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라퓨지아의 TF-X 컨셉트카                          출처= 테라퓨지아

미국의 자동차 벤처기업 테라퓨지아(Terrafugia)는  6개월마다 한 번쯤 소식을 전하지만 실망을 시키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다. 그런데 이제 운명이 바뀌었다. 중국의 지리 자동차가 이 회사를 인수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최근 보도했다. 리수푸(李書福) 지리자동차그룹 회장도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지만 합병과 관련한 구체적인 액수 등은 공개되지 않았다고 언론들은 덧붙였다.

중국의 저장 지리 홀딩 그룹(Zhejiang Geely Holding Group)이 2010년 스웨덴의 상징기업인 볼보 자동차 인수를 시작으로 프로톤, 로터스 지분을 차례로 사들이면서 자동차 제국을 만들아 가는가 싶더니 이번에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드는 테라퓨지아까지 인수한 것이다.

테라퓨지아는 2006년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졸업생들이 뭉쳐 만든 비행기 자동차 벤처기업이다. 지난 2009년 세계 최초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 '트랜지션'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았고 이어 2013년엔 하늘을 나는 미래형 자동차 ‘TF-X’ 컨셉트카를 선보였다.

이 회사의 미션은 “인간에게 새로운 차원의 자유를 가능하게 해주는 실용적인 비행 자동차를 만드는 것”으로 되어있다. 그리고  설립 이후 나는 자동차들이 몇 년 안에 시장에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러나 나는 자동차의 출시를 2009년에서 2011년으로, 다시 2013년, 2015년, 2016년으로 연거푸 미루면서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2009년에 최초의 비행을 선 보인 ‘트랜지션’은 아직도 본격적인 ‘이륙’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 연기를 일삼던 것도 이제는 끝날 때가 된 것 같다. 도산 위기에 처한 볼보자동차를 고급 자동차 메이커로 바꾸어 놓은 지리의 꿀 같은 막대한 자금을 만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2년 전부터 접촉해온 지리자동차와 테라퓨지아는 지난 해부터 본격적인 합병 협상에 돌입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리자동차가 테라퓨지아의 지분을 대량 매입하고, 테라퓨지아는 연구개발(R&D) 부문은 미국에 두고 생산공장은 중국에 건설하는 등의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 출처= 지리자동차

지리자동차의 리수프 회장은 재산이 69억달러(7조 7000억원)인 억만 장자로, 국유기업  지리가 1990년 부도 위기에 빠지자 인수했다. 이후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인수합병 및 투자를 통해 자동차 업계에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말레이시아 국민차' 프로톤(PROTON)의 지분 49.9%를 매입하면서  프로톤이 보유한 영국 스포츠카 제조업체 로터스 지분 51%도 손에 쥐었다.

이를 통해 지리자동차가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지배력을 높이는 한편, 연구개발(R&D), 제조, 마케팅 등의 부문에서 프로톤 및 로터스와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프로톤을 통해서는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을, 로터스를 통해서는 경량화 등 기술 향상에 도움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해 지리의 자동차 판매량은 76만 5900대로, 전년 대비 50.2% 증가했다. 영업 이익과 순익은 각각 537억 2100만 위안(약 9조원)과 51억 7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각각 78.3%, 125.9% 늘어나면서 사상 최고의 실적을 달성했다.

지리는 오는 2020년까지 판매량을 300만대로 늘린다는 야심찬 포부를 가지고 있다. 짧은 시간에 200 만대 이상 판매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신모델, 특히 미래형 자동차로 새로운 시장을 노릴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지리가 볼보와 손을 잡고 설립한 합자회사인 링크앤코(LYNK&CO)에 거는 기대가 크다. 볼보의 기술로 개발한 커넥티드 카 브랜드 컴팩트 SUV 차량인 '01'을 올 4분기에 출시할 예정이다. 올해 1만 5000대 판매가 목표다. 내년과 내후년에 2~3개 모델을 추가로 선보여 200만대 중 30~40%를 LYNK&CO가 충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경제신문 재경일보에 따르면,  해외 기업 인수로 시장 경쟁력과 가치를 키우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홍콩 상장사인 지리자동차의 시가 총액도 1년 사이에 3배로 커졌다. 지리의 자동차 제국 건설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