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은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좋게 보면 허위와 거짓으로 덫칠된 세상의 진실을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좀 안 좋게 보면 세상을 삐뚤어지게 보도록 한다. 극단으로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오셀로가 부인 데스데모나를 살해한 것도 의심이 불러 일으킨 질투심 때문이었다. 그래서  의심을 싫어한다.

그럼에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 생겨 고통스럽다.  문재인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의심이다. 궁극으로 노리는 게 무엇인지 잘 몰라서 생긴 의심이다. 문 대통령은 고리 원자력 발전소 1호기를 영구 가동 중단한 자리에서 신규 원전과 석탄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가동률을 늘리는 것 등을 포함해 ‘탈핵’ ‘탈원전’을 선포했다.

문 대통령은 국가의 에너지 정책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을 제거해야 하고 지속가능한 환경,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하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시대가 우리의 에너지 정책이 추구할 목표로 강조했다. 그리고 문 대통령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로 탈원전, 신재생에너지 전문가를 지명했다.

국민의 안전과 환경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데 누가 시비를 걸 것인가. 시비를 건다는 것은 천부당만부당 할 수 있다. 정책방향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확대하면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것은 독일에서 실증됐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을 늘린다면 전기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의구심이 든다.  요금 인상을 국민이 순순히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원전과 화력발전소를 새로 짓지 않고 오래된 발전소 가동을 중단한다면 전력공급 공백이 생기게 마련이다.  공백을 막고 전력수요를 충전하려면 이 둘을 뺀 발전소를 열심히 돌려야 한다. 문 대통령이 말한대로 LNG발전소 가동률을 높이고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더욱더 많이 하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민간 발전사업자들이 운영중인 LNG 발전소 가동률이 턱없이 낮다는 점만 본다면 가동률을 높이는 것은 전력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일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일정 시간 총수요량이 변하지 않는 ‘기저부하’는 발전 단가가 싼  원전과 석탄 발전소가 맡았다.  전력수요가 급증할 때 LNG 발전소를 돌려 수요를 충족했다. LNG는 원자력과 석탄에 비해 값이 비싸 비상시에만 발전소를 돌렸다.  앞으로 LNG 발전소 가동률을 높인다면 가동률 제고, 전력생산, 오염물질 배출량 감축 등 세 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일이 다 그렇듯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게 마련이다. 4차산업혁명이 일어난다고 해도 공장은 돌아가야 한다. 중후장대한 산업이 많은 우리나라의 전력수요는 쉽게 꺾이지 않는다.  그 전력수요를 발전단가가 비싼 LNG를 태워 생산한 전기나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로 다 충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LNG 발전을 늘리려면 LNG를 많이 사와야 하고 비축시설과 발전소 건설 등 투자도 늘려야 하는 데 누가 그 비용을 댈 것인가.  LNG는 어디서 구할 것인가. LNG는 판매국과 20년 장기계약을 맺고 들여오는 게 보통이다.  지난 3일 통영항을 통해 들여온 미국산 셰일가스도 20년 장기계약을 맺은 것이다. LNG는  우리가 급히 구하고 싶다고 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새 정부는 무슨 수로 LNG를 공급할 수 있을까. 산유국인 러시아산 LNG를 대량으로 들여오는 것은 한 방법일 것이다. 과거 북한을 경유해 러시아산 LNG를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한 전례도 있다. 혹시 이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 모를 일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도 환영할 일이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오염물질을 내뿜지도 않으니 이보다 좋은 발전이 어디 있겠는가. 과연 사실일까. 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태양광으로  동일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화력발전에 비해 훨씬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   날이 흐리거나 바람이 불지 않거나 고장으로 발전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몇 배의 시설을 갖춰야 한다. 넓은 땅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넓은 산을 깎아 풍력 발전용 바람개비를 설치한다면 자연은 훼손될 수밖에 없다. 거대한 바람개비가 돌아가는 곳에는 동물들이 살기 어렵다는 것은 블로그 몇 개만 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일조량이 3시간을 조금 넘어 태양광 발전을 많이 하는 나라에 비해 짧고 풍력 발전기를 설치할 지역도 그리 많지 않다. 

이 모든 의심에도 탈핵과 탈원전을 실천하겠다는 정부의 의욕에 찬사를 보낸다. 탈핵과 탈원전 독트린이 현실화하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이 모든 의심이 쓸데없는 기우로 판명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의심보다는 믿음이 더 좋은 가치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