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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섭의 특허로 읽는 손자병법 이야기] 제7편 군쟁(軍爭)
김수섭 상승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7.07.12  07:44:55
   

가끔 어떤 제품에 대해 특허권 또는 디자인권이 등록되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의뢰받는다. 시장반응이 괜찮아 생산하고 싶은 제품이지만 특허권 또는 디자인권 등의 존재 여부가 우려되어서인데 통상 이런 제품들은 나름대로 기술적 특징이나 디자인적 요소가 있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조사해 보면 많은 경우 관련 특허권이나 디자인권이 등록되어 있는데 이는 창작을 보호하는 지식재산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기업들이 제품 출시 이전에 반드시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출원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조사 결과를 검토해 보면 해당 지식재산권의 보호범위가 협소해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해당 제품을 그대로 모방해서는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 침해에 해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해당 제품시장에 진입할 방안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손자병법> 제7편 군쟁편(軍爭篇)에서 손자(孫子)는 양측 군사가 대치하며 승리를 다투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莫難於軍爭)고 했다. 전쟁을 준비하는 것도 힘든 단계이지만 실제 전투에서 이기기 위한 어려움은 더 크다는 의미일 것이다. 승리를 위한 군쟁의 핵심은 우직지계(迂直之計)에 있다.

우직지계란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곧바로 가는 계책을 의미한다. 멀리 돌아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처럼 보여서 적의 방심을 유도한 뒤에 목적지로 빠르게 이동하는 작전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나중에 출발했음에도 먼저 도착할 수 있는 것이다(後人發 先人至).

한 번의 결전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전쟁에서는 상대방이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거짓 정보를 주는 기만전략이 중요한 승리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의 일반적인 기업 간 경쟁은 국가 간 전쟁과 같은 일회성 게임이 아니다.

유사한 게임이 반복되는 반복 게임에 가깝다. 기만전략은 일회성 게임의 경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반복 게임에서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상대방은 한 번 속지 두 번 속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손자병법>을 읽을 때는 상황을 잘 가려서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데 기업 간 경쟁에서는 속임수를 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우직지계가 필요하다.

특허전략에서 후발기업의 우직지계는 회피설계 전략이라 할 수 있다. 회피설계란 제품에 관련되는 특허권 등 지식재산권의 보호범위를 분석해 특허 침해의 위험을 회피할 수 있도록 기술적 디자인적으로 제품설계를 변경하는 것을 의미한다.

후발기업은 적절한 회피설계로 침해 위험을 피할 수 있고 나아가 회피기술이 특허등록요건에 해당한다면 출원해 특허권을 확보할 수도 있다. 회피설계 결과물은 경제성이 크게 나빠지지 않아야 하고 동일하거나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물질특허와 같이 조성이 다르면 전혀 다른 이질적 효과가 나타나는 경우와 같이 회피설계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발명이나 디자인에서 회피설계 전략은 상당히 유효한 전략일 수 있다.

효과적인 회피설계를 하기 위해서는 특허권의 보호범위를 분석해야 한다. 특허권의 보호범위는 특허청구범위에 기재된 사항에 의해 정해지는데 특허청구범위를 잘 살펴보면 통상 여러 개의 구성요소로 발명이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칼럼 군형(軍形) 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특허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는 구성요소 완비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통상 어느 하나의 구성요소가 생략되어 있거나 어느 하나의 구성요소를 새롭게 개발하고 대체해 발명을 실시하는 경우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변형이 가능한 구성요소에 집중해 다양한 변형 또는 대체를 시도해야 할 것이다. 다만 대체한 구성요소가 기존 구성요소의 단순한 균등물이라고 인정되는 경우 특허침해로 판단될 수 있으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

회피설계는 특허기술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새로운 창작을 유도하기 때문에 기술발전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어떤 새로운 제품의 탄생 초기에는 기본적인 구성이 특허로 보호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많기 마련이다. 특히 주요 구성요소 중 일부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이 바로 회피설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새롭게 개발한 구성은 별도의 특허 대상이 될 수도 있다. 후발기업이 회피설계로 개발해 보유한 특허권이 있다면 선발기업이라 할지라도 후발기업의 새로운 특허권을 침해하면 안 되기 때문에 후발기업은 싸움에 이기고 힘은 강해지는(勝敵而益强)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상대방의 특허권 등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시장진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후발기업의 특허전략으로는 라이선스 계약, 특허권 매입 등도 고려할 수 있지만 회피설계야말로 우직지계의 탁월한 전략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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