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과 “지금 손을 대면 인생퇴장당한다”는 우려가 공존하는 불확실성의 시대. 국내 최대 수준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원의 차명훈 대표(29세)를 만나보았다.

 

코인원, 오로지 기술만 생각하다

차명훈 대표는 대학을 졸업한 후 잠시 스타트업에 입사했다가 2014년 2월 현재의 코인원을 설립했다. 대학 시절 보안기술을 전공하면서 국제 해킹대회에서 입상해 일각에서는 ‘해커 출신 천재 개발자’로 그를 소개한다. 하지만 차 대표는 “천재도 아닌 데다 해커 출신이라고 말하기도 애매한 부분이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코인원은 ‘블록체인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 시스템을 혁신한다’는 슬로건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 블록체인 해외송금 서비스인 크로스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가상화폐 결제 솔루션 기술도 가지고 있다. 5월 기준 코인원을 거쳐간 거래액만 3조8000억원에 이른다. 국내 유수의 은행 및 카드사들이 모여 만든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금융권 컨소시엄’에 스타트업으로는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왜 가상화폐 거래소를 창업했을까. 차 대표는 “그냥 시장에 들어온 것이 아니다”며 “최고의 기술기반 거래소를 만들어보자는 뚜렷한 목표가 있다”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금융혁신을 끌어내는 것이 최종 목표. 차 대표는 “가상화폐 시장이 열리며 금융의 개혁이 벌어지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건전한 가상화폐 거래를 위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일차적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단순한 거래 플랫폼이 아닌 기술을 중심으로 고도의 사용자 경험을 추구해 핀테크적 관점에서 금융혁신을 일으키고, 그 중심에서 코인원이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뜻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차 대표는 “기술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시장에 진입했으나, 순전히 기술에 대한 자신감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기존 은행을 비롯한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협업하고 함께 고민하는 것이 제일 힘들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믿음은 여전히 확고하다는 설명이다. 차 대표는 “코인원에서 취급하는 가상화폐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범위를 조금씩 늘려 일종의 핀테크 플랫폼이 되겠다는 포부다.

 

가상화폐 열풍, 이대로 괜찮은가

차 대표는 현재의 가상화폐 열풍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상황에서 절대 단기적인 시장으로 끝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금융시장이 커지면서 새로운 사용자 경험에 대한 열망도 커지고 있으며 가상화폐 시장도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가 자체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가상화폐는 불확실성이 높지 않을까. 차 대표는 “우리나라는 금융시장의 크기보다 오히려 가상화폐 시장이 지금까지 작았던 것”이라며 “2010년대 초반 비트코인 열풍이 불었고, 이번에 다시 부흥기가 오면서 시장이 조금씩 안정화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래도 가상화폐 시장 자체가 투기로 흘러가는 분위기는 분명히 있다. 차 대표는 “물론 시장 자체가 현 상황에서 약간 과열되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며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가상화폐 시장에 들어와 묻지 마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서 투기성 투자가 벌어진다는 것. 이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코인원은 가상화폐에 대한 정보와 최신 트렌드를 공유할 수 있는 보고서를 주기적으로 만들어 건전한 투자 문화를 촉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큰 그림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차 대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는 금융시장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며 단기적 성과에 천착하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그는 “당장 해외송금만 봐도 기존 은행을 통해 송금하려면 막대한 수수료를 물어야 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가상화폐는 낮은 수수료와 실시간에 가까운 송금을 보장할 수 있다”며 “혁신의 요소가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는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랜섬웨어 해커가 비트코인으로 돈을 요구하는 등 가상화폐가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역발상을 주문했다. 차 대표는 “해커가 왜 비트코인을 선택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빠르고 편리한 신흥기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해커가 애용한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차 대표는 “세계의 비트코인 거래소는 철저한 실명인증을 기반으로 하며 거래는 익명성이지만 이를 실제 돈으로 환산할 경우 어떻게든 발각될 수밖에 없다”며 “범죄의 측면에서 보면 가상화폐는 기존 화폐와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해킹 등 인프라 자체가 불안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각 사업자가 최우선으로 노력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면서도 “업계 자율적으로 경쟁력을 키워 시장의 냉엄한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인원의 기술기본 전략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나아가 과도한 정부의 규제도 경계했다. 차 대표는 “홍콩의 비피넥스는 정부가 직접 나서 보안 인프라를 챙겼으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관료주의의 허점으로 해킹에 무너지고 말았다”며 “시장에서 선택받기 위해 각 사업자들이 기술 인프라를 키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차 대표는 “새로운 비즈니스는 분명 위험하다”면서도 “아무도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새로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런 관점에서 지나치게 보수적인 국내 분위기를 질타하기도 했다. 그는 “금융계와 정부에 새로운 핀테크 실험을 제안하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가 ‘외국은 어떻게 하고 있는 사례를 모아달라’는 말이었다”며 “이런 방식으로는 가상화폐 시장은 물론 글로벌 ICT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결국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절묘한 운용의 묘를 보여줘야 한다. 차 대표는 “가상화폐 시장이 필요 이상으로 뜨거워지고 있지만 공과를 면밀하게 파악해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가치를 찾아야 한다”며 “강력한 기술 경쟁력으로 핀테크 이상의 금융혁신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