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증권 주가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SK증권 매각대금이 최소 500억~600억원대에 형성될 전망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SK증권 인수전에 케이프투자증권, 큐캐피탈파트너스, 호반건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주관사는 삼정KPMG다.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는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다. 따라서 SK증권 매각은 2007년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시점부터 그 필요성이 부각됐다. 당시 SK네트웍스는 SK증권 지분 22.7%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2009년 유예기간을 2년 연장했다. 2012년 SK네트웍스는 SK증권 지분을 SK C&C, SK신텍, 우리사주조합에 각각 10%, 5%, 7.7%를 매각했다.

SK C&C는 (주)SK를 지배하고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SK증권 매각은 수면아래로 가라 앉았으나 2015년 8월 (주)SK와 SK C&C가 합병하면서 일반지주사가 금융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모습이 됐다. 이에 SK그룹은 오는 8월 2일까지 SK증권을 매각해야만 한다.

SK증권 인수에 참여하는 주체는 차치하더라도 기존 SK증권 인수전에 은행, 증권, 사모펀드(PEF) 등 10여곳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는 분명 대조적인 모습이다. SK증권 매각시한이 불과 한 달 남은 상황에서 인수전에 참여하는 주체도 예상보다 적어 매각 흥행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진 상황이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현재 SK(주)가 보유한 SK증권 지분율은 10%다. 지난 28일 종가 기준 SK증권 시가총액이 5522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매각 지분의 가치는 약 550억원이다. 통상적으로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프리미엄이 20~30% 적용된다. 이를 고려해도 SK증권의 매각 가격은 1000억원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그만큼 인수 주체의 가격 부담이 낮다는 점에서 오히려 흥행 가능성도 점쳐진다.

▲ SK증권 주가 추이 [출처:한국거래소]

한편, 일각에서는 SK증권이 계열사 관련 DCM이 강하다는 점에서 SK그룹에서 분리될 경우 SK증권의 실적이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SK증권 관계자는 “계열사 프리미엄이 있을 수 있지만 계열사 의존도가 큰 것은 아니”라며 “계열사 관련 DCM을 하더라도 규모는 그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증권업계 종사자들은 알겠지만 계열사라고 해서 무조건 일감을 주는 것은 아니며 그 성과 자체도 직원들의 노력 없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리해보면 SK증권은 DCM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으나 계열사 의존도는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SK그룹에서 분리되더라도 실적 측면에서 큰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매각 흥행은 착각이었다?

SK증권 매각설은 올해 4~5월부터 본격적으로 증권업계를 떠돌기 시작했다. 당시 SK증권의 주가는 주당 1100~1200원 대를 멤돌다 점차 상승하기 시작했고 지난 6월 8일 SK그룹이 SK증권 매각을 발표한 이후 1900원 대를 넘기도 했다. 일명 ‘매각 흥행 기대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많은 인수주체들이 SK증권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 했는데 (언론보도와는 달리)실상은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며 “SK증권은 채권시장발행(DCM)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데 대형사들의 경우 이미 DCM이 강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관심을 보인다면 DCM이 약한 중소형 증권사들이 뛰어들 가능성이 높으나 이들 중 적극적으로 SK증권 인수에 뛰어들만한 주체는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5월 이후 급등한 SK증권의 주가는 ‘신기루’나 다름없다. 작년 한해 동안 SK증권의 주가 흐름을 보면 1000~1200원 대의 밴드를 멤돌았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3200억~3800억원에 해당되는 규모다. 지난해 SK증권의 자기자본이 4151억원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저평가 상태였다.

SK증권이 저평가 상태를 탈피한 것은 ‘매각 흥행 기대감’이었으나 실제 상황이 예상과 달랐다면 SK증권의 가치는 근본 경쟁력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SK증권은 동종업계 대비 자본규모가 작아 적극적인 위험인수를 통한 수익력 확대 및 영업수익 점유율 상승은 쉽지 않다. 아울러 금융환경 변화에 민감한 위탁매매 및 상품운용에 대한 수익의존도도 높아 국내외 불확실성과 금리상승 전망 등은 수익성에 부담요인이 된다.

다만, 구조조정 이후 판관비 부담이 낮아지고 IB 부문의 사업지위 및 수익기여도 강화 추세 등을 고려하면 지난해 주가 상단인 1200원이 하방을 지지할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SK증권 매각 지분 10%의 경영프리미엄을 고려한 가격은 약 500억~600억원으로 추정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난해 SK증권의 실적이 부진했으나 수익력 및 구조조정 등으로 올해 1분기부터는 회복추세”라며 “이 분위기라면 최소 지난해 주가 밴드 상단인 주당 1200원 이상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다만, 이번 인수전은 증권사는 물론 신기술사업금융, 건설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해 정확히 판단하긴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삼정KPMG 관계자는 “비공개입찰로 진행되기 때문에 SK증권 매각 참여 주체와 진행사항 등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