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결실을 상징하는 아기는 ‘하늘이 주신 선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을 쏙 빼닮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난임 부부다.

난임 부부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난임 환자 수는 2012년 19만4193명에서 2016년 21만9110명으로 약 13% 증가했다.

 

임신, 나이에 따른 여성의 가임력이 관건

난임이란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1년간 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아이를 가지기 힘든 부부들의 사례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의학적으로 난임의 원인은 성별에 따라 여성에 의한 원인이 40~50%, 남성에 의한 원인이 20~30% 정도를 차지하며 나머지는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다. 이밖에 항암 치료나 면역억제제 치료를 받은 경우에도 임신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보다 현실적인 원인은 여성의 ‘나이에 따른 가임력의 변화’다. 전문가들은 난임 부부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여성이 결혼하는 시기가 늦어지는 것을 꼽는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은 “현재 우리나라 부부들이 난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여성의 나이”라고 밝혔다. 여성의 나이가 중요한 것은 무정자증인 남성의 고환에서도 정자를 추출할 수 있을 정도로 의학의 수준은 발달했지만, 노화를 늦추는 방법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은미 강남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교수는 “여성의 가임력은 나이가 들수록 마치 계단처럼 꺾인다”며 “평균적으로 30~35세는 50~60%, 35세를 넘어가면 40%, 40세가 넘어가면 20%대로 임신 확률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라며 “아무리 난소 기능이 좋아서 20세의 난소 기능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40대 때는 가임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난임 치료, 원인 파악이 우선

난임을 치료하려면 다양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난임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면 먼저 난임의 기간, 환자의 나이, 기존에 갖고 있던 병력과 같은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해서 단계적인 치료에 들어간다. 남성 난임의 검사법은 기본적으로 정액검사만으로 간단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고, 여성의 경우 호르몬 검사, 초음파 검사, 자궁내막증 검사, 자궁난관 조영술 등을 실시한다.

난임 기간이 길지 않다면 여성의 배란일을 맞춰가는 것부터 시작하는데 이를 2~3번 정도 시도했을 때도 임신이 되지 않거나 부부의 나이가 많은 경우, 난임 기간이 2~3년으로 긴 경우에는 인공수정이나 시험관아기 시술로 넘어가게 된다.

 

시험관아기 시술, 나이에 따라 성공률 달라진다

문제는 나이가 많은 난임 부부의 경우 시험관아기 시술에 성공할 확률도 낮다는 점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 따르면 시험관아기의 성공률은 여성이 35세인 경우 약 60%였던 것이 39세 이상이 되면 이의 절반인 30%로 떨어진다.

전문가들은 시험관아기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30세 전후로 시험관시술을 받는 것을 권한다. 최안나 국립의료원 센터장은 “약 40세 정도에 아주 늦어서 시험관시술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은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지만, 시험관아기 성공률은 떨어져 부부 모두 고통받을 수 있으므로 시험관시술을 고려하는 경우에도 최대한 빨리 전문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특히 여성이 40세가 넘어가면 모성사망률이 급증하는 만큼, 빠른 임신은 여성의 신체 건강을 위해서도 권고한다.

만약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결혼을 빨리 하지 못해 늦게 임신을 계획하게 된 경우, 난자와 정자를 최대한 보존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항암치료가 예정돼 있거나 난임이 될 가능성이 많은 여성의 난자, 난소조직과 남성의 정자를 냉동해 보존할 수 있는 기술력이 이미 발전돼 있다. 황경주 아주대병원 불임클리닉 교수는 “항암치료 등 모든 치료가 완료된 경우 동결보존된 난자, 배아, 난소조직은 다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난임 부부의 또 다른 고통, ‘부담’되는 진료비

“난임 치료로 인해 몸이 힘들어서 포기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그보다는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치료를 포기하는 사람이 많아요.”

장은미 교수에 따르면 난임 부부들은 ‘아이’를 갖지 못하는 스트레스와 더불어 ‘고가’의 시술비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년 전국 출산력 조사’에 따르면, 난임시술을 받다가 중단한 부부의 약 28%는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꼽았다. 난임 진단자 가운데 경제적 부담으로 시술을 아예 포기한 경우도 11.8%에 달했다.

장은미 교수는 “난임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는 급여 항목이 많아 개인 부담은 적은 편이다. 그래도 모든 검사를 진행했을 때 개인 부담이 100만원 정도 발생할 수 있다”며 “하지만 난임으로 진단받은 후 시행하는 시술은 대부분이 비급여”라며 안타까워했다.

 

정부에서는 비급여로 진행되고 있는 인공 수정, 체외 수정 시술비를 일정소득 계층에 한해 지원해주고 있다. 정부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사업 내용을 보면, 2인 가구 소득기준 110만원 이하(의료급여수급권자) 계층은 1회당 인공 수정(3회) 50만원, 신선배아(4회) 300만원, 동결배아(3회) 1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시술은 비급여로 진행되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덩달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장 교수는 “병원별 편차가 있겠지만, 인공수정의 경우 개인 부담 비용 부담은 1회당 10만~20만원 정도 발생한다”며 “시험관 아기 시술은 1회당 200만~300만원 정도 개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고, 동결배아는 1회당 20만원 정도의 개인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2인 가구 소득기준이 의료급여수급권자 수준을 초과하는 경우, 정부 지원금도 낮아지기 때문에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부담이 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진단부터 임신까지 100% 지원

▲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 출처=국립중앙의료원

이에 공공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은 독자적으로 ‘난임 진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임신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립중앙의료원은 난임 진단에 필요한 모든 검사, 특히 비급여로 분리되는 초음파 검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지원한다. 또 정부 지원금을 초과하는 인공수정, 체외수정 치료비에 대해서도 지원한다.

최안나 국립중앙의료원 난임센터장은 “난임 진단부터 진료까지 정부 지원금이 나오지만 일부 계층에서는 본인 부담금을 커버하기엔 무리가 있다”라며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부분을 최소화하기 위해 난임 진료비 지원을 시작했다. 의료수급권자라면 진단부터 임신까지 100% 지원 가능하다”고 말했다.

▲ 국립중앙의료원의 진료비지원에 관한 포스터. 출처=국립중앙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의 난임 진료비 지원 대상은 ▲부인 연령 만 40세 이하의 난임 부부 ▲의료급여수급자 ▲기준 중위소득 100% 이하 부부가 포함된다. 다문화가정이거나 북한이탈주민인 경우 국가 지원비가 별도로 있는데, 병원에서는 지원비와 더불어 난임 지원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 센터장은 “정부 지원 기준 나이는 44세인데, 우리 지원 사업은 40세이다.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미루지 않길 바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남편의 국적 등 이유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해도 병원에서는 지원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난임, 어느 한쪽의 문제 아냐… 모두의 노력 필요”

 

난임 치료에선 부부가 서로에 대해 배려하는 것도 시술 못지않게 중요하다. 황경주 교수는 “난임은 여성, 남성 어느 한쪽의 문제가 아니라 부부 모두가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문제”라며 “서로에게 힘이 돼주며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난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최안나 센터장은 “남녀 모두 임신 전 신체의 건강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센터장은 “여성의 배란은 규칙적으로 해도 1년에 12번이다. 정자는 생성된 후 70여일이 지나야 성숙된다. 그러니 70여일 전 몸 상태가 중요한 것”이라며 “건강한 아이를 갖기 위한 소중한 시기를 위해 평소 건강관리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정자 건강에 흡연은 매우 해롭고, 태어날 아이에게도 좋지 않은 환경이기 때문에 금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고령일수록 목숨을 걸고 아이를 낳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가임력이 좋을 때, 즉 젊을 때 임신을 하는 것이 엄마와 아이를 위해 건강하다”라며 난임이 의심됐을 때 최대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장은미 교수도 “(치료가) 늦으면 치료하기 힘들다. 임신을 원할 경우 본인의 생리 패턴에 관심을 갖고 이상이 있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36세 이상인 부부가 6개월간 피임을 안 해도 아이가 생기지 않으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라며 “40세 이상이라면 일단 병원에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자연 임신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보다는 자연 임신을 위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하되, 검사를 해보고 기다리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