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매뉴얼(지침서) 변경을 일방 통보한 것과 관련,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자헛은 "공정위가 이를 검토해보는 수준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 가맹점주들은 공정위가 `피자헛 사태`의 원인제공자 중 하나라며  강한 불만을 터뜨려온 터라  공정위의 뒤늦은 조사에 대해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김영종 피자헛 가맹점협의회 회장은 6일 “피자헛 점주들은 지칠 대로 지쳤다”는 말을 시작으로 피자헛 사태의 시말을 전했다.  분쟁의 시초는 200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피자헛 본사는 지난 2003년부터 가맹점주들에 기본적으로 부과하는 가맹비(매출액의 11%)외에 어드민 피(Admin fee, 운용비)라는 수수료를 받았다.  본사는 매달 대금청구서에 이 수수료를 슬쩍 끼워 넣어 돈을 받았다.

“실체가 모호한 비용이었습니다. 용어도 어드민 피(Admin fee)라는 생소한 영어로 붙였는데, 나중에서야 아무 근거 없이 본사가 받아 간 것이라고 알게 됐습니다.” 김 협의회장은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가맹점주들은 2012년에서야 어드민 피의 실체를 인지했다. 당시 점주들이 어드민 피의 부당성을 문제삼자, 본사는 별도의 어드민 피 합의서를 만들어 신규 가입하는 점주들과 기존 점주들중 가맹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점주를 대상으로 합의를 종용했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협의체를 구성해 2015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부당이득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고, 본사의 부당한 징수행위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1년여의 소송끝에 서울중앙지법 1심은 어드민 피에 대해 “기본 가맹수수료 이외에 어드민 피는 가맹계약 그 어디에도 없다”면서 “계약에 근거 없이 청구해 수령한 어드민 피는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2012년 본사가 별도 합의서를 만들어 어드민 피 조항을 만들고 가맹점주들과 합의한 부분이 추가 분쟁의 소지가 됐다.

이 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가맹점주들은 애초부터 피자헛 가맹점포를 운영하다 다시 본사와 재계약을 해야 할 처지에 있던 점주들이었다. 새롭게 사업을 해보려는 신규사업자들도 있었다.

피자헛 본사는 갱신 가맹점주와 신규 사업자들에 대한 어드민 피 조항 합의는 유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 법원은 “계약을 연장해야 할 사업자들에 대해 ‘거래상 지위’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위에 있는 점주들에게 원래 계약보다 더 불리한 계약을 체결한 것이어서 부당한 계약”이라고 판결했다. 다만 신규사업자들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구별해서 판결했다.

1심 판결에 의하면 본사가 기존 가맹점주들을 대상으로 2003년부터 징수해 간 어드민 피는 모두 부당이득이다. 다만 상사 소멸시효가 5년인 점을 감안해, 점주들은 5년 전인 2010년 이전에 지급한 어드민 피는 채권이 소멸해서 보상 받을 수 없었다.

1심 법원은 판결문에서 본사가 점주들에게 약 17억원을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피자헛 본사는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것을 우려, 즉각 항소했다.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피자헛 본사가 필사적이었을 것이라고 법조계는 추정했다. 가맹 본부의 소송 대리인은 김앤장 소속 변호사였다. 

공정위 결정, 뒤틀어진 2심 판결

2심 소송이 진행중일 때,  가맹점주들이 공정위에 신고한데 대한 결과가 나왔지만,  시간이 꽤 지난후였다. 가맹점 협의회가 공정위의 결정을 재촉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내놨다는게 협의회측 주장이다.

김 회장은 "공정위가 본사에 대한 여러 가지 민원중 일부를 취하하면 신속하게 결정을 내리겠다는 공정위 관계자의 회유가 있었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결정은 우선,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부과한 어드민 피는 법원 판결과 같이 부당한 것으로 본다는 점, 이에 따라 이 기간까지 부당하게 징수한 어드민 피 68억원에 대해 과징금 5억 8000만원을 부과했다.

▲ 피자 헛 가맹본부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가맹점주들에게 징수한 어드민 피 요율 변동내역, 공정위는 2012년 이후에는 어드 피에 대한 합의가 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그러나 공정위는 2012년이후 본사와 갱신 가맹점주간에 합의한 어드민 피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이 어드민 피는 부당한 수수료가 아니라는 결정이었다.

피자헛과 가맹점주간 항소심 양상이 이시점에서 바뀌었다. 2심 서울고등법원이 “갱신한 점주들도 어드민 피에 합의한 이상 부당이득금으로 본부에게 청구할 돈이 아니다”고 판결한 것. 가맹점주 측이 사실상 패소했다. 

판결금은 1심보다 5억원이나 줄었다. 항소심 진행과정에서 14명의 점주가 소송을 취하했다.

김 회장은 “본사가 계약 만료 시점이 다가오는 점주들을 회유해서 소송을 취하하게 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계약 연장을 회유수단으로 삼았다"면서 "그들에겐 소송보다 당장 가족의 생계가 걱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공정위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공정위가 피자 헛에 대한 과징금 결정 당시 무슨 근거로 본사가 2003년부터 수취한 금액을 68억원으로 산정했는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가 추정한 금액은 연간 200억원이 넘었을 것이라는 것.

자료를 가지고 있는 쪽은 본사인데 그들을 상대로 입증을 해야 하는 점주들은 자료가 없어 부당이득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았다. 피자헛 가맹점주들은 줄곧 공정위를 통해 본부의 자료 열람을 요청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항소심 판결이 나자 가맹점주들은 이 판결을 불복 지난 28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피자헛 들춰보는 공정위

한국 피자헛이 가맹점주들에게 일방적인 매뉴얼 변경을 통보한 것과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고등법원의 2심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어드민 피에 대한 논쟁을 불식시키려고 본사가 일방적으로 매뉴얼을 변경, 점주들에게 고지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김 협의회장도 “본사가 어드민 피와 관련된 소송에서 매뉴얼에 따르지 않을 경우 계약 해제 사유로 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계약 해제 사유를 넓게 해서 재계약 시 본사의 유리한 조건(특히, 어드민 피 합의)을 우회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피자헛 관계자는 “매뉴얼(지침서)의 가장 큰 목적은 매장 운영과 관련한 절차와 정책을 매장에서 숙지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면서 “매뉴얼은 가맹본부에서 필요할 경우 업데이트할 수 있으며, 이는 가맹계약서 상에도 명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개정 매뉴얼에 업데이트된 ‘제9조 매뉴얼의 개정’ 부분은 이 내용을 반영한 것이며, 2015년 공정위의 시정권고 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가맹계약서 및 매뉴얼(지침서) 내용을 이미 시정 조치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