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PD의 작품은 낯선 곳을 방문하고, 밥먹기를 반복한다. ‘복불복’으로 대변되는 식사내기를 하고 고립된 섬에서 하루종일 끼니를 때운다. 신혼부부를 은행조차 없는 외딴 곳에 보내버리고 관찰하는가 하면 꽃할배‧꽃청춘들과 훌쩍 여행을 간다. 먹고 보고 즐기는 원초적인 욕구를 자극적이지 않게 보여준다. 그것만으로도 나영석은 우리나라 최고의 예능PD로 등극했다.

하루종일 뭐 먹을지 고민

한민족은 예로부터 먹는 것을 중요시해왔다. 언어학적 측면에서 봤을 때도 여실히 드러난다. 어떤 일을 결심한다는 것을 표현할 때 ‘마음을 먹다’고 한다. 욕을 듣는다는 표현도 ‘욕을 먹다’, 축구경기에서 실점을 해도 ‘골을 먹었다’고 말한다. 심지어 인터넷 방송에서는 그저 먹기만 하는 ‘먹방’도 유행한다.

나영석PD의 예능에는 늘 먹는 장면이 나온다. ‘1박2일’에서는 복불복을 통한 식사내기를 했다. “나만 아니면 돼”로 대변되는 복불복 게임에서는 식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다. 한끼 정도 굶어도 될법한데 출연진들은 온갖 꼼수와 편법을 써서라도 밥을 먹겠다는 의지를 불태운다.

‘삼시세끼’에서는 고립된 공간에서 식사를 고민한다. 하는 일이라곤 하루 종일 뭐먹을지 고민하고, 식재료를 조달해 밥을 먹는 것뿐이다. 배우 이서진과 옥택연은 강원도 정선에서 하루 종일 아침을 먹고, 점심을 먹고, 저녁을 먹는다. 어촌편에서는 배우 차승원과 유해진이 섬에서 밥해먹는 모습을 그린다. 낚시를 해서 물고기를 잡고 요리를 한다. 아예 직접 텃밭을 가꾸고 본격적으로 농사를 짓는다.

신혼부부를 외딴 곳에 보내버리는 ‘신혼일기’에서도 끼니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결혼 7개월 차 신혼부부 안재현-구혜선은 강원도 인제군의 집에서 겨울을 난다. 전통적인 성역활이 달라진 모습이 나온다. 아내인 구혜선이 오히려 힘쓰는 일을 하고, 안재현이 주방을 담당했다. 요리를 잘 못하는 구혜선이 독특한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고 안재현은 이를 격려해준다.

▲ 윤식당 공식 포스터(출처=tvN)

아예 식당을 운영하는 ‘윤식당’까지 가면 나영석은 ‘전문 먹방PD’라고 불러도 될 듯하다. 이국적인 풍경 속에서 윤식당의 메인 메뉴는 불고기를 활용한 다양한 음식과 만두, 라면 등이다. 특히 삼시세끼와 윤식당에서는 단순히 먹는 것에서 벗어나 식재료와 예산을 고민한다. 이래저래 먹는 행위에 대한 중요성은 나영석 작품 전반을 관통하고 있다.

먹는 장소는 언제나 낯선 곳

특히 나영석의 작품에서 먹는 장소는 언제나 낯선 곳이다. 신서유기와 1박2일에서는 여행지에서 밥을, 윤식당은 우리나라가 아닌 인도네시아 발리 부근의 외딴 섬까지 가서 장사를 한다. 차라리 샤로수길이나 익선동 골목에서 장사를 하면 대박이 날 텐데 말이다.

나영석의 예능프로는 여행가서 먹고 즐긴다는 대주제를 벗어나지 않는다. 여행을 가지 않아도 그림이 나올법한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도 결국 여행을 간다. 경주를 가서 처용이 아랍인일수 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천마총과 첨성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까지도 언급된다. 여행은 다양하고 깊은 주제를 이끌어내기 위한 촉매제로 작용을 한다.

▲ 알쓸신잡 촬영하는 모습(출처=tvN)

이런 핵심주제를 중심으로 출연진들은 변화무쌍하게 바뀐다. 배우 이서진이 주로 나오지만, 다양한 게스트들이 등장한다. 여행을 떠나도 할아버지와 함께 갔다가도, 예쁘고 멋진 누나들이나 청춘들과도 간다. 삼시세끼를 먹을 때도 계속 새로운 손님들이 온다.

이는 나영석의 기본 예능철학의 한계로 해석될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 먹고 노는 것이 기본베이스이기에 자꾸 새로운 곳을 찾고, 새로운 사람들을 데려간다. 할아버지, 청년, 누나, 동물들까지 다 데려간 뒤에는 같이 여행갈 사람이 없어질 우려도 있다. 언제까지 ‘복불복’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영석은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가능성이 높다. 여행과 먹기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다. 특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밥 먹는 배와 간식 먹는 배는 다르다’라고 말할 정도로 먹는 행위를 즐긴다. 먹고 노는 것은 놀이의 본질이다. 예능은 복잡할 필요가 없이 재밌으면 되고, 나영석 예능철학은 그것을 정확히 꿰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