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정말 빠르다. 딱 1년간 칼럼을 쓰다가 잠시 쉰 것이 벌써 5개월이 되었다. 복잡한 생활 속에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간다. 회사 업무도 많고, 집안일도 가족 관리 및 집 관리로 할 일의 종류가 많고, 저녁 시간은 오랜 사회생활로 인해 만나야 할 사람도 많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냄에도 불구하고 늘 오늘의 To-Do List는 다 마무리하지 못하고 다음 날로 넘어간다.

얼마 전 방문했던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의 소개 브로셔에 ‘비움’을 ‘Healing’이라 표현해 놓았다. 맞다. 이 복잡하게 많은 것들을 줄이거나 심플하게 관리할 수 있다면 필자의 생활도 보다 더 힐링이 될 것 같다. 바쁘다 보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몰입도도 떨어지는 것 같고, 신경 쓸 것이 많다 보니 우선순위가 뒤처지는 일들, 예를 들면 아이들 학원비나 요금 청구서 지불 등은 자꾸 타이밍을 놓치게 된다. 쇼핑도 하고 나서 보면 비슷한 상품들이 집안 어딘가에 있다. 회사의 서류도 집중해야 하는 것은 출력해서 보는 버릇이 있어 버전을 업데이트할 때마다 출력을 하고 수정 표시를 하다 보니 그 또한 서랍 속에 쌓여간다. 다시 읽으려고 출력해 놓은 최신 트렌드 리포트나 중요 자료들도 많지만 그 또한 서랍 속에 고이 보관되는 경우가 많지 다시 마주하기는 쉽지 않다.

회사 노트북, 휴대용 노트북, 태블릿 PC, 휴대폰 이미 4개 이상의 기기로 회사 업무와 개인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 기기별로 업무를 보면서 작업 중이거나 다운로드한 파일이 흩어져 있어 막상 쓰려고 보면 다른 PC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파일 관리용 애플리케이션이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파일을 관리하던 사람도 있겠지만, 필자는 지금까지 컴퓨터와 하드디스크를 활용했는데, 다양한 포털에서 제공하는 무료 클라우드 용량이 꽤 넉넉해 모든 기기에서 통일되게 접속할 수 있도록 다 클라우드에 저장하기 시작했다. 메일 계정도 용도에 따라 개인용, 스팸 메일용으로 나누어 쓰고 있는데, 클라우드 서비스도 용도에 따라 나누어 활용한다. 무거운 하드디스크를 들고 다닐 필요도 없고, 가벼운 태블릿이나 휴대폰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접속해 읽을 수 있어 파일 관리에 대한 필자의 삶을 단순하게 해주었다.

회사에서는 서류와 이메일 그리고 컴퓨터의 파일이 넘쳐나지만, 집에서도 모든 것이 넘쳐난다. 지름신을 부르는 놀라운 가격의 유혹에 넘어가 집에 물건들이 쌓였다. 그중에는 필요한 것도 있지만, 예뻐서 혹은 싸서 샀던 많은 품목이 이제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럽다. 지난 주말에 ‘비움’을 위해 집 정리를 했는데, 특히 옷과 책이 가장 큰 문제였다. 책은 언젠가 다시 읽을 것 같아 잔뜩 쌓아두었는데, 대부분은 지난 1년간 한 번도 펴지 않은 책들이다. 알라딘의 앱을 열어 바코드를 찍고 중고로 판매가 가능한 책은 박스에 넣었더니, 오~ 집도 깨끗해지고 3만원 정도는 벌 것 같다. 집에서 읽으려고 가지고 왔던 서류도 많았지만 모두 버렸다. 트렌드는 지났고 그 업무는 이미 끝났고, 필요한 서류는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고 시간 날 때 태블릿이나 휴대폰에서 찾아 읽으면 된다.

안 맞거나 유행이 지난 옷들은 왜 가지고 있는 걸까? 아마도 그 옷에 싸인 날씬했던 자신의 추억 때문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정이 쌓여 버리려고 하니 갑자기 낡은 옷이 말짱해 보이기도 할 것이고 오래된 친구를 버리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기 때문일 것이다. 과감하게 휴대폰을 꺼내 네이버 밴드에 ‘추억의 물품들’ 밴드 계정을 하나 열고 혼자 입장해 추억이 가득한 각종 물건의 사진을 찍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한 줄씩 쓴 뒤 재활용으로 분리수거했다. 계속 가지고 있는다고 쓸 것도 아니고, 단지 그 물건을 처분하면 추억마저도 처분하는 것 같은 찜찜함을 필자만의 디지털 공간에 사진으로 남긴 뒤 처분한 것이다.

옴니채널이 꼭 쇼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디지털 기기와 편리한 소프트웨어가 우리의 아날로그적 오프라인 삶이 단순해지도록 도와준다. 필자는 단순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