 시장의 칼럼에 ‘자, 이제 시카고 지하철 승객들을 총 안 맞고 집에 무사히 돌아가게 하는 방법을 제시해보라’고 비꼬았다. 시카고의 지하철을 자랑하려던 이매뉴얼 시장은 오히려 시카고의 범죄와 총기 사고, 폭력 등이 언급되자 자랑이 무색해지는 머쓱한 상황이 됐다.

특히 7월 4일 독립기념일이 포함된 한 주 동안 시카고 내에서 무려 100건이 넘는 총기 사고가 발생하자 시카고 경찰은 물론 시카고 전체가 안전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시카고에서는 지난 6월 30일부터 7월 5일까지 무려 102명의 사람들이 총에 맞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15명은 사망하고 나머지 87명은 부상당했는데, 특기할 것은 전체 총기 사고의 절반 이상이 독립기념일의 12시간 이내에 발생했으며 총에 맞은 최연소 피해자는 겨우 13살이라는 것이다.

이들 총기 사고는 대부분 아주 사소한 다툼에서 시작됐다. 자동차 운전자와 그 옆을 달리던 자전거 운전자 간의 사소한 말다툼이, 자동차 운전자가 트렁크에서 총을 꺼내면서 사고로 이어졌고 한자리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 사이의 말다툼이 역시 총으로 시비를 가리는 문제로 확대됐다.

사실 시카고의 총기 범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16년 단 한 해 동안 시카고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은 무려 762건이나 된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전년인 2015년에 비해서 살인사건의 숫자가 58%나 증가했다는 점이다.

뉴욕이나 LA와 같은 대도시와 비교했을 때도 시카고의 범죄는 심각해 보이는데, 인구 10만명당 살인사건의 숫자는 90년대 초반에는 3개 도시가 비슷했으나 2016년 기준으로는 다른 두 도시를 웃돈다. 뉴욕과 LA가 인구 10만명당 약 5명을 전후하는 숫자라면 시카고는 10만명당 30명에 육박하는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시카고의 급격한 살인 증가에 대해서 여러 가지 분석이 있었으나 뚜렷한 이유는 발견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낀 젊은 사람들이 잃을 것도 없으니 마구 살겠다는 식의 생각을 하는 것으로 짐작했다.

위험한 도시로 악명이 높지만 사실 시카고가 미국에서 제일 범죄가 많은 도시는 아니다. 이와 종종 비교되는 뉴욕이나 LA 등의 대도시와 비교해서 범죄가 많을 뿐이지, 실제로는 2015년 기준으로 시카고의 인구 10만명당 살인은 16.4명인 반면 뉴올리언즈는 10만명당 무려 46.9명에 달하니 시카고로서는 조금 억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종종 이들 살인사건의 희생자들은 갱단이나 타깃과 아무 상관없는, 그저 길을 지나던 아이들인 경우도 있다. 가난을 이유로 우범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총소리가 들리면 몸을 숨기거나 피하는 법부터 배우게 되는 것이다. 시카고 시장의 지하철에 대한 자부심이 빛을 잃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