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유튜브

지난 53년 동안 잰 스웨인의 직업은 지도를 파는 일이었다. 세계 지도책, 여행안내서, 지구본, 그리고 접이식 도시, 주, 국가별 상세 지도 등. 그는 밀워키에서 맵 스토어(Map Store)라는 가게를 운영했다. 이 가게는 1937년 그의 아버지가 밀워키 지도 서비스(Milwaukee Map Service)라는 이름으로 처음 연 가게였다.

지난 4월 이 79세의 노인은 마침내 이 가게의 문을 닫았다. 사실 지난 20년 동안 이 가게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되었다. 이미 지도 웹사이트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작은 전화기로도 지도를 볼 수 있고, 자동차 안에서도 언제든 GPS가 튀어 나온다. 더 커진 아이폰의 화면과 구글 지도 앱은 사람들이 길을 찾는 방법을 순식간에 바꾸어 버렸다.

잰 스웨인은 밀한다. "마음만 먹으면 아이폰을 가지고 온 세상을 당신 손 안에 가져올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굳이 옛날에 사용하던 종이 지도가 필요 없지요. 요즘 종이 지도를 사는 사람들은 적어도 40대 이상 뿐입니다.”

이제 불과 10살이 된 아이폰은 많은 산업들을 “혹은 더 좋게 혹은 더 나쁘게” 바꿔버렸다. 강력한 컴퓨터가 당신의 뒤 호주머니 속으로 들어왔으며, 종이 지도, 컴팩트 카메라, 녹음기, 시계, 휴대용 게임기, 심지어는 애플 자신이 개발한 아이팟 같은 MP3 플레이어까지 조금씩 갉아 먹어버린 것이다.

돌이켜 보면 아이폰은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가 만들어 낸 혁명적 제품처럼 볼 수 있지만, 사실 이 기계는 산업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트렌드를 적시에 멋지게 집대성 시킨 것이다.

IT분야의 리서치 기업 가트너(Gartner)의 투옹 응우옌 어낼리스트는 “애플이 가장 잘한 것은, 그들이 이 작은 기기에 쓸 수 있는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생각해 낸 것”이라고 말한다.

기존 전화기에도 작은 카메라가 있긴 했지만 기능은 끔찍했다. 맨 처음 나온 아이폰도 2메가 픽셀의 카메라가 장착돼 사진의 질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러니 이를 계기로 사람들은 컴팩트 카메라를 스마트 폰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힙스타매틱(Hipstamatic)과 인스타그램 같이 카메라의 저해상도를 보완해 주는 어플도 등장했다. 시애틀의 사진 작가인 체이스 자비스는 전화기에 수 많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최고의 카메라가 장착돼 있다는 데 착안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2010년초에 설립돼 200여개국에서 1백만의 수강생을 모으며 성장한 사진 온라인 교육 사이트인 Creativelive를 창업한 자비스는 “이미지는 단순히 메가 픽셀이나 크기 등, 카메라 회사들이 당신이 믿기를 원하는 것들이 아니라, 당신이 포착한 그 순간의 이야기에 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카메라 영상기기 협회(Camera & Imaging Products Association)에 따르면, 지난 해, 전 세계에서 약 2420만 대의 카메라가 팔렸다. 아이폰이 나온 2007년의 1억 40만대에 비하면 크게 감소한 숫자다. 렌즈를 교환하는 전문가용 카메라는 여전히 나름대로 팔리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쓰는 포켓용 카메라는 그 수가 대폭 줄었다.

다양한 앱이 나오면서 아이폰이 죽인 것들도 있다. 아이폰의 녹음기는 완벽하지는 않아도, 테이프형식이나 디지털 녹음기를 대체하기에는 충분히 편리하다. 2008년에 앱 스토어가 생기면서 앱 스토어를 통해 즐길 수 있는 게임은 포켓용 게임기의 인기를 크게 떨어드렸다(물론 아직 게임기는 판매되고 있다).

시간을 전화기 홈 화면에 배치함으로써, 아이폰은 사람들이 손목 시계를 집에 놓고 다니게 만들었다. 그러나 시계는 아직도 전 세계에서 매년 12억개 이상 팔리고 있다. 애플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손목 컴퓨터인 애플 워치가 로렉스나, 오메가, 포실 같은 회사로부터 고객을 빼앗아 오기를 바라고 있다.

애플의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제 아이폰은 당신의 지갑도 바꾸려고 한다. 2015년에 시작된 애플 페이는 사람들이 물건이나 서비스를 살 때 실제 신용 카드나 현금을 사용하는 대신 전화기로 결제하게 만든다. 전화기 결제 보편화는 아직 결제 전반에 걸친 환경에서 기술적 업데이트가 필요하지만, 이는 시간 문제일 것이다.

어떤 산업들은 적응하기 시작했다. 한 때 미국 최대의 종이 지도 제작자였던 샌본(Sanborn)은 주 업종을 레이저 반사광을 이용해 물체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센서인 라이다(LiDAR) 개발과 디지털 지도 제작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스웨인 같은 작은 회사들은 문을 닫아야 했다.

잰 스웨인은 이렇게 말했다.

“사는 게 다 그렇지요. 수 많은 회사들이 새로 생기기도 하고 없어지는 것 아닙니까? 마차가 달리던 시대에 채찍을 만들던 사람들은 자동차가 나오면 사라지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