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주말 잘 아는 분의 점심 대접을 받았습니다.

소식을 하는 편이라고 미리 양해드렸으나,

정성껏 시골 인심으로 준비하고,퍼주시는 그분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나로서는 과하게 먹었어도 여전히 음식이 많아

고민 끝에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날 오후 내내 과식으로 몸도,

정성을 다해준 그분께 실례를 한듯해 마음도 불편했습니다.

이렇게 내가 소식을 해야 하는 체질이라는 것을

안지가 몇 년이 안 되었습니다.

이십여년 가까이 해온 종합 검진에서 아무 말 없다가

몇년전 검진후 문진시, 노의사께서 해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선생은 태생적으로 위가 적어 과식하면 무리가 바로 나타납니다.

반면 폐는 커서 좋으시겠습니다“

그 얘기를 들으니 좀 무참해지는 기분였습니다.

나이 들어서, 아님 내가 무리를 해서 가끔 소화가 안되는 것이라

생각해왔던 것이 일단 어이없게 된 것이죠.

또 이런 몸의 구조를 진즉 알았더라면,

오래전에 꿈꾸었던 ‘마라토너의 꿈을 펼칠 수도

있었을텐데‘하는 억울한 생각도 들었습니다.

말 그대로 억하심정이겠지요.

 

최근 이발소에서의 경험입니다.

귀옆머리를 좀 더 짧게 쳐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이발소 사장님 왈 “그러잖아도 얼굴이 긴데,

옆머리를 짧게 올리면 얼굴이 더 길어 보입니다“

그가 권하는 대로 그대로 했겠지요.갸우뚱 하면서도요.

양복점에서 양복을 맞출 때,옷의 품과 길이를 얘기하며,

내게 팔과 다리가 짧으니,최대한 길어 보이도록

추천하겠다는 얘기를 합니다.그렇게 해달라고 맡길 수 밖에요.

결국 나에 대해서 모르거나, 자신없어 할 때

그걸 얘기해주는 분의 말을 따르게 될터.

늦게라도 나에 대해 더 아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도 들지만,

기분은 영 그랬습니다.

 

내년초 졸업을 앞둔 취준생 아들이 있습니다.

요즘 취업 준비하며, 자신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텐데,

이렇게 자신에 대해 영육간에 진즉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을 미리 알도록 도와주고 싶고,

그게 인생이라고도 말해주고 싶습니다.

 

 

필자는 삼성과 한솔에서 홍보 업무를 했으며, 현재는 기업의 자문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중년의 일원으로 일상에서 느끼는 따뜻함을 담담한 문장에 실어서, 주1회씩 '오화통' 제하로 지인들과 통신하여 왔습니다. '오화통'은 '화요일에 보내는 통신/오! 화통한 삶이여!'라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필자는 SNS시대에 걸맞는 짧은 글로, 중장년이 공감할 수 있는 여운이 있는 글을 써나가겠다고 칼럼 연재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이코노믹 리뷰> 칼럼 코너는 경제인들의 수필도 적극 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