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카야마현에서 포도를 이용한 6차산업화에 성공한 오타 요시미 씨 가족(출처 : 가후간 농장)

6차산업 선진국 일본에서는 농가들이 단순하게 한가지 작물을 생산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현장 농가에서 재배 작물은 가공식품으로 만들고, 작물 생산 품종은 다각화하여 유통판로의 확대를 통해서 대중에게 사랑받는 농산물을 생산해낸다. 판매처에 성격에 따라 '컷 과일' 등 작물의 공급형태도 달라진다. 이같이 단순 생산을 지양하고 가공과 판로 확장을 통해 2차, 3차의 부가가치 창출을 기하는 '포트폴리오' 농업이 확대되고 있다.

‘포트폴리오’ 영농의 장점은 작황이나 경기 호불호의 리스크를 최소화 할수 있다. 작물의 가공식품화는 수입 예측과 함께 작물 가격이 하락할 경우 일종의 ‘버퍼’(buffer) 역할을 할 수 있고, 계속해서 사랑받는 핵심 브랜드로 개발되어지기도 한다.

오카야마 현 기비츄오쵸에서 2012년 7월부터 피오네(거봉포도와 유사) 재배를 하고 있는 오타 요시미 씨는 막연하게 창농을 생각했다가 2009년 와카야마현 기노가와 시에 위치한 ‘칸논잔 후르츠 가든’이라는 농장에서 일하면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칸논잔 후르츠 가든은 6대 째 감귤 농사를 짓고 있는 전통있는 농가였지만 4대 때부터 밀감, 레몬, 그레이프후르츠, 오렌지 등을 생산하며 작목을 다변화했다. 그리고 레몬 시럽, 오렌지 잼 등을 만들어 내며 가공 기반을 다졌다. 오타 씨는 이 과정에서 ‘취업연수생’으로서 가공을 염두에 둔 재배 방법에 대해 깊게 연구하게 됐다. 그는 “과거에는 농사 하면 막연하게 작물 수확에 초점을 맞추는 줄 알았지만, 생산, 가공, 판매 등으로 소득원을 다변화하는 농장의 모습에 깊은 감화를 받았다”고 최근 일본 농림수산성의 과일포럼 발표에서 이야기했다. 일본의 경우 전체 과일 유통량(2015년 기준, 농림수산성 조사) 중 31%(320만 톤) 가량이 가공품으로 판매되고 있어 인기가 높은 편이다.

▲ 5대째 와카야마에서 감귤 농사를 지은 '칸논잔 후르츠가든'이 개발한 '칸논잔 레몬시럽'(출처 : 칸논잔 후르츠가든)

이에 따라 오타 씨는 2013년 새로 창농(創農)을 하고 나서도 6차 산업 인증을 받는 데 주력했고, 2014년에는 건포도, 포도 잼, 과자 등을 생산하여 오사카 한큐 우메다에 위치한 백화점이나 오카야마의 특산물 코너에 상품을 넣을 기회를 계속 찾았다. 오타 씨의 사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계기는 지역의 레스토랑과 협업하여 건포도를 납품하면서부터였다. 오타 씨는 이 때부터 과일 시장에 대한 새로운 고객들의 수요를 파악하게 됐다. 우선 과일의 무게나 가격 등을 우려하는 젊은이들이 컷 과일(먹기 좋게 잘라진 과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에 포착했다. 그리고 후르츠 케이터링이나 과일 디저트 차림 레슨 같은 서비스들도 시작했다. 이는 일본 중앙과실협회의 과일 소비 관련 조사(2015년, 복수응답 조사) 결과와도 맥락이 맞는 대목이다. 이 조사에서는 과일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로 ‘컷 과일 형태로 편의점에서 판매’(23%, 3위)를 제시한 바 있다.

오타씨의 관점은 “농업인은 재배자가 아니라 경영자이자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는 신념에 기초한다. 우선 생산 작목에 집중했을 때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서 가공, 유통 등에도 종사하는 한편 신품종 개발에도 박차를 가했다. 비슷한 여성 농업인들과의 네트워킹도 중요한 대목이다. 오타 씨는 2013년 일본 농림수산성이 발족한 ‘농업여자프로젝트’ 중 오카야마 현의 조직을 맡아 운영을 하고 있다. 비슷한 6차산업 농가들끼리 연대하기에도 좋을 뿐더러 함께 마케팅을 하기에도 적절한 네트워크다.

일본에서 체험형 관광 및 농식품 분야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대겸 플랜넷 코퍼레이션 전무는 “일본에서는 전작(專作: 단일 작목에 집중해 농사를 짓는 것)으로 인한 농업소득이 다른 국가에 비해서 높은 편이지만, 여전히 작황이나 경기 등의 불확실성이 있기 때문에 가공품과 함께 생산할 것을 권유한다. 6차산업화는 점점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