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부재 중에도 삼성의 인도 시장 공략은 계속되고 있다.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삼성 인도법인은 인도 북부 노이다 공장의 규모를 2배로 늘리는 공사를 지난 6월 착공했다. 1조원에 가까운 투자를 단행해 스마트폰과 냉장고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이다. 스마트폰 가입자 3억명 시대를 돌파하고서도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는 인도 스마트폰 시장은 이제 중국 다음의 세계 제2위의 규모이다. 경쟁기업 역시 급속도로 늘어나 시장쟁탈전이 극렬하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의 공격적인 재투자가 이루어진 것이다.

인도 스마트폰 시장 초기에는 삼성이 절대강자로 자리했지만 이제는 마이크로맥스, 릴라이언스 지오와 같은 인도 내수기업은 물론 대만과 중국 기업들의 저돌적인 진출로 무려 18개 제조업들이 군웅할거하고 있다. 특히 중국계 지오니와 화웨이 등은 시장점유 확대를 목표로 자체 공장설립계획을 발표하고 있어 경쟁은 고가와 저가 모델을 가리지 않고 살벌하게 전개되고 있다.

비록 인도 기준으로는 소도시인 인구 수십만 정도의 ‘제3열’의 도시를 가봐도 공항 입구부터 시내까지 중국 기업의 스마트폰 홍보 빌보드가 도배되었을 정도다. 입간판뿐만 아니다. 도시 곳곳에서 영업점과 거리 홍보에서 펼치는 판촉활동은 델리와 뭄바이 등 대도시에서 벌어지는 마케팅활동에 못지않다.

이에 비해 삼성 스마트폰 홍보는 대도시와 중견 도시, 즉 인도 도시 제1, 2열을 벗어나면 말 그대로 잠잠하다. 빌보드도 찾기 힘들 지경이다. 과거 2010년 이전만 해도 인도 곳곳에 걸려 있던 삼성과 LG전자의 홍보물은 한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할 정도로 드높게 휘날렸는데 이젠 그 자리를 중국 제품 홍보물이 차지하고 있다. 인도의 제3열의 도시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삼성 제품 홍보의 존재는 열심히 찾으면 간혹 눈에 띄지만 이 정도에도 미치지 않는 LG전자 홍보는 아예 없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설령 찾았다고 해도 홍보물 게시는 중국 기업에 비해 초라할 지경이다. 그 결과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LG의 존재감이 사라진 지 오래라는 사실이 전혀 낯설지 않다.

수 년 내로 연간 3억대 규모로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기 위한 삼성의 첫 전략은 공장 규모를 2배로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을 늘렸다고 해도 지금처럼 제1, 2열의 대도시·중견도시 위주의 마케팅만으로 시장점유 1위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해발 2000m 산간도시 머수리 거리에 붙어있는 중국기업 홍보물. 출처=김응기

최근의 인도 소비시장의 성장은 이들 대도시를 위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도시에서의 소비성장률(12%)보다 제3열 중견도시와 농촌 지역에서의 증가(14%)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향후 전개될 스마트폰과 같이 보편적 소비가 이루어지는 고도소비시장에서, 대도시에만 치중된 마케팅은 그에 못지않은 소비인구가 형성되는 제3열 거점에서 제품인지도가 따라주지 않는 틈을 경쟁기업들이 차지한다면 그로 인한 시장 상실은 생각 이상으로 클 것이다. 필자가 만난 이들 도시의 인도인들은 중국 기업들은 요란하게 나대는데 ‘삼성이나 LG 같은 한국 기업은 어디에 있는가?’하며 미진한 마케팅을 의아해 했다. 인도 소비자의 마음에 인도삼성과 LG의 성공신화는 이제는 말 그대로 ‘신화’가 되어가는 중이고 현실엔 중국 제품이 들어서고 있다.

한국 기업의 마케팅은 이러한 시장추세에 따라 혁신되어야 한다. 오히려 이러한 동향을 먼저 느끼고 실천하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있다. 오스템임플란트 같은 회사가 그렇다. 임플란트 재료와 장비를 판매하는 이 기업은 인도 시장을 델리를 중심한 북부 지역과 뭄바이 거점 서부지역 그리고 벵갈루루 거점 남부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에 책임자를 두고 이들 거점으로부터 발진해 29개 주 제2, 3열의 거점 곳곳을 누비는 밀착 마케팅으로 최근 수 년 동안 연 30% 매출신장을 달성하고 있다. 인도 시장의 팽창을 대도시에서만 찾는 것은 그야말로 눈 뜬 장님 행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