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CT 시장에서 활약하는 기업들은 자신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우주와 지상, 깊은 해저까지 가리지 않고 뛰어든다. 당장의 수익과 비즈니스 모델을 포기하더라도 새로운 세상을 향해 질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스페이스X 위성 드래곤. 출처=위키미디어

어떤 이들은 "더 높이"

테슬라의 앨런 머스크가 CEO로 있는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가 최근 주말 더블헤더(weekend doubleheade)에 성공했다. 주말이던 지난달 23일(현지시간)과 25일 연속으로 우주로켓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연속 2회 발사는 2008년 3월 보잉-록히드마틴 합작업체인 연합발사동맹(United Launch Alliance)이 아틀라스와 델타 로켓을 연이어 발사한 후 처음이다.

스페이스X는 지난달 23일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그리고 25일 오후 4시 40분 미국 캘리포니아의 공군기지에서 이리듐의 통신위성 10개를 탑재한 팰컨9 로켓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 2015년 12월 이후 총 13차레에 거쳐 로켓 발사와 회수에 성공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로켓을 발사한 후 다시 회수해 재활용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을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스페이스X가 걸어온 길은 평탄하지 않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민간업체 지원정책을 발판으로 삼아 2002년 야심차게 깃발을 올렸으나 무참한 실패의 쓴맛을 맛봤다. 실제로 2015년 6월 스페이스X는 2단 로켓 팔콘9을 쏘아올렸으나 발사 후 2분 19초에 공중분해됐으며 지난해 9월에는 페이스북 통신위성 아모스6까지 실었으나 당시에는 날아보지도 못하고 시험 가동 중 폭발해버렸다. 당시 고객이던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자신의 계정에 "매우 실망스럽다"는 글을 적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럼에도 스페이스X가 매력적인 민간 우주개발업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2006년 8월 NASA와 ISS로부터 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해 28억달러의 지원금을 받은 상태에서 2008년 NASA와 상업용 재보급 서비스를 체결해 건재함을 알렸다. 이어 2010년 12월 지구 궤도상 우주선인 드래곤의 발사 후 회수에 성공했고 2012년에는 ISS에 도킹하기도 했다. 2015년에는 팰컨9을 위성궤도에 진입시킨 후 추진체 로봇을 그대로 회수하는 쾌거를 올렸다.

▲ 스페이스X 해상 발사장치. 출처=스페이스엑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도 민간 우주개발업계의 강자다. 2015년 블루오리진은 유인 우주선 뉴 셰퍼드를 지구 상공 100㎞까지 올려 탄도비행에 성공했으며 2015년 11월 발사체가 원형 그대로 지상에 무사히 착륙해 로켓 회수에 성공했다.

현재 블루오리진은 독자적인 로켓 엔진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뉴 셰퍼드에 자체 개발한 BE 시리즈 엔진을 가동하고 있다. 

▲ 블루오리진이 자체개발중인 엔진. 출처=블루오리진

이 외에도 영화 아바타의 감독인 제임스 카메론이 참여해 유명세를 탄 플래니터리리소스도 있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과 창업주 래리 페이지가 2012년 설립했으며 우주망원경 아키드-100을 통해 우주를 탐사하고 2022년 소행성에서 희소자원을 채취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 인터넷 오알지의 페이스북도 최근 `아퀼라` 드론의 2차 비행에 성공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아모스6 위성을 통해 우주에서의 인터넷 통신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민간기업의 우주공략이 빨라지자 원앱과 같은 우주 응용 서비스 시장까지 조금씩 열리고 있다.

물론 실리콘밸리 기업만 우주로 향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도 관심이 많다. 일찌감치 인공위성 프로젝트를 시작한 알리바바와 더불어 최근에는 텐센트가 문익스프레스 및 아르헨티나의 새톨로직, 그리고 구글의 플래니터리리소시스 등에 지분을 투자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모두 우주항공산업 기업들이다. 지난달 23일에는 일본의 캐논도 인도에서 PSLV 로켓에 인공위성을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리기도 했다.

이들이 우주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스코경영연구원의 민세주 연구원은 "기존 IT 서비스의 사업기반 확대에 효과적이며 새로운 시장을 장악할 수 있으면서 IT산업에 가장 알맞는 분야가 우주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가의 영토개념이 희박한 우주를 공략해 전세계에 통신 서비스를 뿌려 자신들의 생태계 강화에 나서고 이를 통한 모바일 시장 선점이 핵심이라는 뜻이다.

또 우주 산업은 아직 초기단계며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자본을 투자할 경우 미래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에 실제하지 않는 새로운 공간인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서 빛을 발했던 개척본능이 우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 블루오리진 방문한 제프 베조스(왼쪽에서 세번째). 출처=위키미디어

또다른 어떤 이들은 "더 빠르게"

우주를 향한 실리콘밸리의 야망이 날카로워지는 상황에서, 지상에서는 중력의 법칙을 이겨내려는 시도도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하이퍼루프 프로젝트다. 역시 앨런 머스크가 주도하고 있으며 신개념 튜브 트레인이자 고속열차 프로젝트다. 완전히 밀폐된 터널 내부를 낮은 기압으로 만든 후 열차를 쏘아 보내는 개념이며 철저하게 오픈소스로 개발이 진행중이다. 하이퍼루프의 최고 속도는 1200㎞에 달하며 이는 로스앤젤레스에서 약 560㎞ 떨어진 샌프란시스코까지 35분으로 주파할 수 있는 속도다.

▲ 하이퍼루프 개요도. 출처=하이퍼루프원

프로토 타입은 이미 나왔다. 지난해 8월 네바다 주 사막에서 시연됐는데, 당시 1.1초만에 시속 187㎞를 돌파해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다.

이를 만들기 위한 설비 공장이 문을 연 상태며 현재 170명의 직원들이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람 이매뉴얼 미국 시카고 시장은 앨런 머스크와 함께 하이퍼루프의 실제 적용을 위한 논의에 들어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하이퍼루프. 출처=파이퍼루프원

도심의 상공을 빠르게 이동하는 시대도 도래할 전망이다. 대표주자는 세계 최초의 유인드론 제조사인 중국업체 `이항(EHang)`이다.

지난 CES 2016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항의 '이항 184'는 AAV(Autonomous Aerial Vehicle), 즉 중단거리 자율 운항 항공기로 분류되며 모든 동력은 전기로 작동되는 한편 이중화 설계 시스템으로 돌발사태에 대비한다.

최대 100 ㎏의 무게를 실을 수 있으며 최대 고도 500m에서 100㎞의 속도로 비행이 가능하다. 이항의 창업주 슝이팡은 친구가 비행기 사고로 숨진 경험을 통해 안전한 유인 드론의 가능성을 타진했다고 한다. 올해 7월 두바이에서 자율주행 드론택시로 운행될 예정이다.

`에어로모빌`은 평소에는 자동차지만 교통체증이 심해지는 등 돌발상황이 생기면 하늘로 수직이륙하는 기기다. 동명의 기업인 슬로바키아 에어로모빌(AeroMobil)이 제작하고 있으며 평상시 도로를 달리다가 200m의 거리만 확보되면 접혀있던 날개를 펴고 즉각 이륙이 가능하다. 잦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지만 최근까지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호버 바이크도 있다. 드론계의 강자인 DJI가 준비하고 있으며 오토바이 형태의 고속운행기기다.

▲ 출처=에어로모빌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도 속도면에서 의미가 있다. 자율주행차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스마트시티로 연결된 지형을 빠르게 인식, 최소한의 경로를 자동으로 모색하는 기술력이 핵심이다.

구글과 테슬라를 비롯해 다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가능성을 타진하는 이유다. 더 나가자면 우버와 리프트같은 온디맨드 서비스도 비슷한 관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방식으로 빠르고 안전하게 추구하는 것이다.

인간의 이동이 아닌, 데이터의 빠른 이동을 위해서라면 깊은 바다를 파고드는 것도 가리지 않는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홍콩을 잇는 초대형 해저 데이터 고속도로 건설이 대표적이다. 중국 퍼시픽라이트데이터 커뮤니케이션이 최대주주로 참여하며 페이스북과 구글도 힘을 더하고 있다. 약 1만2800㎞에 달하는 길이에 공사비만 5억달러가 달할 전망이다. 완공은 내년 말이 목표다.

▲ 호버 바이크. 출처=DJI

오로지 모두들 "더 강하게"

기업들이 우주로 향하고 유인드론을 날리는 한편 해저터널을 개척하는 것은 당장의 수익과 거리가 멀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가 주도의 대사업으로 치부되던 대형 인프라 사업에 이들이 전사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자신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이들은 초연결 시대를 맞아 모든 것이 연결되기를 원하며, 그 중심에는 자신들이 존재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소위 `메가 트렌드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큰 그림을 그리는 이들의 행보를 깊이 살펴보며 이들 생태계의 가치가 무엇이며, 또 이런 경쟁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트렌드에 편승, 부품 판매에 열을 올리며 큰 그림을 그리는 ICT 기업의 하청업체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 국내 제조사들의 행보도 냉정하게 진단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