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업체는 유난히 혹독한 계절을 보냈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노트7이 발화 이슈에 휘말려 단종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으며 LG전자도 LG G5의 모듈식 스마트폰 실험은 철저하게 실패했다.

올해 상반기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빅스비와 인피니티 디스플레이로 무장한 갤럭시S8을 출시하며 반등에 성공했으며 LG전자도 LG G6를 통해 기본에 충실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가치를 증명했다는 평가다. 특히 일각에서 우려한  LG G6는 국내시장과 북미시장을 축으로 삼아 성공적인 점유율 방어전에 나섰다는 평가다.

징검다리가 필요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상하반기 프리미엄 라인업을 출시하며 이를 스마트폰 시장의 핵심으로 삼고, 중저가 라인업을 불규칙하게 론칭해 뒤를 받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교적 일찍부터 상반기 갤럭시S 시리즈, 하반기 갤럭시노트 시리즈로 윤곽을 짰다. LG전자는 상반기에는  G 시리즈로 가지만 하반기는 G 프로 시리즈 등 갈지자 행보를 보였으나  2015년 하반기부터 V 시리즈를 론칭해 이를 쭉 이어오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갤럭시A와 갤럭시J를 비롯해 LG전자의 X 시리즈 등이 중저가 라인업으로 뒤를 받친다.

프리미엄 라인업의 사용자 경험을 빠르게 이어받은 특화 중저가 라인업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갤럭시 액티브 시리즈다. 액티브 시리즈는 프리미엄 라인업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후속 중저가 라인업으로 꾸려지며 일종의 에디션 역할을 한다. 갤럭시S8 액티브는 최근 미국 FCC 인증을 통과해 조만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까지가 삼성전자 및 LG전자가 지금까지 보여온 스마트폰 시장 전략이다. 하반기에만 프리미엄 라인업을 출시하는 애플과 달리 이들은 상하반기로 나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고, 그 사이에 중저가 라인업을 배치시키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점유율 1위를 가져가는 이유이자 삼성전자가 전체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에 오를 수 있는 비결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통상적인 스마트폰 출시 로드맵이 변하고 있다. 이는 애플이 지난해 상반기 4인치 아이폰인 아이폰SE를 출시하고 올해 상반기 아이폰 레드를 내놓는 등 하반기 집중 현상에서 탈피하는 것처럼 의미심장한 구석이 많다.

▲ 갤럭시노트FE. 출처=삼성전자

갤럭시노트FE, LG G6 패밀리 출격

삼성전자가 7일 갤럭시노트FE를 40만대 한정으로 출시한다. FE는 Fan Edition의 약자며 국내 시장에 40만대만 한정판매할 예정이다.

갤럭시노트FE는 단종된 갤럭시노트7의 아픔에서 탄생한 스마트폰이다. 갤럭시노트7 미개봉 제품과 미사용 부품을 활용해 새롭게 제조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갤럭시노트7이 단종된 후 재활용 및 폐기 방법을 고민해왔다. 그 결과 리퍼비시 스마트폰 출시를 결정했으며 지난 3월 이에 대한 원칙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먼저 재판매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를 리퍼비시로 판매해 대여 폰 등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리퍼비시의 경우 국가별 규제 당국(안전)과 통신사업자 간 협의를 진행한 후 시장 수요를 고려해 판매한다”고 밝혔다. 또 폐기에서는 친환경을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재사용이 가능한 부품을 추출해 판매, 활용하며 금속 물질을 추출한다"고 전했다.

부품 재활용의 경우엔 재사용이 가능한 반도체, 카메라 모듈 등을 추출하는 전문업체를 통해 테스트용 시료 제작 등의 용도로 판매, 활용하며 물질 재활용의 경우에는 희귀 금속인 구리·니켈·금·은 등을 추출한 후 친환경 재활용 업체를 통해 처리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나아가 EU 정부에서 주관하는 새로운 친환경 처리 방식 연구와 테스트 등의 공공 목적 과제에도 참여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발표에 대해 글로벌 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그린피스 동아시아 지부 이현숙 선임 글로벌 캠페이너는 “자원 순환형 생산 방식을 삼성전자가 앞장서 실천해 IT 업계의 변화를 선도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탄생한 갤럭시노트FE는 갤럭시노트7의 기능에 갤럭시S8의 사용자 경험도 흡수했다. 홍채 및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해 삼성패스와 같은 핀테크 기능을 담았으며 IP68 등급의 방수방진 기능도 실었다. 갤럭시S8의 인공지능 비서인 빅스비도 지원된다. 전후면 대칭의 엣지 디자인으로 뒷면에는 'Fan Edition' 로고가 각인되어 있으며 S펜은 0.7mm의 펜촉과 4096단계의 필압을 지원한다.

핵심 스펙은 5.7형 QHD 듀얼 엣지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에 모바일 AP 사양은 옥타코어(2.3GHz 쿼드코어 + 1.6GHz 쿼드코어)다. 4GB 램에 64GB 내장 메모리, 최대 256GB 외장메모리가 지원되며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7.0이다. 배터리는 3200mAh며 블랙 오닉스, 블루 코랄, 골드 플래티넘, 실버 티타늄 등 4가지 색상으로 나온다. 가격은 69만9600원이다.

▲ 갤럭시노트FE. 출처=삼성전자

LG전자도 LG G6 후속 중저가 라인업을 공개했다. 전통적으로 중저가 라인업에 프리미엄 라인업의 사용자 경험을 빠르게 이식한 노하우를 살려 LG G6 플러스와 LG G6 32GB 모델을 지난달 30일 출시했다. 실제로 18대 9 비율의 5.7인치 풀비전(FullVision) 디스플레이, 광각 듀얼 카메라, 하이파이 쿼드 댁(Hi-Fi Quad DAC) 등 LG G6 고유의 강점을 그대로 계승했다.

LG G6에서 처음 시도된 LG페이도 적용됐다. 현재 신한, KB, BC, 롯데 4개 카드사를 우선 지원하며 9월에는 국내 모든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추후 LG전자는 LG페이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적용 단말기를 점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LG G6 플러스의 경우 기존 64GB 대비 저장용량이 2배 큰 128GB의 내장 메모리를 구비했으며 표준규격인 치(Qi) 방식의 무선 충전 기능도 탑재된다. 하이파이 쿼드 댁(Hi-Fi Quad DAC)과 ‘B&O PLAY’ 번들 이어폰도 제공한다. 옵티컬 아스트로 블랙과 옵티컬 테라 골드, 옵티컬 마린 블루 등 3가지 색상으로 출시되며 출고가는 95만7000원이다.

LG G6 32GB 모델은 최초 출시 당시 한국에 나오지 않은 라인업이다. 테라 골드와 마린 블루, 미스틱 화이트 등 총 3가지 색상으로 나오며 출고가는 81만9500원이다.

▲ LG G6 패밀리. 출처=LG전자

카니발리즘 넘어 새로운 라인업 출시 주기로?

갤럭시노트FE와 LG G6 플러스는 각 제조사 출시 전략에서 상반기 프리미엄 라인업에서 하반기로 넘어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갤럭시A와 갤럭시J를 비롯해 LG전자 X 시리즈보다 고가 라인업이면서 제조사를 대표하는 모델은 아니다. 미비한 변화지만 현재까지 프리미엄에 뿌리를 둔 ‘준 프리미엄 파생 라인업’이 상반기와 하반기 중간에 출시된 사례는 없었다.

물론 올해만의 특수성이 고려되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갤럭시노트FE의 경우 갤럭시노트7 단종이라는 비극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던 라인업이다. 일시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전략 측면에서 보면 갤럭시노트FE는 도박에 가까운 승부수기도 하다. 상반기와 하반기 프리미엄 라인업의 중앙에 ‘일반적인 중저가 라인업’보다 존재감이 뚜렷한 스마트폰이 등장하면 시장 카니발리즘(자가 시장을 잠식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갤럭시노트8을 구입하려던 사람이 갤럭시노트FE로 만족하거나 LG V30(가칭)을 사려던 사람이 LG G6 플러스 구매로 그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2년 단위 프리미엄 출시 전략 자체가 의미 없어지고, 스마트폰 브랜드 강점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일종의 징검다리 전략은 새로운 방법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런 이유로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4를 시작으로 엣지 디스플레이를 프리미엄 라인업으로 고착화시킨 상태에서 상하반기 출시 전략을 바꿀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LG전자도 LG G6와 LG V30 출시 라인업을 조율하며 제3의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프리미엄 라인업 출시 주기가 당장 변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스마트폰 시장의 수요가 브랜드 가치를 따라가는 상황에서 이를 지속적으로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단행될 경우 상하반기 총 2회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전략이 변할 수 있지 않겠는가”고 조심스럽게 분석했다.

그는 "갤럭시노트FE의 경우 40만대 한정 판매이기 때문에 시장에 큰 영향이 없지만 올해 나름의 인기를 끌 경우 이후 삼성전자의 전략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면서  "LG전자도 이에 영향을 받아 새로운 실험을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애플마저 상반기 ‘일시적이지만’ 중저가 라인업을 색다른 사용자 경험으로 투시해 출시하는 시대,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