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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일본이 두려운 이유 (3)강병호 배재대학교 한류문화산업원장
강병호  |  bhkangbh@pcu.ac.kr  |  승인 2017.07.11  08:00:05
   
▲ 강병호 배재대학교 한류문화산업대학원장


공무원들은 역시 빠르다. 지난해 이맘때 공문서 페이지, 페이지 마다 ‘창조’혹은 ‘창조경제’란 단어가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1년도 지나지 않아 죄(罪) 없는 단어 ‘창조’는 대한민국 관공서의 금기어가 되어 가는 것 같다. 그 자리를 ‘4차 산업혁명’이 차지하고 있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지난 10년의 국가 비전은 구호로 시작하고 물거품 같이 사라졌다. 돌아보면 집권층조차 처음부터 슬로건으로만 생각했고 혁신에 대해 고민은 있었는지 의심도 든다.

2012년 말,  2013년 초,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박근혜 대통령은 거의 같은 시기 집권했다. 두 정치인의 국가경제 혁신전략에 어떤 차이가 있었는지 보는 것도 ‘4차 산업혁명’이 또 다른 유행어인 지금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두드러진 차이는 전략 로드맵이다. 아베정부는 2013년 집권하자마자 ‘국가전략특구법’을 제정하고 2014년 이후 매해 정책을 강화·확대하는 등 개혁 시리즈를 시리즈로 내놓은 반면 박근혜정부에서 이와 유사한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발의 것이 지난해 5월,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터지기 4개월 전이다. 이때는 최순실이 아니더라도 5년 단임제 대통령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시기였다.

미뤄 보면 박근혜 표‘창조경제’에는 세계적 기술변화를 분석하고 치밀한 전략과 로드맵을 통해 집권 중 하나의 성과라도 만들어 보자는 의지가 부족했다고 생각된다. 박근혜정부에서 출범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 각 지역마다 대기업이 참여하고 관리에 참여하는 기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이한' 이란 뜻은 한국 재벌·대기업과 중소·벤처가 지금까지 어떤 생태계에서 살아왔는지 아는 전문가로서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구의 삼성, 대전의 SK, 광주의 현대차와 그 지역 벤처 창업자들이 성경에서 말하는 ‘사자와 어린양이 함께 뛰노는’것 같은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믿은 것 같다.

두 번째 차이는 정부역할이다. 일본은 중앙정부가 적극 정책을 추진하며 총리 중심의 특구자문회의의 설치를 통해 중앙정부가 총 지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특명 특구담당 장관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추진을 중앙으로 집중시켰다. 일본 특구자문회의는 관계부처에 대한 조치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여 민간의 요구사항이 빠른 시간 안에 반영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한국은 지방정부의 요청에 따라 관련 산업을 진흥하는 심하게 말해 지역 중심으로 알아서 하라는 식이었다. 늘 문제가 된 정부 역할에 대한 혁신도 부족했다. 정부가 진흥사업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감사, 행정지도 때문에 오히려 사업이 지연되는 종래의 문제점도 달라지지 않았다. 공무원 권력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이런 개혁방식은 늘 5년 단임제의 짧은 시간표 안에서 좌절됐다. 권력의 시간은 공무원의 편이었다.

세 번째 공익·사익을 섞어버린 박근혜 전 대통령 특유의 문제점이다. 지난해 9월부터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하나 하나 세상에 폭로됐다. 박 전 대통령은 한국에 꼭 필요한 개혁과제와 측근과 재벌의 사적 이익을 섞어 버림으로써 개혁이슈가 조롱의 대상이 되거나 담론의 방향이 기술에서 이념으로 변질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어 ‘규제 프리존 특별법’도 일본의 유사한 ‘국가전략 특구법’을 참조하면서 혁신 포인트는 놓친 채 ‘최순실’, ‘정유라’와 연관된 삼성, SK가 개입될 개연성만 문제로 남아 아직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혁신기술에 의한 신사업 육성은 ‘신자유주의’비판 같은 이념논쟁과는 그 궤가 다르다. 탄핵, 구속, 재판으로 고초를 겪는 전 대통령을 손가락질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와 같은 저급한 사건을 ‘창조’, ‘융합’ 같은 혁신 이슈와 섞음으로 한국이 미래에 가야할 진입로마저 막아버린 점은 박 대통령이 심각하게 비판받아야 한다. 미래를 위한 종자마저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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