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학도인 P 군은 최근 시나리오를 쓰기로 하고 자료를 수집 중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일반 도서관을 드나들던 중 CGV명동역에 있는 씨네라이브러리를 알게 됐다.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도서들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곳을 찾은 P 군은 신세계를 발견한 것처럼 기뻤다. 영화 소재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문학 작품에서부터 영화 관련 이론 서적, 실무 서적까지 P 군이 필요로 하는 모든 책이 다 있었기 때문이다. P 군은 이제 수업이 없을 때면 무조건 씨네라이브러리를 찾아 미지의 세계로 푹 빠져든다.

도서관 전성시대다. 새로운 지식을 채우기 위해 사람들은 도서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기업들도 지식 공유를 위한 활동에 속속 동참하고 있다. 각 기업 활동과 연계해 개성 넘치는 도서관들을 선보이고 있다. 뮤직, 여행, 디자인, 자동차 등 주제별 도서관에서부터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몰에 위치한 대규모 도서관까지 그 규모와 형태도 다양하다. 언젠가부터 서점들마저도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도서관은 이제 떼려야 뗄 수 없는 우리 일상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CGV명동역에 위치한 ‘씨네라이브러리’도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도서관 중 하나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영화를 읽는 국내 최초의 영화도서관이다. CGV아트하우스는 ‘영화적 영감과 휴식, 그리고 소통의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2015년 씨네라이브러리의 문을 열었다. 일단 위치상 과거 영화산업의 중심지였던 충무로 인근 명동 입구라는 상징성이 있다. 여기에다 영화관 한 관을 개조해 도서관 형태를 만들다 보니 그 어디서도 만나보기 힘든 묘한 공간감을 연출해냈다. 1만권 이상 엄선된 영화 관련 도서들은 방문자들을 압도한다. 소설을 비롯해 그래픽 노블, 만화, 논픽션 등 각종 영화의 영감의 원천이 된 원작 도서들을 비롯해 감독론, 배우론, 영화이론, 시나리오, 콘티북 등 영화 전문 서적들이 즐비하다. 미술과 사진, 건축, 디자인 등 영화와 영향을 주고받은 각종 예술 서적들도 넘쳐난다.

이런 개성 넘치는 새로운 공간에서 CGV아트하우스는 적극적으로 관객과의 소통 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대표적인 것이 각종 톡 프로그램이다. ‘라이브러리 톡’은 영화 감상 후 감독, 배우, 영화평론가 등과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통의 장이다. 이것을 좀 더 특화한 것이 ‘김혜리의 월간 배우’다. 오랫동안 영화만을 전문으로 다루어온 김혜리 기자가 추천하는 배우의 대표작을 스크린으로 만나고, 연기와 영화세계에 대해 들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상용의 영화 독서’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와 원작, 고전영화와 스테디셀러에 이르는 영화와 책의 다양한 만남을 탐독하는 월간 프로그램이다. 여기에다 보다 깊이 있는 탐구를 위해 ‘CGV 아트하우스 클래스’를 개설했다. ‘이동진의 인사이드 시네마’는 고전부터 현대에 이르는 명작과 함께 영화의 기초개념과 분석이론을 다루는 전문 강의 프로그램이다. ‘이다혜의 북클럽’은 이다혜 북칼럼니스트의 큐레이션을 통해 진행하는 독서 모임이다. 이 밖에도 영화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더욱 전문적인 강의 프로그램, 영화와 사진에 대한 상관관계를 다룬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영화인들의 생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각종 기획전시프로그램도 마련했다. 2015년 개관 당시 ‘영화인 100인의 내 인생의 책’이라는 기획 전시에서는 봉준호, 하정우, 김혜수, 이동진 등 영화인들이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을 선별해 전시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박찬욱의 내 인생의 책’, ‘이창동의 내 인생의 책’, ‘김지운의 내 인생의 책’이라는 감독별 별도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영화인들이 어떤 책을 읽고, 이를 통해 어떤 생각을 하는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이런 프로그램은 대중 관객들의 폭발적 관심으로 이어졌다.

CGV씨네라이브러리가 이렇게 영화 관객들의 마음을 조금씩 파고들었지만 CGV아트하우스는 여전히 목말라 한다. 더 많은 영화인에게, 더 많은 관객들에게 씨네라이브러리가 동네 사랑방 같은 편안함으로 다가가길 원한다. 씨네라이브러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모두에게 열려 있다. 영화인, 더 나아가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소통 공간으로 말이다. 그러기 위해 CGV아트하우스는 영화와 책을 통해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들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씨네라이브러리가 ‘창작’이라는 광활한 사막에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오아시스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