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즈미 시 악연사의 단풍.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정확한 표현일 게다. 적어도 여행에 있어선. 정서적으론 꺼림칙하지만 가까운 지리적 특성과 수많은 볼거리는 여행 본능을 일깨운다. 그래서일까. 비자카드 설문에 따르면 한국인이 앞으로 2년 내 가장 떠나고 싶은 여행지로 꼽혔다. 가을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 일본 시네마현은 여행객의 오감을 자극한다.

한국인이 2년 내 가장 떠나고 싶은 여행지는 일본이다. 비자카드가 전 세계 23개국 1만16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 비자 글로벌 여행 의향 조사’ 결과다. 비자카드에 따르면 한국인 여행객 4명 가운데 1명이 향후 2년 내 일본을 여행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까운 지리적 특성과 수많은 볼거리가 이유로 꼽혔다.

올해 유독 일본 여행을 꺼림칙하게 생각했던 이들이 많았다. 대지진으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혹여 방사능 피해는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는 듯 하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이즈모 신사 ‘천생연분 점’ 이색체험, 피로함을 한번에 풀수 있는 온천욕을 통해 가을의 정취를 느껴보자.


3월 지진이 일어난 이후 6개월의 시간이 흘렀고 일본 정부 당국에서 안전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진 발생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여행지를 찾는다면 걱정은 잠시 내려 놔도 좋다. 오히려 한적하고 여유로운 여행이 기다리고 있다.

혼슈지역은 지진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았다. 지진 피해를 입은 이바라키 현에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시마네 현은 혼슈에서도 남서쪽에 위치, 한국에 가까워 안전한 지역이다.

시마네 현은 동쪽으로는 잘 알려진 돗토리 현, 서쪽으로는 야마구치 현, 남쪽으로는 히로시마 현과 인접해 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한국을 정면으로 위치했다. 한국에서 가까워 이동하는데 무리가 없다.


요나코 공항을 이용하면 언제나 방문이 가능하다. 과거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한국과 교역이 활발해 문화의 선진지역으로 볼거리가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이즈모 지방으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이즈모 신사 ‘천생연분 점’ 이색체험
최근 이즈모 지방을 찾는 현지인들의 발길이 늘었다. 그것도 젊은이들이다.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야에가키 신사다. 관광과 동시에 인연에 대한 점을 치기 위해서다. 신사에 가는 길에 가가미노이케라는 작은 연못에 종이를 띄우고 그 위에 동전을 올린 뒤 가라앉혀 점을 친다.


동전이 가라앉는 속도가 결과다. 동전이 빨리 가라앉으면 가까이에 인연이 있고, 천천히 가라앉으면 인연이 멀리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일본에선 10월은 신이 없는 달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즈모 지방에서만은 신이 있는 달로 불린다. 일본 전역의 신들이 이즈모 지방에 모여 회의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야에가키 신사를 들렸다면 이즈모 대사를 둘러봐야 한다. 거대한 규모의 신사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일본 제일 크기를 자랑하는 오토리아를 비롯해 가구라 전에는 높이 13미터, 둘레 9미터, 무게 3t에 달하는 주련승이 있다.

신사를 오가다 보면 가을철을 맞아 예쁘게 물든 단풍도 볼 수 있다. 이즈미 시에 있는 악연사의 단풍은 절경 중 절경이다. 마쓰에 시의 퍼겔 파크도 단풍 관광지. 연회를 여는 것도 가능해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마쓰에 시는 마네현의 행정과 경제의 중심 도시로 수로가 잘 정비된 물의 도시로 불리는 곳이다.

물의 도시로 불리게 된 것은 마쓰에 성을 축성할 때 많은 수로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마쓰에 성은 산인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아성이 보존된 곳으로 진지호수와 다이산을 볼 수 있는 전망실이 있다. 운이 좋게 시간이 맞는다면 마쓰에 시 방문 기간 전통 행렬을 볼 수도 있다.

이와미긴잔 400년 광산유적도 볼만
오래 된 역사의 흔적을 느끼고 싶다면 이와미긴잔을 찾아보자. 이와미긴잔은 400년에 동안 명맥을 이어온 광산 유적을 자랑한다. 채굴된 것은 은으로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에까지 수출됐다. 16세기 세계에 유통된 은의 1/3이 채굴됐다고 한다.

지금도 채굴에서 반출까지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 광산지역이지만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져 조화로운 성장을 한 것도 눈에 띈다. 은광 주변은 풍부한 산림에 둘러싸여 신비로운 느낌을 연출하고 시골 거리의 풍경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이와미긴잔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개미집처럼 패인 마부라 불리는 갱도 체험이다. 500여 곳 남은 갱도 중에서 1715년에 굴채한 류겐지마부의 일부는 실제로 걸어서 견학할 수 있다.

특히 방문 전 인근의 라칸지 절을 들러 오백나한을 본 뒤라면 감동은 배가 될 것이다. 오백나한은 은광에서 일하다 세상을 뜬 사람들과 선조들을 공양하기 위해 월해정인이 발원하여 1766년, 25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완성했다. 라칸지 절은 이 오백나한을 지키기 위하여 지어진 것으로 길 건너편의 긴잔가와 강 돌다리를 건너면, 바위산에 3개의 석굴이 있다.

좌우의 석굴에는 총 501개의 나한상이 안치되어 있다. 아디치미술관도 꼭 방문해야 할 필수 코스 중 하나다. 일본 정원과 일본 화가 컬렉션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정원의 풍경이 일품이라는 평가다.

여행의 피로는 뜨끈한 온천에서 말끔히
일본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온천이다. 시마네 현에서도 마찬가지. 미사사 온천, 다마스쿠리 온천 등은 일본 현지에서도 물이 좋기로 소문난 곳이다. 욕탕에 몸을 담그고 눈을 감으면 여행의 피로 따윈 말끔히 씻어낼 수 있다.

아디치미술관 앞에는 사기노유 온천이 자리 잡고 있다. 54도, 산도 7.7의 온천물로 피로를 푸는 것이 가능하다. 조금 더 좋은 온천을 방문하고 싶다면 마쓰에 시 인근의 수천각, 옥천호텔을 찾으면 된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