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음주문화는 세계적으로 악명 높다. 신고식, 폭탄주 돌리기 등 술을 강권하는 분위기 때문이다.

▲ 출처=이미지투데이

그런데 한국인의 상당수는 알코올 대사능력이 서양인보다 낮아서 음주에 취약하다.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은 체내에 흡수되면 1단계로 알코올 분해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고, 2단계로 알데히드 분해효소에 의해 식초와 유사한 아세트산으로 바뀐다. 알데히드 분해효소의 활성이 감소하면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축적되고, 이로 인해 얼굴 홍조, 두통, 가슴 떨림  등 알데히드 독성증상이 나타난다.

한양대학교구리병원 응급의학과 강보승 교수에 따르면 알코올 대사능력이 좋은 사람들도 소주 반병 이상에 해당하는 알코올을 섭취하면 대부분 알데히드 독성증상이 나타난다. 알코올 분해에 특히 취약한 사람이라면 소량의 술을 마셔도 급격히 많은 양의 아세트알데히드가 혈액 내에 있게 된다.
                                                                          
술 자주 마시는 사람보다 가끔 마시는 사람 숙취 多 
강보승 교수에 따르면 규칙적으로 자주 술을 마시면 미립체 에탄올산화 시스템으로 불리는 또 다른 효소체계가 발달해 알코올과 아세트알데히드를 더 많이 처리할 수 있다. 즉 주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강 교수는 “주량이 늘긴 하지만 몸에는 좋지 않다”라며 “주량을 늘리고 싶으면 이틀에 한 번, 삼일에 한 번 등 시간을 두고 마시는 것이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겐 효과가 미미하다”라며 “이런 사람들은 소량이라도 건강에 매우 좋지 않기 때문에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고 경고했다.

▲ 알코올분해와 숙취의 원인물질. 알데히드 대사능력이 좋은 사람도 소주 반 병 이상에 해당하는 알코올을 섭취하면 대부분 알데히드 독성증상이 나타난다.출처=대한의사협회

알데히드 분해효소의 기능이 정상이라 하더라도 한 달에 1-3회 가끔씩 마시는 사람은 다량 음주 시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축적돼 독성(숙취)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주량은 체격, 나이, 성별, 평소 음주빈도, 피로도, 건강상태에 따라 다르다”라며 “평소 불규칙적으로 한 달에 1~3회 가끔 술을 마실 경우 건강하고 피로감이 없는 60~70kg의 성인 남자는 18% 알코올 농도의 소주 4-5잔 이내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강 교수는 ▲남자의 경우 알코올 18% 소주를 12잔 이상 하루 동안 마시는 것을 ▲여자는 18% 소주를 10잔 이상 하루 동안 마시는 것을 위험한 음주 습관이라고 봤다. 알코올 4.5%인 맥주 355cc 캔을 기준으로 남자 6캔, 여자 5캔이 해당한다.

그는 “과도한 음주는 비록 일회성이라 하더라도 심각한 급성 심장부정맥과 관동맥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얼굴 벌게지는 사람에 술잔 권하면 안 돼 
이에 강 교수는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대국민건강선언문을 발표, 올바른 주도(酒道) 습관을 제언했다. 

▲ 출처=대한의사협회

① 소주 1잔 혹은 맥주 한 컵(180cc)에도 얼굴이 벌게지거나 십 대 후반/이십 대 초반에 처음 술을 마실 때 같은 증상이 있었으면 유전적으로 알코올 분해 과정이 취약한 사람이다.

소량의 술이라도 마시면 안 된다. 소량의 음주로 얼굴이 벌게지는 사람이 음주를 지속하면 그렇지 않은 음주자보다 음주로 인한 식도암과 두경부암의 위험이 더 높다.

② 술은 물, 음식과 함께 2-3시간에 걸쳐 천천히 적당량만 마시는 것이 좋다.

한 달에 1~3회, 간헐적으로 음주하는 경우 남자는 소주 3~4잔, 맥주 2캔, 와인 2잔이다. 여자는 소주 2~3잔, 맥주 1캔, 와인 1잔을 물, 음식과 함께 2~3시간에 걸쳐 천천히 마셔야 새벽과 아침에 덜 힘들고 안전하다.

③ 잦은 음주는 암 발생위험을 높인다. 비록 적은 양이라 하더라도 규칙적으로 자주 술을 마시면 입안, 목구멍, 후두부위, 식도, 대장, 간, 여성 유방의 암 발생위험이 나타나고 섭취량이 늘수록 위험은 증가한다.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금주 날짜나 요일을 정해서 실천하는 방법이 절주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