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특목고 졸업 후 카이스트 전자학과 입학. 임수열 프렌트립 대표는 소위 엘리트라 불리는 교육과정을 밟아왔다. 주변 친구들이 취업을 준비하던 대학시절 그의 관심은 다른 곳에 향해 있었다. ‘행복하지 않는 삶’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것. 그는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여가생활에서 찾았다. 이에 지난 2013년 7월 프렌트립의 문을 열게 된다.

프렌트립은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 ‘프립’을 운영하고 있다. 프립은 여가생활을 즐기고 싶지만 정작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웹·앱(애플리케이션) 서비스다. 호스트 이용자들이 등록해둔 액티비티(활동) 중 일반 이용자는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골라 신청하면 된다. 야간 카약, 맥주 만들기, 레포츠 투어 등 다양한 액티비티들이 제공되고 있다.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이라는 이색적인 비즈니스에 투자 전문기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렌트립은 지난 2015년 한해 19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해내기도 했다. 임 대표를 만나 프렌트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소셜 액티비티 플랫폼, 낯선 개념이다. 프립에 대해 설명해 달라.

쉽게 설명하자면 에어비앤비의 액티비티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용자들이 여가활동이나 재능공유를 제안하고 이에 흥미를 느끼면 동참할 수 있도록 구성된 플랫폼이다. 제공되는 프로그램들은 일방적인 교육보다는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여가활동·여행이 주를 이룬다.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대신 창업을 선택했다. 창업을 결심한 계기가 있었는가.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평소 주목하고 있던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 창업에 이르게 된 것이다. 친구들 대부분은 현재 금융권이나 대기업에서 고액 연봉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변호사, 변리사, 벌써 교수 직함을 달고 있는 친구도 있다. 이 같은 일들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 경우는 더 좋은 IT제품을 개발하기보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문제를 직접 풀고 싶었다.

또래 친구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어떤 사회 문제가 있는지 살펴봤다. 그러다 삶의 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잘사는 국가’로 분류되지 않는가. 그럼에도 행복하지 않는 삶은 고질적인 문제더라. 삶의 질은 나와 친구들, 주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였다. 실제로 자살로 세상을 떠난 친구도 있다. 최고의 교육을 받고, 좋은 나라에 살고 있지만 삶이 힘들어 최악의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안타까웠다.

창업 전 임팩트투자 전문기관 크레비스파트너스에서 창업가를 지원하는 일을 했다. 그 과정에서 (삶의 질)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시험해봤다. 한 번은 강원도 삼척으로 스노쿨링을 계획하고 함께 할 사람들은 모았다. 그 결과 예상보다 많이 지원자가 몰렸다. 의외의 성과에 놀랐다. 그때 깨달았다. 누군가 이끌어주면 사람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이후 크레비스파트너스에서 작은 공간을 빌려 프렌트립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기자

일반 여행사나 소셜커머스에서도 유사한 서비스가 있다. 프렌트립은 이들과 어떻게 다른가.

프렌트립은 ‘삶의 질 개선’이라는 명확한 미션을 두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봤다. 일과 후 시간이나 주말이 풍족해질수록 행복도 커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평소 경험하기 어려운 활동의 진입장벽을 낮춰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일반 영리기업과 설립 배경에서 차이가 나는 만큼 제공되는 서비스 성격도 다르다. 야외활동으로 제한을 두지 않고 강습, 체험학습 등 폭넓은 분야를 다루고 있다. 액티비티를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공유하기도 한다. 최근 시행한 ‘거북이 한강 레이스’가 대표적이다. 올해로 3년째를 맞는 이 행사에서는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한강을 달린다. 봉사활동도 프렌트립의 인기 서비스 중 하나다. 유기견 보호 활동, 아동보호 센터 봉사 등 참여율이 높다.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봉사활동에 뜻은 있었지만 방법을 몰라 실천하지 못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다른 소셜벤처와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마리몬드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과 역사를 기억하고자 ‘평화나비 :런(RUN)’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여행사 트래블러스맵과는 현지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민박에 묶고 지역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서비스를 기획하기도 했다.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며 성공적으로 본궤도에 진입했는데,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본궤도에 진입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갈 길이 멀다. 당장 흑자를 올리기보다 투자를 기반으로 사업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현재 13명인 직원 수도 2배가량 늘리려 한다. ‘소셜벤처는 취약계층에 특화된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반면 프렌트립은 보편적으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프렌트립의 경쟁력은 능력 있는 호스트에 따라 결정된다. 액티비티를 제안하고 이끄는 호스트들을 보면 ‘재능 있는 사람이 참 많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사람들이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다. 최근 강연이나 교육을 진행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도 마련했다.

외국인 대상 서비스도 기획 중이다. 올해 초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하는 ‘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됐다. 이를 기반으로 국내를 방문하는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 론칭이 가능해졌다.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싱가포르, 홍콩 등 해외시장 진출도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