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2분기 잠정실적이 7일 발표됐다. 희비는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최고수익 기업으로 자리매김했으나 LG전자는 나름의 동력을 확보하는 선에만 머물렀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14조원, 매출 60조원이다. 전기 대비 영업이익은 41.41% 증가했고 매출은 18.69% 늘어났으며 전년 동기 대비로는 영업이익 71.99%, 매출은 17.79% 증가했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 6641억원, 매출 14조555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에 비해서는 각각 13.6%, 3.9% 증가했지만 1분기에 비해서는 각각 27.9%, 0.7% 감소했다.

▲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 부지. 출처=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삼성전자 2분기 고공실적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장기호황)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는 평가다.

현재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43%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다. 2위 SK하이닉스가 점유율 28%로 2위를 달리고 있으며 다음으로는 미국의 마이크론이 23%, 난야와 윈본드가 각각 3%와 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 37%의 점유율로 삼성전자가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도시바가 17%, 웨스턴디지털이 16%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기술 고도화를 바탕으로 인프라 구축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4일 평택 반도체 단지에서 제품 출하식을 갖고 최첨단 3차원 V낸드플래시 양산을 시작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단일 라인 기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최첨단 4세대 64단 V낸드플래시 제품을 양산해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생산설비 확충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국내외 생산 거점에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해 생산능력을 확대하고 글로벌 IT 고객들의 반도체 수요 확대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중심은 평택 공장이다. 평택 1라인에 대한 증설에 나서 기존 투자금액 포함 2021년까지 총 30조원의 투자에 나설 예정이다. 또 화성사업장에도 6조원을 투입, EUV 등 첨단 인프라에 최적화된 신규라인을 확보하고 중국 시안(西安)에 반도체 라인 추가 건설도 검토하고 있다.

노무라 증권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에서 약 17조4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약 16조6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인텔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10나노 핀펫을 중심으로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도 키워 전체 반도체 시장의 강자가 되겠다는 복안이다.

이달 실적을 발표하는 SK하이닉스도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내적인 동력으로는 그룹 차원의 전사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부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주도로 낸드플래시 및 반도체 수직계열화 작업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LPDDR4X(Low Power DDR4X) 모바일 D램. 출처=SK하이닉스

최태원 회장은 2015년 8월 M14 준공식에 참석해 중장기적 측면에서 반도체에 총 46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에는 낸드플래시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충청북도 청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한편 올해 4월 72단 256Gb TCL 3D 낸드플래시 개발에 성공하기도 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2016년 2분기부터 36단 128Gb 3D 낸드 공급을 시작하고, 2016년 11월부터 48단 256Gb 3D 낸드를 양산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해 반도체용 특수가스 제조업체인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반도체 소재 사업에 진출했으며, 반도체 칩의 핵심 기초소재인 반도체용 웨이퍼를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조 및 판매하는 전문기업인 LG실트론까지 인수했다.

현재 SK 하이닉스는 도시바 인수전 9부능선을 넘은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 합류한 상태며 논란이 불거지고 있으나 베인캐피털과의 이면계약 합의 가능성도 제기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적극적인 기술 확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시장조사기업체 IHS에 따르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기기당 모바일 D램 평균 탑재용량은 올해 3.5GB에서 2020년 6.9GB로 연평균 25% 이상의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8GB 모바일 D램을 탑재하는 수요는 올해부터 발생해 2020년에는 63%로 최대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D램 전성시대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뜻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1위, 2위를 차지한 상태에서 고무적인 분위기다.

낸드플래시 시장도 춤을 추고 있다. IHS에 따르면 2015년부터 823억 GB이던 낸드플래시 시장은 2020년 5084억 GB까지 확대되는 등 연평균 성장율이 44%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1위, SK하이닉스는 5위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 성장의 여백이 상당한 만큼 도시바 인수를 바탕으로 승부를 걸어볼 가치가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여전히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리스크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는 3473억달러에 달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23%에 불과한 807억달러다. 나머지 77%가 모두 시스템 반도체인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물론 SK하이닉스는 시스템 반도체 시장 공략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아울러 3D크로스포인터를 내세운 인텔의 역습도 대비해야 한다.

▲ 삼성전자 64단 V낸드. 출처=삼성전자

디스플레이, 당분간 훌륭하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추이도 중요 관전 포인트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OLED 업계의 분위기도 일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디스플레이에서 올해 2분기 영업이익 1조원 후반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 분위기도 고무적이다. IHS에 따르면 LCD과 OLED 모두 포함한 전체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올해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가 매출 35억4700만달러를 기록하며 27.2%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중요한 점은 미래성장동력도 충분하다는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드는 지난해 전 세계 스마트폰 패널 시장에서 OLED 점유율이 23.8%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28%에 달할 것으로 6일 전망했다. 나아가 2019년에는 41.9%, 2020년에는 49.4%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런 속도면 4년에서 5년 후 OLED가 TFT-LCD 점유율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무려 95%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애플이 10억달러를 지급해 OLED를 수급하며 스마트폰 라이벌인 삼성의 손을 잡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물량을 확실하게 제공할 수 있는 곳은 현 상황에서 삼성이 유일하다.

대형은 물론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이 꾸준히 성장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디스플레이 경쟁력은 하반기까지 맹위를 떨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지난해 중국 청두에 월 3만2000장의 중소형 OLED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거점공장을 마련한 BOE와 중국 구안에 6세대 설비투자를 마무리하는 비전옥스 등 중국의 위협은 변수다. 구글에 이어 애플로부터 중소형 OLED 패널 설비 투자를 받는 LG디스플레이도 대형 OLED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중소형 OLED 시장 진입을 예고하는 상황이다.

▲ 삼성 QLED TV. 출처=삼성전자

스마트폰, 아직은 ‘모바일의 꽃’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IM부문에서 4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갤럭시S8이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의 아픔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대히트를 쳤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2분기 2000만대 이상의 단말기가 출고되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 갤럭시S8. 출처=삼성전자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S8에 로즈핑크와 코랄 블루 색상을 추가하는 한편, 주요 스마트폰 라인업 출시 일정도 조절하는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갤럭시노트FE가 그 주인공이다. 갤럭시노트FE는 단종된 갤럭시노트7의 아픔에서 탄생한 스마트폰이며 40만대 한정으로 풀린다. 홍채 및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해 삼성패스와 같은 핀테크 기능을 담았으며 IP68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도 실었다.

갤럭시S8의 인공지능 비서인 빅스비도 지원된다. 전후면 대칭의 엣지 디자인으로 뒷면에는 'Fan Edition' 로고가 각인되어 있으며 S펜은 0.7mm의 펜촉과 4096단계의 필압을 지원한다.

▲ 갤럭시노트 FE.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갤럭시S8의 성공을 바탕으로 징검다리로 갤럭시노트FE를 출시해 브랜드 가치를 확실하게 장악한 다음 하반기 갤럭시노트8의 안정적인 성공을 노리고 있다. 갤럭시노트7과 같은 극단적인 돌발변수만 없다면 갤럭시 신화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LG전자도 LG G6를 통해 ‘중박’의 성적을 거뒀다는 말이 나온다. LG G5의 저조한 성적을 만회하고 시장 점유율 방어에 성공했으나 2분기 MC사업본부는 영업적자 1000억원 수준이 예상되고 있다.

일단 LG전자는 약점이던 공급망 관리도 대폭 강화한 상태다. 수요예측을 기반으로 부품 수급 일정 관리, 재고 관리, 공급망 다각화 등 부품부터 완제품 판매까지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여세를 몰아 하반기 LG V30을 준비하고 있으며 징검다리 라인업에는 LG G6 패밀리를 전격 출시하기도 했다.

▲ LG G6 출시. 출처=LG전자

TV 가전 경쟁력은 여전하다

삼성전자의 CE부문은 최대 1조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계절적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상반기 선방했다는 말이 나온다.

LG전자는 TV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가전사업 일반이 상당한 동력을 보였다는 평가다. HE(Home Entertainment)사업본부는 3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며 H&A(Home Appliance & Air Solution)사업본부는 4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이 전망되고 있다.

가전의 경우 계절의 영향 등을 받아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고른 성장을 기록했다.

관건은 가전의 왕자 TV다. 삼성전자는 QLED TV, LG전자는 OLED TV로 격돌하고 있다. UHD TV의 보급으로 프리미엄 TV 시장이 팽창하는 가운데 양사의 자존심 대결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의 QLED TV는 올해 초 CES 2017에서 88형 Q9F, 75형 Q8C 등이 공개되며 베일을 벗었으며 LG전자는 전통적으로 OLED TV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500달러 이상 시장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LG전자는 1500달러 이상 시장에서 1위다.

하지만 일본 소니의 반격이 매서운 점은 리스크다. 소니는 지난해 4분기 1500달러 이상 시장에서 점유율 17.5%에 그쳤으나 올해 1분기 39%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2500달러 이상 시장도 마찬가지다. 올해 1분기 기준 LG전자가 40.8%를 지킨 가운데 소니가 34.4%로 치고 올라왔다. 삼성전자는 12.4%의 점유율에 불과했다.

물론 지난해 전체로 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시장을 압도하지만 최근 전자왕국 명가재건을 기치로 건 소니의 존재감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TV를 포함한 가전 전 영역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바람이 지속될 가능성은 높지만, 일본의 반격과 중국의 여전한 박리다매 정책은 부담이라는 뜻이다.

▲ OLED TV. 출처=LG전자

부품 세트 중심의 강세 당분간 이어질 듯

삼성전자와 LG전자의 2분기 실적은 부품 및 세트 시장에서 당분간 ‘메이드 인 코리아’의 바람이 매서울 것이라는 전망을 가능하게 만든다.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 사이클을 기점으로 장기간 호황을 누릴 전망이며 디스플레이도 중소형과 대형을 가리지 않고 시장 자체의 분위기가 고무적이다.

다만 스마트폰은 올해 하반기 10주년을 맞이하는 애플의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갤럭시노트8과 LG V30 모두 어려운 싸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가전의 경우 LG전자의 TV 경쟁력이 일시적으로 하락한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글로벌 시장을 당분간 호령할 가능성이 높으나 전자왕국 명가재건에 나선 일본 소니 등의 공세에 노출된 것은 부담이다. ICT 및 메가 트렌드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추후  풀어야 할 숙제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