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현대경제연구원

경제의 흐름은 파동을 가진다.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고 다시 좋아지는 사이클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근래 수년 동안의 한국 경제 상황은 좋을 때가 없이 나쁘기만 했다. 비단 이러한 현상은 한국 경제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유례없는 불황이 세계 경제를 휩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 상황은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교역이 조금씩 살아나고 이에 따라 우리 수출이 작년 11월 이후 8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작년 말에 뜬금없이 나타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난 대통령 선거를 기점으로 해소되면서 민간경제주체의 심리도 상당 부분 안정되었다. 그래서 희망이 보인다고 평가된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이다. 여전히 내수가 살아나는 힘은 약하다. 현재 내수를 떠받치는 유일한 힘은 부동산시장 호황과 연결된 건설투자다. 그러나 향후 부동산시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일단 정부의 정책기조가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 쪽으로 흐르고 있고 특히 주택시장에 대해서 공급과잉 우려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건설투자가 지금처럼 경제성장을 이끌고 가기에는 분명 무리가 있어 보인다. 향후 소비 부문도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외형상 고용시장이 많이 개선된 듯 보여도 경제 내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 이에 따라 실질소득 정체가 상당 기간 이어지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가계부채 문제이다. 가계부채 규모는 이미 경제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특히 글로벌 저금리 시대가 끝났기 때문에 이미 상승하고 있는 시중금리는 더욱 그 수준을 높여 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부채상환부담이 증가하면서 소비심리와 실물소비 모두를 가라앉게 할 가능성이 높다.

수출 부문에서의 불안 요인도 존재한다. 가장 큰 것이 바로 국제유가의 하락이다. 얼핏 국제유가와 우리의 수출에 큰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최근 우리 수출 회복세가 거의 수출단가 상승에 기인한 측면이 많은 것이 문제이다. 석유화학제품뿐만이 아니고 우리 수출품 상당수의 품목별 수출단가가 국제유가와 동행성을 가진다. 따라서 국제유가의 하락은 곧 수출경기의 부진으로 이어진다. 또 다른 요인은 미국 시장의 불안정성이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최근 미국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예상만큼 경제성장 속도가 나오지 않고 있으며 우리의 대미국 수출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만약 미국 경제가 흔들린다면 이제 기지개를 켜고 있는 국제교역 그리고 우리 수출경기는 다시 겨울잠을 자야 한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보면 하반기 경제는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고 평가된다. 일부에서 말하는 3% 성장이 과연 가능할지 회의적이다.

추경에 기대를 거는 이들도 많은 것 같으나 이제 막 국회에서 심사가 시작되었다. 국회를 통과하고 정책이 시행된다고 해도 그 효과는 올해 중 나타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맞다. 또한 이제 막 새 정부의 경제팀이 꾸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미 있는 경제 활성화 정책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그나마 간헐적으로 발표되는 경제정책들은 중장기적인 개혁 중심의 정책일 뿐 당장의 어려움에 도움이 될 만한 수단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개인적으로 평가하면 경제정책이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않는다. 그리고 정책의 타이밍도 많이 늦어 보인다. 이래저래 하반기에 기댈 만한 여건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래서 한국 경제가 다시 꼬꾸라지는 더블딥(Double-Dip)으로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