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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겜의 시대, 갓겜의 조건①10조 한국 게임산업의 역설, 게임인이 전하는 진짜 문제는?

“죄다 똥겜만 모아놨네. 안 해요.” 국내 게임사들이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출시 예정작을 모아 소개하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어쩌다 나온 악플로만 보긴 어렵다. 한국 게임을 향한 비슷한 반응을 댓글은 물론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니까. ‘똥겜’이란 표현도 거듭 등장한다.

‘한국 게임=똥겜’ 프레임의 탄생이다. 똥겜은 똥과 게임을 합친 말이다. 쉽게 말해 수준 이하 게임 정도를 뜻한다. 갓겜(God+Game, 최고의 게임을 이르는 말)과 정확히 반대되는 표현이다. 국내 게이머 전부가 한국게임을 똥겜이라 생각하는 건 아닐 테다. 다만 그런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간과할 수 없는 위기의 징후로 읽힌다.

지금까지 한국 게임 산업은 ‘아름다운 시절’을 지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중소게임사 대표 A 씨는 이 시절을 이렇게 기억한다. “2000년 초반부터 한국 게임 산업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기반으로 온라인 게임 산업의 고도 성장기를 주도하는 행운아였습니다. 대략 2010년 무렵까지 지속된 고도성장 기간 동안 한국 게임은 주로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선구자이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도전자였죠.”

고도 성장기를 거치며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 국내 게임 산업은 2015년을 기점으로 연매출 1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시가총액이 10조원을 넘어선 게임사는 물론 글로벌 게임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업도 생겨났다. 세계에서 먹히는 게임을 만들어낸 건 물론이고. 한국의 콘텐츠 수출을 주도하는 분야 역시 게임이다.

그런데 ‘똥겜’이 웬 말인가. 국내 유저들의 ‘한국 게임 회의주의’쯤으로 규정할 수 있겠다. 한국 게임 산업의 역설이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에 내부로부터 위험 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셈이다. 빠르게 웃자라면서 부작용이 여럿 생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똥겜 프레임과 한국 게임 회의주의는 그 부작용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런 와중에 외산 게임의 공세가 강력해지고 있다. 라이엇게임즈의 ‘리그오브레전드’나 블리자드의 ‘오버워치’가 대표적이다. PC방 인기 게임 순위 1~2위를 다투는 두 게임이다. 게임트릭스가 집계하는 순위를 보면 두 게임 점유율 합계가 50%를 넘기는 수준이다. 국내 유저들은 이 게임들을 두고 갓겜이라고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 '오버워치'는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갓겜으로 불리는 게임 중 하나다. 출처=블리자드
   
▲ '리그오브레전드'는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갓겜으로 불리는 게임 중 하나다. 출처=라이엇게임즈
   
▲ '마인크래프트'는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서 갓겜으로 불리는 게임 중 하나다. 출처=마이크로소프트

 

‘한국 게임=똥겜’ 프레임의 탄생

왜 똥겜인가. 이유 없는 비하는 아니다. “한국 게임은 다 비슷비슷하고, 과금만 유도하고, 신선한 게 없고, 그래서 재미도 없다. 그래서 똥겜”이라는 식의 설명이 떠돈다. A 씨 인식도 비슷한 면이 많다. 그는 국내 유저들이 가지는 한국 게임에 대한 실망감의 이유로 3가지를 들었다.

첫째, 성공한 게임성을 반복해서 구현한 게임들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둘째, 과금 유도가 너무 심하며 무과금으로 게임을 즐기기는 어렵다. 셋째, 게임 서비스 운영이 유저 친화적이지 않고 개발사나 퍼블리셔 편의적이다.

유저들 인식과 교집합이 보인다. 정리하자면 ‘게임성 획일화’와 ‘과도한 과금 유도’가 문제의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겠다. 국내 대다수 게임은 부분 유료화 모델을 택하고 있다. 다운로드는 무료, 추가 아이템(콘텐츠) 구매는 유료다. ‘핵과금러’라고 불리는 소수 고과금 유저가 매출 대부분을 책임지는 구조다.

‘게임성 획일화’를 쉽게 말하면 신작이라고 해서 새로울 것 없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얘기다. 과금 유저를 의식하다 보니 게임 밸런스가 무너졌고, 흥행 법칙을 고려해 비슷한 게임만 양산하다 보니 재미가 획일화되면서 결과적으로 ‘똥겜’ 되기를 자초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왜 신작이 다 비슷비슷한 거죠?”

‘게임성 획일화’와 ‘과도한 과금 유도’는 우리 게임 업계가 똥겜이 아닌 갓겜을 만들어내기 위해 극복해야 할 핵심 과제 중 일부로 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도 대체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이코노믹리뷰>는 2가지 문제에 대해 익명의 업계 관계자 3인과 집중 논의했다. 게임사에서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이들이다.

우선 게임성 획일화 문제를 논했다. 게임은 첨단 문화예술이라고도 불린다. 그러니 지금 상황은 갤러리에 창의성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비스무리한 작품들이 널린 것과 비교할 수 있다. 현재 국내 게임사들은 특정 장르(RPG, 역할수행게임)와 플랫폼(모바일)에 몰두하고 있다. 트렌드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유저들의 흥미를 떨어트리는 효과를 낳고 있는 모습이다.

왜 신선해야 할 신작 게임이 너무나도 닮은 얼굴로 게이머를 찾아오는 걸까. 중소게임사 대표 B 씨가 설명했다. “게임 퍼블리셔나 개발사들이 돈이 되는 게임만을 선호하고 있어요. 문제가 심각합니다. 정말 잘 만들고 신선한 게임들도 퍼블리셔를 구하지 못하면 빛을 보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광고 비용이 없으면 론칭조차 하지 못하죠.”

수익 창출을 지나치게 고려하면서 과거 성공 사례를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 게임의 PD인 C 씨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오토플레이-반복노가다로 대변되는 최근의 모바일 플랫폼의 RPG들은 수익 창출이라는 기업 오너-경영진의 결정에 따라 결국 게임의 구조-방식이 성공한 게임들의 사례를 참고하게 마련이지요. 각종 시스템을 개발하다 보면 유사해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에 유저들도 피로를 느끼게 되는 시점인 것 같습니다.”

특히 RPG 쏠림 현상이 뚜렷하다. 앱마켓 매출 순위 최상위권을 보면 RPG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신작 역시 RPG로 쏠린다. RPG에 돈을 쓰는 과금 유저층이 탄탄하다는 믿음으로 게임사는 안전한 선택을 한다.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구글플레이 지난해 상반기 기준 유저 평균 결제 금액이 가장 높은 장르는 단연 RPG(59만원)였다. 액션(40만원)과 스포츠(35만원)가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단순히 RPG 쏠림 현상 자체가 문제의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B 씨가 말했다. “모바일 플랫폼만이 아니라 PC나 콘솔에서도 거의 모든 게임이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 위해 RPG나 컬렉션 형태의 수집 요소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장르의 획일화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재미없이 획일화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A 씨는 RPG라고 다 같은 RPG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집형 RPG, 액션 RPG, MMORPG(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로 메인 흐름이 2~3년에 걸쳐서 변해가고 있습니다. 새로운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하거나, 타 장르와의 융합을 시도한 RPG들도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즉 RPG라고 크게 범주를 봐서 그렇지 한국 모바일 시장은 특정 장르로 고착되지 않았고, 유행 장르의 변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RPG가 수두룩하다고 해서 게임이 전부 비슷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유명 IP 활용 게임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인상을 가중시키는 데 일조한다. 일부 유저는 IP 활용 게임을 두고 ‘우려먹기’라고 비난한다. 그렇지만 IP를 활용한 RPG는 여전히 시장에서 먹힌다. PC 온라인 RPG ‘리니지’를 원작으로 개발한 모바일 게임 ‘리니지2 레볼루션’이나 ‘리니지M’의 인기가 이를 증명한다. 각각 지난해 12월과 올해 6월 출시된 게임이다. 역대급 성과를 내며 국내 모바일 게임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리니지2 레볼루션. 출처=넷마블게임즈
   
▲ 리니지M. 출처=엔씨소프트

왜 유저들은 IP 게임에 끌리는가. C 씨는 꼭 원작의 게임성에 대한 기대감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유저들은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한 게임들에 주목하는 것 같습니다. 영세한 규모의 회사나 혹은 개인 개발자들이 만들어낸 게임들이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몇 달,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이 한동안 반복되다 보니, 유저들도 서비스 종료를 하지 않을 것 같은 IP를 빌려온 형태의 게임들을 많이 선호하게 됩니다. IP를 확보하지 못한 소규모 개발사들의 고만고만한 RPG 신작들은 채 유저를 모아보지도 못하고 서비스를 종료하는 상황들이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규모 개발사들이 다양성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해 성공할 가능성은 없는 걸까. C 씨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았다. “유저들이 서비스 종료의 가능성이 낮은 메이저 게임사의 알려진 IP를 이용한 특정 게임들로 몰리는 현상이 점차 심해질 거라고 예측합니다. 이는 곧 소규모 게임사들의 장르적 다변화의 시도 자체가 무의미한 공략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A 씨 의견은 다르다. RPG 바깥에서 잠재력을 봤다. RPG가 양산되면서 RPG 유저들이 대부분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찾은 상황이다. 따라서 유저를 확보하지 못한 신작 RPG들이 시장에서 실패를 거듭하게 되고, 이는 업계에 다른 장르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으로 작용할 거라는 의견이다. RPG 아닌 게임들이 신규 유저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RPG 쏠림 현상이 해소될 것이라고 C 씨는 전했다. 문제는 이 역시 또 다른 쏠림 현상의 시작을 의미할 수 있다는 거다. <계속> 똥겜의 시대, 갓겜의 조건②

조재성 기자  |  jojae@econovill.com  |  승인 2017.07.04  16: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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