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에 과연 새로운 게 있을까요. 아주 조금, 아주 살짝 생각을 달리 하면 그것이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요. 작은 틈새와 수요를 공략하는 게 이 시대에 맞는 기술 아닐까요.”

최근 유통업계 관계자를 만나 함께 나누었던 말이다.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자칫 유통 대기업의 약점일 수도 있는 것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이 시대에 알맞은 모델로 만든 이마트를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기에 이런 말을 했다. 이마트의 정책은 기자에게 ‘세련됐다’는 느낌을 줬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계는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오죽했으면 문재인 정부가 소상공인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기업 계열 신규 출점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겠는가. 그렇지만 유통업계도 할 말은 있다. 지속되는 저성장 탓에 매출이 뚝뚝 떨어지고 있으니 ‘힘들다’는 푸념이 곳곳에서 나온다. 유통 대기업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해 불황 타개책을 찾으려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데 뾰족한 대안은 아직 없어 보인다.

그렇기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추구하는 상생 전략은 눈여겨볼 만하다. 왜 ‘신의 한 수’라는 평을 듣는지 다른 유통업계도 곱씹어볼 필요는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이마트의 상생 내용은 이렇다. 재래시장에 노브랜드 마트를 입점시키고 청년상인들에게도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청년상인들이 전통시장의 활성화와 청년 창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난 6월 27일 경상북도 구미 선산봉황시장에 문을 연 ‘노브랜드 청년 상생 스토어’는 좋은 사례이다. 이마트는 24년간 공실로 방치된 전통시장 2층 공간을 활용해 청년상인들의 공간인 청년몰과 노브랜드 매장을 함께 오픈했다. 여기에 어린이놀이터, 고객쉼터시설 등을 설치해 전통시장의 새 바람을 불어넣었다. 이마트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 없이 새로운 지역에 출점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상생’ 전략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이마트는 골목상권을 침해하기보다는 골목상권을 키워 상생을 달성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점에서 새롭다. 게다가 시장의 주력 상품인 신선식품은 판매하지 않는다. 대신 가공식품과 생활용품만 취급함으로써 시장 상인들의 삶의 기반을 보장해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년몰의 임대료를 올해 말까지는 무료로 하고 내년부터 2만5000~4만5000원을 내도록 했다. 노브랜드 매장 오픈으로 임대료가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5년간 월세 동결 조건도 내걸었다. 이러니 골목상권 침해 시비가 일어날 리가 없다. 소상공인, 특히 청년 상인들이 반길 수밖에 없다. 지역에 출점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시비를 일으키는 다른 유통 대기업들은 왜 이런 전략을 세우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물론 가야 할 길은 멀다. 재래시장인 만큼 주차시설이 부족하고 5일장이 열리는 날에야 사람들이 붐비는 등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그렇더라도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릴 수 있는 이마트의 지방 출점 전략은 작은 발상의 전환이 낳은 큰 성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작은 발상의 전환이 이마트에만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 이런 신(新) 기술이라면 유통업계 전체가 본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언제까지 재래시장 상인을 울리고 골목상권을 죽인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덩치만 키울 것인가? 상생은 멀리 있지 않다. 발상의 전환에 있음을 이마트는 보여줬다. 다른 유통 대기업의 동참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