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로테라스로 연결된 고가 브릿지.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윤희

대형 오피스 건물의 풍경은 수년 전만해도 엇비슷했다. 1층 로비에는 리셉션 데스크와 시중은행의 지점이 입주해 있고, 지하 아케이드는 빌딩 근무자들을 위한 식당과 소매 상점들이 촘촘히 얽혀 미로를 이룬 모습이 보통이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도심의 신축 빌딩 중심으로 오피스 건물의 모습이 달라졌다. 대표적 사례가 광화문 도심 업무지구에 위치한 디타워(D타워).

디타워는 대형 오피스 빌딩중 이례적으로 1~5층을 리테일 시설로 설계해 시내 유명 식음료(F&B)업체와 화장품 로드샵, 글로벌 SPA 의류 브랜드 등을 유치, 화제가 됐다.  

식음료를 중심으로 한 리테일 시설은 지상으로 진출하면서 더욱 진화했다.

서울 도심의 다른 프라임급 빌딩인 그랑서울에는 ‘식객촌’이라는 맛집 버전의 ‘편집샵’이 있다. 허영만의 '식객'에 소개된 전국의 유명 식당들을 모아놓았다는 컨셉이다. 유명 맛집들을 한 곳에 선보이는 이 같은 형태의 재임대 리테일 업체를 업계에서는 ‘셀렉 다이닝숍’이라고 부른다.

서울 시내 대형 빌딩에 입접한 셀렉 다이닝 업체들은 ‘오버더디쉬’, ‘고메이494’, ‘식객촌’, ‘킵유어포크’, ‘식탁愛행복' 등이다.

▲ 서울로테라스 빌딩 저층에 위치한 리테일 시설의 모습.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윤희

오피스 빌딩에 맛집들이 문을 열면서 상주 직장인 뿐만 아니라 외부 고객까지 수요층이 확대됐다.

인기있는 리테일 시설이 위치한 빌딩은 유동인구가 늘고, 오피스 인지도도 같이 상승했다. 오피스 저층부의 리테일 전환 후 임대료가 118% 가량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왔고 빌딩 가격도 자연히 상승했다.

빌딩 가치를 더해준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기존 오피스 빌딩들도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리테일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지난해 한 외국계 부동산 회사의 자료에 따르면 오피스 내 리테일 면적 증가율은 오피스 면적 증가율의 3배에 이른다.

캡스톤자산운용과 함께 대우조선해양 사옥을 1700억원에 매입한 오리온파트너스는 빌딩의 저층부(1-3층)를 리테일 시설로 변경 공사 중이다.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블랙스톤이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부터 사들인 강남 캐피탈타워도 리테일시설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리모델링 공사의 가닥을 잡았다.

최근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서울역 인근의 대우재단 빌딩도 저층의 리테일 시설이 돋보인다. 1985년 8월에 준공한지 32년만에 서울역 역세권에 입지한 지하4층~지상18층 중형 오피스전용 빌딩이 이처럼 주목받게 된 것은 서울시의 역작이라는 ‘서울로 7017’ 덕분이다.

▲ 서울로테라스 빌딩으로 새 단장한 서울역 대우재단 빌딩. 사진=이코노믹리뷰 이윤희

보행로로 재탄생한 서울역고가와 브릿지(연결통로)로 연결되는 빌딩은 대우재단 빌딩과 호텔 마누 뿐이다. 서울역고가가 시민에 개방되는 일정에 맞춰 대우재단 빌딩도 5월 ‘서울로테라스’라는 새 이름으로 재개장을 했다.

서울역고가에서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은 산책로의 끄트머리 남산공원 쪽에서 브릿지로 연결된 2개 빌딩을 만나게 된다. 브릿지를 통해 호텔 마누로 진입하면 호텔이 운영하는 캐주얼 펍이 있다.현재 호텔 마누에서는 국내 크래프트비어 브루어리 6개 업체가 모여 만든 팝업스토어 ‘서울맥주’가 영업 중이다.

다른 쪽 브릿지로 가면 서울로테라스로 연결된다. 브릿지가 연결된 2층에는 스타벅스, 고디바, 백미당, 스노우폭스 등 유명 프랜차이즈 맛집들이 즐비하다.

지하1층부터 3층까지 에머이, 삼백집, 한육감, 스타벅스, 고쓰부, 인디테이블, 케르반, 빌라드스파이시, 후쿠오카모츠나베. 콘타이, 번패티번 등 한식부터 태국음식, 양식, 일식, 중식, 할랄음식까지 글로벌 요리 전문점들이 입점했다.

평범한 프랜차이즈 빵집과 편의점이 전부였던 1층은 물론, 사무공간으로 쓰였던 3층까지를 모두 가로수길과 이태원에서 인기를 모은 글로벌 음식점으로 채워졌다. 

서울로테라스 입점업체인 태국 요리 전문점 ‘콘타이’의 강희석 대표는 “서울로테라스 지점을 열기 전에는 백화점에만 입점을 했다. 서울로테라스 입점 이후 매출 등의 성적에도 만족하고, 향후 여의도의 업무지구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 리테일 시설인 IFC몰 등에도 추가 지점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1~2층에 입점한 스타벅스 관계자도 “인근의 다른 지점과 비교했을 때 일매출이 약 20% 정도 높다”고 말했다. 

박소현 CBRE 리테일 서비스 이사는 “건물이 대로변에 위치한 것도 아닌데다 고가가 있을 당시 매연과 주변의 낙후된 환경 때문에 주목받기 어려운 빌딩이었지만, 서울로 연결통로와  맛집이 시너지를 내면서 현재는 직장인들이나 관광객이 일부러 찾는 명소가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