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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주의 워치블랙북] 시계 고문실에 가다집념이 낳은 신뢰, 카시오 야마가타 메이드
   
▲ 방수테스트를 하고 있는 야마가타 공장의 시계. 출처=지코스모

현대 산업이 아무리 많이 바뀌었다고 해도 메이드 인 차이나에서 받는 느낌과 메이드 인 재팬에서 받는 느낌은 아직까지 판이하게 다르다. 일본인 특유의 꼼꼼함과 철저함은 메이드 인 재팬에게서 의심하지 않는 신뢰의 이미지를 만들었고, 그 이미지는 세계 어디에서나 동일하다는 점에서 찬사 받을만 하다. 다양한 산업 군에서 신뢰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메이드 인 재팬. 메이드 인 재팬을 한 단계 뛰어넘는 호칭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메이드 인 야마가타라고 부르고 싶다. 지구에서 가장 단단한 시계라 불리는 지샥을 만들어 내는 곳. 카시오의 야마가타 공장은 마니아들 사이에서 이렇게 불린다. <시계 고문실>

 

세계에서 단 두 명

   
▲ 시계를 테스트 중인 야마가타 공장의 장인. 출처=지코스모

카시오는 어떻게 해서 <시계 고문실>을 갖게 되었을까. 먼저 카시오의 시계 장인들에 관해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이다. 카시오에서 마이스터가 되려면 3번의 시험에 모두 한 번에 합격한다고 가정했을 때, 최소 7년이 걸린다. 입사 후 1년이 지나 첫 번째 시험에 합격했을 때 골드, 이후 3년간 골드 생활을 한 뒤 시험에 합격하면 플래티넘, 다시 3년간의 생활을 거친 뒤 시험에 합격하면 비로소 마이스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혹독한 기준 덕분에 카시오가 처음 생긴 뒤 무려 60년이 지난 현재, 카시오에 존재하는 마이스터는 단 2명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단 두 명. 카시오가 인정하는 <마이스터> 칭호는 범인이 얻을 수 있는 타이틀이 아니다. 한 부분, 절대 포기하지 않는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시계만이 최고의 시계가 된다

메이드 인 야마가타는 카시오의 프리미엄 라인을 뜻하기도 한다. 특히 마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의 하무라 시설>이라고 불리는 <하무라 R&D센터>가 이곳에 있는데, 이 하무라 시설이 바로 <시계 고문실>이다. 이곳은 지구상에서 가장 단단한 시계인 지샥을 만드는 곳으로 19종류에 175개의 세부항목을 테스트한다. 테스트의 개수와는 별개로 이곳의 다양한 별명을 만들어 낸 것은 몇몇 중요한 실험의 강도다. 그것들을 살펴보면 왜 <전설의 하무라 시설>이라 말하는지, <시계 고문실>이라는 악명이 붙었는지 알 수 있다.

 

충격테스트

   
▲ 해머로 시계를 가격하는 하무라 시설의 충격 테스트. 출처=지코스모

5kg의 철해머를 180도까지 올린 후 자유낙하로 시계를 가격하는 테스트다. 쉽게 설명하면 5kg의 아령을 수직으로 시계 위에 떨어뜨리는 정도의 충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실험을 다양한 각도에서 50번 이상 반복해서 실시한다. 물론, 이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는 시계는 세상에 몇 없다.

 

정전기 테스트

   
▲ 시계에 정전기를 쏘는 하무라 시설의 정전기 테스트. 출처=지코스모

기계식 시계에 자성이 가장 큰 적이라면, 디지털 워치에는 정전기가 가장 치명적이다. 하무라 시설에 들어온 시계는 정전기를 시계에 직접 타격하는 정전기 방사 테스트에 통과해야만 한다. 프로페셔널 모델 라인은 1600V의 정전기를 직접 쏘아서 맞혀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 1600V면 2017년 기준으로 전기의자의 약 3배의 전압이다.

 

진동 테스트

   
▲ 초당 수천 번의 초고속 진동 중을 시계에 가하고 있는 하무라 시설의 진동 테스트. 출처=지코스모

초당 10회의 진동에서 시작해 시계가 멈춰 보이는(!) 수천 번의 초고속 진동 속에서 시계를 테스트한다. 단순 충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지속적인 내부 충격에 견뎌야 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마도 일반 오토매틱 시계라면 실험이 끝난 후 시계의 케이스를 열면 쇳가루가 모래시계처럼 떨어질 것이다. 이 실험을 견디게 하는 것이 카시오가 개발한 <알파겔>이라는 흡수 소재인데, 바닥에 알파겔을 깔아놓고 날달걀을 떨어뜨리면 깨지지도, 튕기지도 않고 붙어버린다. 이것이 무브먼트와 케이스 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한다.

 

가속 낙하 테스트

   
▲ 시계를 콘크리트에 ‘발사’하는 하무라 시설의 가속 낙하 테스트 장치. 출처=지코스모

충격 테스트의 정점을 보여주는 시험이다. 높은 곳에서 떨어졌을 때를 예상한 충격 테스트는 다른 브랜드에서도 진행하고 있지만, 하무라 시설에서는 스프링 장치로 속도를 가속시켜 평범한 상황에서는 있을 수 없는 높이를 테스트한다. 충격이 아닌 ‘발사’라고 불러도 좋을 속도로 콘크리트에 다양한 각도로 여러 번 부딪히는 시계의 모습을 보노라면 왜 하무라 시설을 시계 고문실이라 표현하는지 느낄 수 있다.

 

야마가타 메이드의 길

   
▲ 야마가타 메이드의 기술이 응집된 최신 모델, GPW-2000. 출처=지코스모

롤렉스와 애플과 지샥은 공통점이 있다. 롤렉스는 하이엔드로 가지 않고, 애플은 디자인을 바꾸지 않고 지샥은 스마트워치의 길을 걷지 않는다. 자신들의 정해놓은 범위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않으려는 프로페셔널이 한 분야에서 최고의 길을 걷게 하는 기업을 만들어낸다. 카시오는 ‘터프니스’라는 범주 안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다른 기술을 모두 포기했다. 시계에 있어 다양하고 많은 기능은 사실상 내구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카시오에서는 야마가타 메이드의 기술을 집약시킨 GPW-2000모델을 출시했는데, 이 역시 방패에 가까운 단단함과 블루투스, GPS, 전파 수신으로 시간을 3중 보정하는 정확함을 탑재한 <최신 병기>에 가깝다. 야마가타 메이드는 자신들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걸어나갈 길을 하무라시설의 악명 높은 테스트를 통과한 그들의 시계로 보여준다.

 

   
▲ 야마가타 공장의 지샥 주물. 출처=지코스모

지금 우리가 매장에서 만나는 야마가타 메이드의 시계들은 <시계 고문실> 하무라 시설에서 살아남은 시계들이다. 카시오의 지샥이 추구하는 ‘터프니스’는 비단 외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상상을 초월한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은 시계.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망가지지 않는 최강의 전사들을 손목에 올리는 것. 그 자체가 바로 ‘터프니스'다.

 

<참고문헌>

GSHOCK, Chronos, Yamagata CASIO, 이코노믹 리뷰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시계'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홈페이지]

▶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공식 포스트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N포스트]

김태주 시계 전문 페이지 <블랙북> 운영자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7.07.05  09: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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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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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네일부터 외계인에게 붙잡힌 시계 같다고 생각했는데 정말 '시계 고문실'이라고 불리다니ㄷㄷㄷㄷㄷ
테스트 과정을 보니까 무섭습니다....... 지샥 평소에 좋아했는데 더욱 관심이 가네요. 카시오를 다시보는 기회가 되었어요.

(2018-06-10 17:13:51)
롸님
사진을 보니 고문실이라는 말이 더 와닿는 것 같아요 ㄷㄷㄷ 지샥을 많이들 차셔서 흔한 시계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이번 기사를 읽고나니 그만큼 대체 불가능한 제품이기 때문에 많은 사랑을 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2017-07-21 16: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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