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절정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부품을 중심으로 시장의 슈퍼 사이클(장기호황) 수혜를 톡톡히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와 별도로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삼성전자의 희망

한국투자증권은 3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2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3조9000억원, 매출 60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무려 70%나 성장한 수치다. 부문별 영업이익으로는 반도체 7조8000억원, 디스플레이 1조5000억원, IM부문 3조7000억원, CE부문 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디스플레이(DS)부문의 영업이익이 삼성전자 전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IM부문의 갤럭시 신화가 다소 주춤하는 가운데 반도체 경쟁력이 이를 메우는 분위기다.

이민희 흥국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경쟁력은 최근 살아나고 있는 미국 관련 업종과 더불어 쭉 성장할 것”이라며 “모바일 부품 경기가 좋아지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강세는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먼저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슈퍼 사이클에 들어선 가운데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당분간 탄탄한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D램의 경우 서버 및 자동차 전용 D램 시장까지 열리는 상황에서 올해 3분기 평균 가격이 약 5% 상승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는 “당분간 공급 업체들이 물량을 크게 늘리지 않을 계획이기 때문에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의 호실적을 보장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25년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글로벌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43%의 점유율을 기록해 1위를 지켰으며 SK하이닉스도 28%의 점유율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의 마이크론이 23%로 3위, 난야와 윈본드가 각각 3%와 1%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낸드플래시 시장도 삼성전자 천하가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한미일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 가능성이 높아진 대목도 일종의 호재다.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반도체 굴기를 시도하고 있는 중국과 대만 기업이 낸드플래시 종가인 도시바를 단독으로 인수했을 경우 전체 시장은 크게 출렁였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출처=삼성전자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낸드플래시는 향후 D램으로부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확률이 높다. 2013년 세계 최초로 3D 낸드플래시를 개발한 삼성전자는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오는 7월말 가동이 예정된 세계 최대 평택 반도체 공장이 가동될 경우 삼성전자는 본격적인 64단 3D 낸드플래시 상용화 시장을 열게된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올해 1분기 37%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도시바가 17%, 웨스턴디지털이 16%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11%로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렸다.

D램과 낸드플래시 경쟁력을 바탕으로 SSD로 이어지는 시장 장악력을 일종의 모멘텀으로 활용, 삼성전자가 2분기 ‘반도체의 왕’인 인텔을 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삼성전자가 인텔을 누른다면 1993년 개인용 PC 대중화 시대가 열린 후 반도체의 지배자로 군림하던 인텔을 무찌른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노무라증권을 비롯해 주요외신은 2일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인텔을 누르고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 151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144억달러에 그친 인텔을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에 앞서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5월2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가 2분기 149억달러 매출을 올려 144억달러의 인텔을 근소한 차이로 누를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인텔 추월은 반도체 시장의 격변 그 자체다. 인텔은 지금까지 철저하게 시스템 반도체에 집중해 팹리스 시장을 주도했으며, 그 결과 사물인터넷 시대의 ‘두뇌’를 확실하게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서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D램 시장에서 48%,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37%의 점유율을 확보한 상태에서 3차원 반도체와 초미세 공정을 무기로 세워 인텔마저 잡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소위 판을 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는 3473억달러에 달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23%에 불과한 807억달러다. 나머지 77%가 모두 시스템 반도체인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전체 반도체 시장을 빠르게 장악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사하는 한편 엑시노스 시리즈의 다변화를 통해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지고 있으나, 아직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를 ‘비메모리 반도체’로 치부하는 성격이 강하다. 사업의 중심이 메모리 반도체에 집중된 상태에서 추가 동력을 확보하려면 시스템 반도체 시장 진격전을 벌여야 하지만 이 부분에 강점이 없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도 부족함을 인지하고 있다.

허국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상무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 및 연산기능의 발전을 위해서는 시스템 반도체 성능 업그레이드가 필수적”이라며 “7나노급 시스템 반도체의 내년 말 초도생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갤럭시S8에 들어가는 엑시노스 미세공정을 14나노에서 10나노로 낮추며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는 분위기다.

인텔의 반격도 변수다.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시장 독과점 업체가 나오기 어려운 시스템 반도체에서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최근 다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1985년 사실상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철수했던 인텔이 마이크론테크놀러지와 함께 서버용 SSD DC P4800X와 M.2 규격 PC용 옵테인을 연이어 공개한 대목에 시선이 집중된다. 그 중심에 3D크로스포인트가 있으며 이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경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인텔이 파운드리와 함께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진출한 것은 위기의식을 느꼈기 때문이지만 4차 산업혁명의 핵심에 필요한 기반 인프라를 조성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려는 의도도 있다”며 “단기간의 성과를 노리는 것이 아니기에 3D크로스포인트의 가격이 다소 높다. 당장의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칭화유니그룹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반도체 업계의 공세도 있다. 칭화유니그룹의 경우 지난해까지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인수에 나섰으나 미국 정부의 견제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한 상태에서 자체적인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난징에 306억달러의 자금을 투입해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한편 칭화유니의 자회사인 XMC는 지난해 3월부터 우한에 244억달러에 달하는 메모리 반도체 라인을 건설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인프라를 강화한 상태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 경쟁력까지 한꺼번에 묶는다는 전략이다.

▲ 엑시노스 아이. 출처=삼성전자

라이벌이 사랑한 디스플레이

삼성전자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기둥인 디스플레이 시장도 훈풍이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1일(현지시간) “애플은 아이폰8의 OLED 패널 수급을 위해 삼성전자에 10억달러를 지불할 것”이라며 “애플이 삼성을 돈방석에 앉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애플이 10억달러를 지급해 OLED를 수급하며 스마트폰 라이벌인 삼성의 손을 잡은 이유는 삼성 이외의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LCD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꾸렸지만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를 메인으로 삼은 LG디스플레이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형 시장은 일인자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LCD과 OLED 모두 포함한 전체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올해 1분기 삼성디스플레이가 매출 35억4700만달러를 기록하며 27.2%의 점유율로 1위에 올랐다. 재팬디스플레이가 23억2400만달러로 점유율 17.8%를 기록해 2위에 이름을 올렸으며 LG디스플레이가 15억9100만달러로 12.2%의 점유율로 3위에 올랐다.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며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이 각광을 받은 지점이 주효했다. IHS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시장 매출은 99억3500만달러에 달해 전체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76.2%를 차지했다.

▲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출처=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디스플레이의 미래로 불리는 OLED에서 삼성디스플레이는 95% 이상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IHS에 따르면 중소형 OLED 시장 규모는 2014년 80억달러, 2016년 143억달러, 2019년 248억달러를 넘어 2020년 27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소형 LCD는 2014년 333억달러의 시장 규모를 보여줬으나 2016년 143억달러로 추락했으며 2019년 226억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OLED 시장에 밀릴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20년 212억달러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 주도권을 가진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꽃놀이 패’를 잡은 셈이다.

삼성증권 장정훈 연구원은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패권은 LG디스플레이와 중국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는 시기인 2019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여기에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 기술개발도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삼성디스플레이의 라이벌은 사실상 사라진다.

▲ 중소형 디스플레이 탑재된 갤럭시S8.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큰 그림을 그리는 노력은 이어져야

삼성전자는 갤럭시S8을 통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1위를 수성하는 한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가전부문에서도 탄탄한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키움증권의 박유악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및 전사 실적 상승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까지 더해지면 삼성전자의 강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우는 방식은 큰 그림을 그리는 글로벌 ICT 기업의 하청기업에 천착하는 부작용이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중심으로 삼성전자를 하드웨어 동맹군으로 삼는 수준에서 핵심적인 시장 역할은 자신이 수행한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구글과 애플 등이 하드웨어 수직계열화 전략에 나서는 대목도 경계해야 한다. 구글은 지난해 메이드 바이 구글 전략을 발표하며 넥서스 스마트폰이 가지고 있는 안드로이드 레퍼런스 기준을 가상현실 기기 등 다양한 스마트 디바이스로 확장한 상태다. 애플도 전력칩 자체 제작을 발표하며 소프트웨어에서 하드웨어로 이어지는 큰 그림을 직접 그리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고조될 경우 하드웨어 하청업체의 입지는 당연히 좁아지게 된다.

다행히 삼성전자는 타이젠 운영체제를 웨어러블을 통해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새로운 운영체제 실험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패밀리허브 냉장고 등에 사물인터넷 경쟁력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제조사 중심의 초연결 생태계 구축에도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