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큰 키는 선망의 대상이다. 경쟁이 심화되고 외모 역시 중요시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키에 대한 관심은 성장기 자녀를 둔 학부모 사이에서 가장 뜨겁다.

그렇지만, 키에 관해 온갖 처방과 주장이 난무해 어지러울 정도다. ‘키는 유전’이기 때문에 후천적 노력으로는 어찌 할 도리가 없다는 회의론도 널리 퍼져 있고, ‘살이 키로 간다’며 영양만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다. 주사 한 방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과장 광고도 쉽게 눈에 띈다.

키 성장 관련 클리닉인 ‘키 메이커’의 차별성은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데 있다. 키 성장·뇌 발달 연구소 키 메이커의 성제혁 대표와 백기자 소장은 ‘키를 과학적으로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는 달리 유전적인 요인은 20~30%뿐이라는 것이다.

성 대표는 대학에서 사회체육을 전공하고 일찍부터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동안 성장관리 프로그램과 비만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보급했으며, 그가 개발한 키 성장 예측 시스템은 미래창조과학부 지원 기술 상용화 과제로 선정되었다. 백 소장은 뉴로피드백으로 뇌 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 뇌 과학연구소의 연구원장이다.

두 사람은 최근 저서 <키 메이커>(ER북스 펴냄)를 통해 키 성장에 관한 과학적 접근법을 방대한 통계분석과 함께 공개했다. 건강 분야의 전문가와 뇌 과학 분야의 전문가 두 사람이 이끄는 키 메이커가 어떤 곳이며, 무엇을 하는지 직접 현장을 찾아가 물어보았다.

키 성장의 핵심 요소는 영양·운동·스트레스·생활습관

키를 성장시켜 주겠다는 곳에서 쓰는 방법들은 대부분 한정적이다. 병원에서는 성장호르몬을 몸에 주사하는데, 그 자체의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 부작용의 우려를 간과할 수 없다. 또한 집에서도 꾸준히 관리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기 때문에 여러 모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호르몬의 분비를 늦추기 때문에 2차 성징이 늦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한의원에서는 신체의 성장을 돕는 영양을 중심으로 하는 한약으로써 키를 키운다. 하지만 이는 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종의 촉매제 역할만 할 뿐이다.

성 대표와 백 소장은 키 키우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봐야 한다고 말한다.

“키에 있어서 유전적인 부분은 불과 20~30%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 외에 운동이 20%이고 영양이 나머지 부분을 차지합니다. 즉 저희는 후천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직도 일부 학자들은 유전의 영향이 키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키 성장에 미치는 요인들과 키를 키우기에 적절한 시기를 제대로 아는 것입니다.”

성제혁 키 메이커 대표.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유전적인 부분은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기에, 후천적인 노력을 강조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키 메이커’에서는 이런 막연한 불안감을 과학적인 근거로 해소한다.

“유전 외에 키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무척 많습니다. 연령·성별·호르몬·염색체·질병·사회 경제적 여건·지역적 상황·영양·스트레스·운동·생활습관·수면 등입니다. 그중 영양과 운동, 스트레스, 수면 그리고 생활습관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희는 이 부분에 집중해 최대한 키를 키워줄 수 있는 최선의 환경을 만들고 있습니다.”

영양이나 운동은 물리적으로 제어가 가능하겠지만, 스트레스와 수면은 어떻게 관리할까? 백 소장은 뇌 과학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했고, 이와 관련된 논문을 40편 이상 발표한 권위 있는 전문가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불안함과 초조함이 지속되어 숙면하지 못한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키와 연관된 호르몬인 성장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예민해지고, 이는 식습관에도 영향을 미쳐 편식으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할 경우 코티졸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는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하고 성장을 방해한다.

생리학적인 측면에서 보면, 일시적이고 가벼운 스트레스는 뇌 기능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신경세포를 위축시킨다. 아드레날린이라고 하는 스트레스 호르몬은 기억과 학습을 관장하는 해마라고 하는 뇌 기능을 저하시키며, 성장호르몬의 생성을 억제한다. 종종 스트레스를 받으면 속이 아파지는 경우가 있다. 뇌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위산의 분비가 촉진되고, 반면 위 점막을 보호하는 점액의 분비는 억제된다. 점막의 방어 기능이 저하되어 위산이 위벽의 일부를 파괴해서 속이 아파지는 것이다.

사람의 뇌파를 측정해보면, 스트레스 외에도 성장에 관련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키 메이커에서는 280명의 초등학생 저신장 아이들과 표준 신장 아이들의 뇌파를 측정해 분석했다. 그 결과 저신장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능력은 떨어지고 육체적·정신적인 산만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는 키 성장에 방해가 되는 영양 상태, 스트레스, 생활습관, 수면장애 등으로 인해 몸의 항상성(Homeostasis, 체온, 혈압, 체액의 pH, 체내에서 필요한 물질의 양)이 많이 떨어져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라고 백 소장은 말한다.

 

뇌파 측정은 키 성장과 맞닿아 있다

뇌파는 뇌 세포 간에 정보를 주고받을 때 발생하는 전기적인 신호의 총합을 뜻하며, 뇌의 상태를 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키 메이커에서는 뇌파를 활용해 키 성장, 즉 신체적인 건강에서 나아가 정신적인 건강까지 좋아지도록 이끈다.

“뉴로피드백이라고 하는 뇌파 훈련은 뇌 발달에 필요한 뇌파를 스스로 조절해 뇌신경 네트워크를 발달시키고, 뇌의 가소성을 향상시킵니다. 따라서 뇌신경조직과 네트워크를 재조직하고 재구성해 뇌를 스스로 활성화하게 하는, 과학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뉴로피드백 훈련을 하면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극이 들어와도 적절하게 반응하게 되어 자율신경계의 조화가 균형을 잡게 되고, 체내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되어 몸의 항상성이 높아지게 됩니다”라고 백 소장이 뉴로피드백에 대해 설명했다. 

백기자 키 메이커 연구소장.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실제로 뉴로피드백 훈련은 ADD/ADHD(Attention Deficit Disorder/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주의력 결핍 장애/과잉 행동), 정서 장애, 치매, 간질, 우울증 등 특수 질병에 적용한 연구 결과가 미국에서 1960년대부터 발표되었다.

뉴로피드백 훈련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는 가벼운 두통·우울증·만성 피로 증후군·불면 등의 정신 건강 분야, 학습 능력 향상·주의력 결핍·지능 지수 향상 등의 학습 분야, 예술가·연예인·스포츠 선수·경영인의 능력 향상을 위한 능력 개발 분야, 잠재력을 깨워 주는 명상 개발 분야 등 다양하다. 스트레스 감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논문들이 보고되고 있으며, 운동선수들의 경우 집중력이 향상되어 경기 실수율이 감소했다는 결과가 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뇌파 훈련은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뇌 과학 분야의 전문가인 백 소장은 아이들의 뇌파 훈련 결과를 모두 직접 관리하며, 3개월마다 재실시해 업데이트되는 결과를 꾸준히 챙긴다. 하지만 백 소장이 관리하는 것은 뇌파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신체적·정신적 검사 통해 문제점 찾고 최종 키 예측한다

키 메이커에서는 뉴로피드백 훈련을 통해 스트레스와 수면을 관리하고, 운동과 영양 역시 개개인에 따라 맞춤으로 처방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의 종합적인 상태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 필수다. 키 성장을 위해 고민하는 아이가 키 메이커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체성분 검사, 뇌파 검사, 성향 검사를 하게 된다. 이 결과를 분석하여 보완해야 할 부분을 찾아낸다며 백 소장이 검사에 대해 설명했다.

“체성분 검사를 통해 신체를 구성하는 체수분과 단백질, 무기질, 체지방의 양을 체크해 영양평가를 합니다. 비만을 평가하면서 신체의 상·하체, 좌우의 균형 정도, 기초대사량을 확인함으로써 몸의 항상성 능력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신체의 변화를 추적하는 객관적인 자료로 사용됩니다. 체형 검사는 몸을 스캔하여 하는 검사로 신체의 긴장도, 척추 상태, 골반 각도, 견갑골 각도, 다리 휨 정도, 바른 체형, 혈액 순환 상태를 알려줍니다. 뇌파 검사는 설문지나 문제 풀이 같은 간접적인 방식과 달리 뇌의 발달·활성·균형 상태, 주의집중 능력, 휴식능력, 학습능력 등을 분석합니다. 자율신경계의 자기조절 능력과 뇌의 발달 정도, 뇌의 각성 정도와 긴장도,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의 정도, 좌뇌와 우뇌의 균형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검사 결과들을 종합해 상태를 판단하고, 아이의 최종 키를 예측해낸다. 키 메이커를 방문하는 아이의 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이다. 최종 키는 의학계에서 사용하는 유전계산법과 사람의 성장단계를 종합해서 나온 것이다. 유전계산법은 남자는 (아버지 키+어머니 키)÷2+6.5이고 여자는 (아버지 키+어머니 키)÷2-6.5이다. 하지만 이 방법은 성장단계나 체형, 생활 습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유전적인 영향만 따진 것이라 정확도가 낮고 오차 범위 5㎝를 감안해야 한다. 즉, 유전적인 부분과 과학적인 근거를 혼합하여 결론을 내린다는 것이다.

백기자 소장(왼쪽)과 성제혁 대표.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그런데, 여기서 또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어떤 데이터를 근거로 해서 최종 키라는 숫자가 나온 것일까.

“2013년부터 ‘스마트 건강 지킴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경기도 광명시의 22개 학교의 학생들의 건강을 관리해왔습니다. 매달 1회씩 학생들의 키, 몸무게, 체지방량, 성장 점수, 흡연 점수 등을 측정해 측정 결과와 맞춤형 운동 처방을 학부모들에게 제공한 것입니다. 현재까지 약 25만건의 데이터가 쌓였고 올해 안에 30만건이 될 것입니다. 이 정도로 방대한 실측 데이터를 근거로 체형 검사를 하고 최종 키를 예상하는 곳은 키 메이커뿐입니다.”

힘주어 이야기하는 성 대표와 백 소장의 모습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예전보다 아이들의 성장의 속도가 많이 빨라지고 있는데, 현재 아이들의 성장 상태를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으니 그만큼 여유 있다는 것이다.

“점점 2차 성징이 빨라지는 추세인데, 저희가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여자 아이는 초등학교 6학년까지, 남자 아이는 중학교 3학년까지 키가 큰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즉 이 시기를 넘기면 키가 크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개인별 상태에 맞춘 체계적인 훈련과 생활습관 관리까지

백 소장이 성장 트레이닝실, 뇌파 훈련실, 마사지실 등을 직접 열어주며 안내했다. 트레이닝실에서는 각 개인의 상태에 맞게 만들어진 운동처방을 전문가와 함께 1:1로 실시한다. 뇌 발달에 도움 되는 운동도 함께 하며 집에서 할 수 있는 성장체조도 숙지하게 해준다. 센터를 방문하지 않는 날에도 집에서 꾸준히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뇌파 훈련실은 뉴로피드백 훈련을 하는 곳으로 정서적인 안정을 극대화해준다. 훈련은 게임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흥미 유발, 주의집중력, 긴장 이완을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모니터를 통해 뇌파 정보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뇌신경 네트워크를 발달시킨다. 또한 수면이나 면역, 키 성장 프로그램으로 편안한 자세로 명상하듯이 하기도 하며, 시·지각훈련, 청·지각훈련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된다.

마사지실에서는 마사지를 통해 개인의 응결점과 비뚤어진 척추를 교정하고, 약화된 장부 기능을 향상시킨다. 마사지는 운동과 함께 체형을 교정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렇게 사람마다 각각 다른 운동처방과 뇌파 훈련, 마사지가 총 90분 동안 실시된다. 앞서 얘기했듯 식습관과 생활습관도 키 성장에서 중요한 요소이기에 이 역시 관리 대상이다.

아이가 처음 방문하면 체형측정차트, 생활습관 문진표, 신체변화 문진표를 작성하게 한다. 체형측정차트에는 체형 측정 결과와 연구소장의 의견이 기록된다. 생활습관 문진표는 평소 식사와 수면,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인지 체크한다. 아이가 센터를 방문할 때 꼭 들고 와야 할 것은 생활습관지와 식사·수면일기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성장 스트레칭과 성장 운동을 처방해준 뒤 이를 규칙적으로 시행하고 여기에 기록하게 한다. 매끼 식사한 것과 섭취한 수분의 양까지 적게 한다. 수면 역시 성장에 중요하기에 몇 시간을 잤는지, 숙면을 취했는지 적어야 한다.

키 메이커에서 보내지 않는 시간도 꼼꼼하게 관리하는 셈이다. 아이들이 제출한 생활습관지, 업데이트되는 체형과 뇌파 검사 결과, 훈련 데이터들은 모두 백 소장에게 공유된다. 이렇게 백 소장은 어떤 아이 하나 놓치지 않고 “다 보고 있다”고 말한다.

식사 일기를 쓸 때 하루 섭취한 수분량을 기록하게 하는 이유를 묻자 백 소장은 단호하게 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키가 큰다는 것은 뼈의 길이가 늘어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뼈는 단백질과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때문에 수분의 섭취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필수적입니다. 하루에 몸무게의 4%가 되는 물을 마시기를 권합니다.”

사실, 키가 큰 진짜 이유가 키 메이커의 관리 덕분인지, 아니면 자연적으로 큰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 않을까? 다소 조심스러운 질문에 두 사람은 오히려 자신 있게 대답했다.

“학부모들이 그런 질문을 많이 합니다. 저희는 항상 작년에는 아이가 얼마나 컸느냐고 반문합니다. 키 메이커를 방문한 뒤에 키가 더 컸음을 증명해주는 데이터가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센터에서는 세 달마다 체형과 뇌파 검사를 하는데, 비포(before)와 애프터(after) 결과를 비교해보면 아이의 상태가 좋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의 학부모는 인정을 합니다.”

키 메이커를 방문한 아이들 중 키 성장에 실패한 경우는 1건뿐이며, 이 사례 또한 아직 훈련하며 지켜보는 중이라고 한다. ‘살이 키로 간다’ ‘군대 가면 키가 큰다’ 등 근거 없는 속설은 이제 잊어버릴 때가 됐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아이의 키가 크는 시기는 제한적이며, 클 수 있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1㎝라도 더 클 수 있다”고 조언을 덧붙였다. 센터와 동명의 책 <키 메이커>를 최근 출판했으며, 그동안 쌓은 노하우와 키 성장에 관련된 지식들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