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또 빗나갔다. 조기대선이 끝나자마자 부동산 시장이 재가열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다양한 규제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올해부터 본격화하는 ‘입주대란’까지 부정적 요인들이 더해지면 주택 투자수요를 위축시키고도 남는다고 했지만 대선 이후의 사정은 달랐다.

 출처=이코노믹리뷰 DB

전통적인 비수기인 동시에 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 규제가 시행되는 7월에 들어서고도 분양시장의 열기는 뜨겁기만 하다. 7월 둘째 주 전국 22개 단지가 1만6708가구의 청약접수를 하고 견본주택 7곳이 문을 열었다. 특히 수도권 17개 단지는 서울 용산, 고덕, 경기도 판교신도시 등 주요 지역에서 분양하면서 견본주택에 수만명이 몰리고 1순위 청약이 모두 마감되는 등 이변을 연출했다.

탄핵 정국이던 지난 연말과 올해 초, 대선 직전인 5월의 시장 전망이 모두 실제 시장 상황을 비껴가면서 하반기 전망도 쉽지는 않게 됐다. 부정적인 관측이 우세하던 지난해 말에도 시장 상승을 전망한 이상우 유진투자증권 건설·부동산 연구위원은 하반기 주택시장에 대해서도 낙관했다.

그는 “기존 주택 시장은 현재 거래가 줄면서 조정세에 든 것으로 보고 하반기 시장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특히 신규 주택 수요는 충분해 분양시장 호조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하반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1%대일 것이다. 정부도 규제로 건설·부동산 경기 자체가 얼어붙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예상보다 이후 있을 정부의 규제 강도가 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부동산 시장은 현재의 상승 폭을 유지한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에는 서울과 외곽지역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전국적으로 보합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하고 “지방은 입주증가에 따라 세종, 부산 외 기타 지방에서 본격적인 하락세가 나타나며 0.2%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재고 시장은 분양시장처럼 호조세를 갖긴 어렵고, 분양시장 중에서도 부산 등을 제외하고 경기 외곽 등의 지방 시장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다만 서울 전역에 분양권 거래 등이 중단됐지만 분양시장의 인기는 계속된다고 부연했다. 분양 물량도 많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전국적으로 총 23만1514가구가 분양된다. 분양이 밀린 상반기 분양물량 16만7921가구보다 38% 증가한 것이다.

허 연구위원은 하반기 대출 규제에다 8월로 예정된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 공급 문제 등으로 하락 요인이 있지만 신규 주택 수요가 여전히 높은 데다 금리 상승 속도가 빠르지 않고 대체할 만한 다른 금융상품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시장 상승 변수도 충분하다고 봤다. 그는 “특히 현재 분양시장에는 어려워진 집단대출 협약이 성공할 만한 양질의 단지들이 나왔다”고 분양시장의 호조세를 설명했다.

전문 투자자인 김부성 부동산자산관리연구원 대표도 한동안 보합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하반기 예정된 리스크가 주택 투자심리를 이미 위축시키고 있다. 현재 오피스텔이나 상가 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면서 “내년 상반기까지 주택 시장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책 발표를 시사하자 주택사업 주체인 건설사들의 '눈치보기'는 시작됐다. 한 주택사업관련 협회 관계자는 “언론에 나오는 만큼 주택시장이 활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건설사들이 쉬쉬하지만 청약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높지 않다”면서 “조기 대선 이슈가 있기는 했지만 상반기 분양 물량을 예년에 비해 30% 정도 줄인 데에는 업계의 불안감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하반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의 추가적인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을 것을 시사해 하반기 주택시장의 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향후 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건설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지난달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는 73.8을 기록하며 5월(108.0)에 기준선을 넘은 지 한 달 만에 다시 100 이하로 떨어져 건설사들의 사업 경기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