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율곡로는 중학동 경복궁교차로에서 종로6가 청계6가교차로까지 이어지는 긴 도로로 서울의 중심 지역을 훑어간다. 이 길을 따라 원남동 사거리 인근부터 이화동 사거리까지 이어지는 율곡로변에 작지만 개성 있는 카페와 상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지난 여름부터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된 카페 ‘오롤리데이’, ‘ㄱㄴㄷ커피플레이스’, ‘BICI’, 브런치 카페 ‘카인드 플레이트’, 디자인문구 브랜드 ‘서커스보이밴드’의 쇼룸, 주얼리 공방 ‘아티클 M’,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TWL(Things We Love)’, 조명 브랜드숍 ‘리드아트’ 등이 평범한 거리에 색깔을 입히고 있는 것이다.

강북의 주요 상권인 대학로와 종로3가가 가깝지만 권농동, 원남동 연건동 등의 다소 낯선 이름들의 이 작은 동네들은 그 모습이 크게 다르다. 유서 깊은 돌담과 울창한 가로수가 운치를 더하는 길과 고궁에서 대학로까지 이어지는 동네들에 자리한 가게들도이 다 소박하고 아기자기하다.

인근 한옥마을 익선동은 최근 민간 개발이 활발해 서울 시내에서 손꼽히는 ‘핫플레이스’가 됐고, 종묘 공원 입구에서 창덕궁 앞길인 율곡로까지 서순라길도 알음알음 알려져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반면, 율곡로 거리는 아직 한적한 종로의 멋을 간직한 채다.

지난 11월 율곡로에서 매장을 낸 ‘아티클 M’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이나 인근 대기업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유동인구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종묘 서순라길과 함께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디자인숍인 ‘서커스보이밴드’는 현재 베어브릭 팝업스토어를 열고 지나는 사람들의 눈을 잡아끌었다. 서커스보이밴드 관계자도 “(율곡로에 입점한) 소규모 브랜드들이 자신만의 색과 느낌을 갖고 좋은 디자인을 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율곡로에는 종묘와 창덕궁을 연결하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1931년 일제가 이곳에 길을 내고 창덕궁과 종묘 사이를 갈라놓았다. 83년 만에 서울시가 이 구간에 약 300m 길이의 터널을 내고 종묘와 창경궁 연결 복원을 위한 공사에 돌입한 것.

서울시는 오는 8월 종로와 을지로를 잇는 보행로 사업(종묘~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 완공을 앞두고 있다. 시는 2019년 12월까지 종묘~세운상가~남산공원을 잇는 2.1㎞의 남북 보행로를 완성할 계획이다. 시는 율곡로가 서울의 랜드마크격 보행로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공사 완공을 전후해 유동인구가 늘면 율곡로 인근의 모습도 지금보다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부동산 개발업체 문인식 어반웨이브 대표는 “종묘-창경궁 연결 공사가 완료되면 보도로 이동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리테일숍 등을 중심으로 개발 여력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종묘와 창경궁 사이 속칭 ‘종묘 담벼락길’이 있는데, 자연환경이 매우 아름답고 산책로로 부족함이 없지만 아직 활성화가 안 돼 있는데, 공사가 완료되면 곧 트렌디한 상점들이 문을 열고 도보객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J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혜화역에서 가깝고 인근에 현대그룹, 보령, 웅진 등 직장인 유동인구가 많은데, 대학로 주변은 너무 번잡해 한가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어 하는 직장인들이 원남동 등의 카페나 주얼리숍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상가 매물은 찾기가 어렵고 대로변의 경우 권리금이 1억원에 호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