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취향에 차이가 있다고 해서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싶은 마음까지 다른 것은 아니다. 동성(同性)결혼을 한 사람들도 아이를 가족으로 맞이할 권리를 가진다.

아이를 갖기 위한 방법으로 입양과 대리모 출산의 두 가지 길이 있는데, 이 중 대리모 출산의 경우 인도와 같은 후진국 여성들의 인권을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동성 부부의 선택, 대리모 VS 입양

게이 부부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대리모 출산과 입양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우리나라는 동성결혼이 합법화돼 있지 않아 동성혼인 부부는 부부로 인정받지 못한다. 때문에 한 명이 독신 가정으로서 입양을 신청해야 한다. 독신 가정이라도 일정한 기준이 갖춰지면 아이를 입양할 수 있다.

생물학적인 아이를 원하는 경우 대리모 출산이 대안이다. 조선시대에는 일명 ‘씨받이’가 있었다. 이는 결혼한 부부가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 남편이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씨받이)과 잠자리를 가져 그 여성이 아이를 출산해주는 경우다.

씨받이는 현대에 와서 대리모로 불리게 됐다. 다른 점은 씨받이의 경우 일반적으로 가난하고 천한 집안 출신으로 아이를 낳아주고 그 대가로 곡식과 같은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대리모 출산의 경우 대리모가 돈을 받고 아이를 낳아주는 상업적 대리모 출산과 아이를 낳아주고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는 비상업적 대리모 출산으로 나뉜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비상업적 대리모는 극히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리모 출산에 대해 어떤 법적인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지만,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크다. 불법은 아니지만 윤리적인 문제는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행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도 금전적인 목적으로 난자나 정자를 제공하는 것만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 체외에서 난자와 정자를 수정한 뒤 제3자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에 대한 규제는 없다.

 

해외 유명인들 대리모 통한 출산 많아… 대리모 합법·불법 국가는?

영국 유명 팝가수 엘튼 존은 자신의 동성 연인과 결혼한 뒤 두 명의 아이를 대리모를 통해 얻었다. 엘튼 존의 둘째 아이는 대리모 출산이 합법인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출생했다. 미국의 경우 주(州)마다 대리모와 관련된 규제가 다르다. 합법인 곳도 있고, 불법인 곳도 있다.

 

게이 부부는 아니지만 미국의 유명 셀러브리티인 킴 카다시안, 칸예 웨스트 부부도 킴의 자궁 건강 문제로 대리모를 고용했다. 유명 축구스타 호날두는 결혼도 하지 않았지만 대리모를 통해 얻은 아이만 벌써 세 명이다.

이렇듯 해외 유명인이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낳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 대리모 출산을 허용하는 국가는 많지 않다. 비상업적 대리모 출산을 허용하는 국가는 덴마크, 영국, 아일랜드, 벨기에,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이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불가리아는 대리모 출산을 원천적으로 금지한다. 상업적 대리모 출산을 허용하는 국가로는 러시아, 인도 등이 있다.

세계의 ‘대리모 허브’로 불리기도 하는 인도의 대리모 시장은 연간 23억달러(약 2조60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대리모로 지원한 인도 여성은 한 건당 40만루피(약 709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인도 대리모 시장의 매력은 무엇보다 저렴한 가격에 있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세계적인 의학저널 <란셋>(The Journal of the Lancet)에 지난 2012년 게재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대리모를 고용하는 데 인도에서는 5000~7000달러(572만~801만원), 미국에서는 1만8000~2만5000달러(2060만~2861만원)가 든다. 인도가 미국보다 최대 약 5배 저렴한 것.

그러나 이 같은 판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인도 의회는 지난 2016년 상업적 대리모 출산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대리모법(Surrogacy Bill 2016)으로 불리는 이 법은 6월을 기준으로 인도 의회에서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 게이부부는 자신들을 닮은 아이를 갖기 위해 ‘대리모’를 찾기도 한다.

‘사회적 약자’에 피해 몰린다… 대리모, 윤리적 이슈 점화

지난 2014년 태국 사회는 한 사건 때문에 일대 충격에 휩싸였다.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태국은 ‘아시아의 자궁(Womb of Asia)’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자국 난임 부부가 아닌 해외 난임 부부와 게이 부부의 의뢰를 받아 대리 출산을 하는 대리모 산업이 성행했다.

사건은 이렇다. 영국 <인디펜던트>의 보도에 따르면 호주에서 살던 난임 부부는 아이를 갖기 위해 태국에서 살던 20대 여성 파타라몬 잔부아(Pattharamon Janbua)에게 1만1700달러(약 1340만원)의 금액을 주고 대리 출산을 부탁했다. 잔부아가 임신에 성공한 후 쌍둥이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지만 쌍둥이 중 한 명인 가미(Gammy)가 다운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검사 결과 확인됐다.

가미에게 병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호주 부부는 잔부아에게 자신들은 가미를 원하지 않는다고 통보해왔다. 잔부아는 “호주 부부가 낙태를 요청해왔지만 (낙태는 태국에서) 죄가 되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행히 잔부아는 무사히 출산을 마치고 현재 태국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다.

▲ 상업적 대리모 출산이 합법인 로스 앤젤레스에서는 매년 성소수자들 의 축제인 퀴어 퍼레이드(Queer Parade)가 열린다

인도에서는 대리모들의 인권 문제가 뜨겁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인도 남부의 불법 난임클리닉을 인도 경찰이 급습한 결과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인도 경찰이 확인한 결과, 불법 난임클리닉에 47명의 대리모들이 각방이 아닌 하나의 큰방에서 비좁게 단체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단 하나의 욕실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인도의 여성단체들은 강하게 비난했다. 그들은 “인도의 대리모 산업은 부유층을 위한 ‘아기 공장’에 다름 아니며, 대리모에 지원하는 여성들은 가난하고 교육을 받지 않아 대리모 규정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불임·게이 부부 권리 중요하지만… 국민 68%, 대리모 법적 금지 ‘찬성’

자신들을 닮은 생물학적 아이를 너무나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게이 부부나 불임 부부의 권리도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대리모 출산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지만, 이를 논의할 것이라는 전망은 밝지 않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2년 발표한 ‘생명나눔 인식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다수의 국민은 대리모 출산 자체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은 대리모 임신에 대해 ‘긍정적이다’는 응답이 14.7%인 반면 대리모 임신이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응답은 77.3%에 달했다.

▲ 출처=보건복지부

일반 국민이 생각하는 대리모 출산의 윤리적 문제의 종류로는 ‘친자 확인 등의 논란’이 가장 높았고 이어 ‘생명에 대한 상업화’, ‘사회 풍속 저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침해’가 차지했다. 대리모 출산을 법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응답도 68.0%로 매우 높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난임 치료 전문가는 “대리모 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대리모 출산의 피해가 가장 약한 자들이 있는 곳, 예를 들면 인도와 같은 나라에 사는 여성들에게 주로 미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족의 형태가 꼭 생물학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게이 부부든 불임 부부든, 입양과 같은 제도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