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꽃차를 마신다. 필자는 하얀 목련이 필 때면 사람이 아니라 목련꽃차가 생각난다. 여러 가지 고민거리로 머리가 아플 때 목련꽃차를 마시면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언제부터인가 커피만큼이나 꽃차를 좋아하다 보니 캠퍼스에 핀 꽃을 보면 곱게 따다가 차를 마시고 싶은 충동이 든다, 봄이 완전히 가버리는 게 아쉬워 내 몸 안에 봄을 담아두려는 욕심 때문일 수도 있지만 꽃차가 주는 효능이 남다른 게 가장 큰 이유이지 싶다.

꽃차뿐만 아니라 차의 세계는 너무나 넓고 오묘하다. 전 세계에 가장 차를 많이 마시는 중국인들은 이런 얘기를 한다. “평생 매일 다른 차를 마셔도 죽을 때까지 다 마실 수 없다.” 그만큼 차의 세계가 많다는 얘기다. 차에는 필자가 좋아하는 꽃차를 포함해 녹차, 홍차, 백차, 황차, 보이차, 루이보스차 등 취향과 체질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차가 많다. 차는 커피, 코코아와 함께 3대 무알콜 음료로 동양의 음료라는 인식이 강하며 대략 200개 국가에서 20억명 이상이 즐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차는 단순한 기호음료를 넘어서는 몸에 좋은 약리(藥理)적인 효과가 크다. 차는 정신을 맑게 해주는 음료이기 때문에 정신수련을 위한 도구로도 사용되기도 한다. 주변에 다도를 즐기는 분들을 보면 세상의 번잡한 스트레스로부터 벗어난 차분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많다. 현대인들이 매일 가지고 다니는 불안, 걱정, 초조 등을 다스리려면 시원한 음료수보다 차를 즐겨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한다.

<동의보감>에는 차에 대해 성질이 차서 기운을 내리게 하고 체한 음식을 소화시켜 준다고 나와 있다. 또한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이뇨작용을 돕는다고도 한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차 맛이 좀 쓰지만 독이 없고 마시면 피부병이 없어진다고 적혀 있다. 어떤 문헌을 뒤져봐도 차에 대한 효능은 좋은 얘기들로만 가득하다. 차 잎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피로회복, 이뇨작용, 고혈압성 두통에 좋은 효과가 있다. 커피나 홍차와는 달리 차에 함유된 카페인은 몸 안에 축적되지 않고 6시간 정도 지나면 소변으로 자연스럽게 배출되기 때문에 몸에 해롭지 않다.

차 중에서도 특히 꽃차는 시각적으로도 아름답고 영양소도 많아서 일명 건강차라고 불린다. 꽃차를 즐기는 순서는 먼저 눈으로 감상을 하고, 코로 향기를 맡고 마지막에 입으로 즐기는 것이다. 꽃차의 은은한 향기는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수채화처럼 번진 색감은 컬러 테라피 효과까지 준다. 시중에 나와 있는 꽃차는 맛과 효능에서 종류가 참 다양하다. 특히 많은 사람이 즐겨 마시는 국화차의 경우는 두통에 아주 효과적이다. 국화차 중에서 야생국화의 일종인 구절초꽃차는 9월 9일에 따서 말린다고 해 구절초라 이름 붙여졌는데 부인병, 위장병, 치풍 등에 좋아 한약재로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구절초꽃차는 필자와 같은 여자들에게 좋다. 효능을 보면 여성 갱년기 질환 예방에 탁월하며 피를 맑게 하는 해독작용과 고혈압 예방, 환절기 독감 예방에도 좋다. 구절초꽃차는 그냥 차가 아니라 약이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남자들에게 좋은 차도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4, 5월 강원도 깊은 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삼지구엽초다. 삼지구엽초는 정력 강화와 체력증진에 아주 좋다. 또한 양기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무력감, 조루증, 건망증에도 효과가 높다고 한다. 삼지구엽초 외에 구기자차는 허약한 남자들에게 좋고, 영지차는 술담배 하는 남편들에 권할 만하다. 야근과 업무압박으로 겹겹이 쌓인 남자들은 오가피차를 즐겨 마시면 된다. 간장과 신장의 기능을 강화해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해주며 소변이 편해진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루이보스차나 마테차 그리고 식수용으로 쓰는 보리차, 유자차, 결명자차 등의 경우는 관습적으로 차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차나무 잎을 쓴 것이 아니며 식품대용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잔의 여유를 위한 다양한 차는 건강과 젊음을 위한 비결이 될 수도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보이차에는 갈산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지방 축적을 막아 다이어트에 좋다. 녹차의 카테킨도 체지방 분해와 나쁜 지방 배출을 돕는다. 오미자차는 신진대사를 돕는 유기산이 풍부하며 과일차와 채소를 말려 우려 먹는 차도 모두 각각의 역할을 한다. 차를 마실 때는 분위기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영양소의 보존을 위해 도구가 중요하다. 찻잔은 작은 게 좋으며 도자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꽃차의 경우는 유리 제품을 쓰기도 한다. 차를 마실 때 금속재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차의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차를 마시는 것이 일종의 예술행위여서 차를 커다란 대접에 담아 벌컥벌컥 들이키는 것은 그저 갈증을 푸는 행위일 뿐 차 고유의 맛을 즐기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차에 대한 정보와 상식은 넘쳐난다. 그러나 이런 상식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그냥 마시는 것이 좋다. 체질에 따라 조금씩 주의해야 할 게 있지만 근본적으로 마셔서 나쁜 차는 없다. 그리고 차를 마시는 그 순간만큼은 우리네 인생을 제대로 음미하는 고요하고 평화로운 순간이기에 번잡한 일상에서 이런 순간을 자주 갖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