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회사의 영업부서에서 신입사원 면접을 했습니다. 면접관이 지원자들에게 ‘나무빗을 스님에게 팔아라’는 미션을 제시하자, 대부분의 지원자가 포기했습니다. 면접관은 남은 세 사람에게 미션을 열흘 동안 수행하고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열흘이 지나 면접관과 세 사람이 만났습니다. 지원자 A는 빗 1개를, B는 10개를, C는 100개를 팔았다고 보고했습니다. 면접관은 세 사람에게 어떻게 팔았느냐고 물으니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A : “머리를 긁적거리는 스님에게 팔았습니다.”

B : “신자들이 머리를 단정하게 다듬기 위해 절에 비치해 놓으라고 설득했습니다.”

C :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절의 주지 스님을 찾아가, ‘이런 곳까지 찾아오는 신자들에게 뜻 깊은 선물을 해야 합니다. 빗에다 스님의 필체로 적선소(積善梳, 선을 쌓는 빗)를 새겨주면 더 많은 신자가 찾아올 것입니다’라고 설득해 100개의 빗을 팔았습니다. 그리고 1000개를 더 주문받았습니다.”

C는 빗을 머리를 긁거나 머리를 단정히 하는 용도로 팔지 않았습니다. 그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것이죠. 빗에 ‘적선소’를 적어 스님에게 새로운 가치의 스토리를 담은 셈이죠.

조정래의 장편소설 <정글만리>에는 이런 스토리가 있습니다. 리완싱이라는 중국 상인은 명품 까르띠에에 ‘梨花’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새빨간 가죽에 황금빛 배꽃들을 수를 놓았죠. 중국인들은 배꽃을 뜻하는 이화(梨花)는 중국어 발음으로 ‘돈이 불어나다’와 흡사하다고 해 이화를 부와 번영의 상징으로 보며, 거기에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빨간색 가죽과 황금색 수를 놓았습니다. 이것을 사기 위해 중국인들을 수십미터씩 줄을 세워놓고 비싼 가격으로 구매를 하도록 유인한 겁니다. 그는 중국인의 마음을 날카롭게 파악하고 이를 상품화해 큰 성공을 거둔 이야기인데, 여기에도 바로 새로운 가치를 담은 상품 스토리텔링이 있는 셈이죠.

새로운 고객 가치를 담은 스토리텔링을 하나 더 소개하겠습니다. 필자는 지난 6월에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에서 5개 기업 상품 스토리텔링 컨설팅을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 컨설팅은 1일차에는 상품 스토리텔링 방법에 대한 강의를 하고, 2일 차에는 코칭을 겸한 간단한 컨설팅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상품 스토리텔링 컨설팅 대상은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살림센터에서 작년에 진행했던 ‘Crafr+Woman Contest 2016’에 선정된 5개 기업인데요, 그중 ‘니들진’이란 청바지 업사이클링 기업 사례입니다.

니들진 윤경진 대표는 학창시절 영화에 빠져 무작정 프랑스로 영화 공부를 위해 떠났답니다. 10여년 뒤 한국에 와서도 끊임없이 영화판을 돌아다니며 살았답니다. 그렇게 20년이 지났을 때, 화려해 보이는 영화계에 어떤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답니다. 그 당시 그녀를 잡아준 것이 반려견 ‘금동이’였답니다. 금동이는 파도에 이리저리 흘러 다니는 자신을 정착해준 닻과 같은 존재였답니다. 금동이를 통해 한 템포 느리게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고, 바느질을 배워 청바지 업사이클링을 하게 되어 마침내 니들진을 만들었답니다.

니들진처럼 청바지 업사이클링이라는 아이템은 많이 있지만, 니들진은 다릅니다. 금동이와의 인연으로 시작해서 자신의 청바지로 금동이 집과 옷을 손수 만들어준 것이 니들진의 시작입니다. 이렇게 니들진은 주인 냄새가 담긴 소재로 반려동물 용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니들진이 만든 제품은 사람과 반려견과의 인연을 이어주는 새로운 고객가치가 담긴 스토리가 있습니다. 컨설팅 미팅이 있던 날 함께 데려온 아이, 금동이는 덩치는 산만 했지만 무척 착해 보였습니다. 금동이를 사랑한 윤 대표의 마음 같았습니다.

선을 쌓은 스토리 적선소를 담은 머리빗, 부와 번영을 상징하는 이화 스토리를 담은 빨간 가죽 지갑, 반려견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니들진. 이 상품들은 머리 빗는 빗의 기능을 넘어, 돈을 보관하는 지갑의 기능을 넘어, 반려견 용품 기능을 넘어, 이들은 모두 제품 본래의 기능을 넘어 새로운 고객가치를 창출한 상품 스토리텔링입니다. 오늘 한번 우리 제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6번의 왜(Why)를 던져 보세요. 아마 6번째 물음을 던지기 전에 새로운 고객 가치가 보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