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뱅크의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는 손회장의 미래 비전의 작은 일부이다.           출처=소프트뱅크

"골드 러시는 이제 시작입니다."

지난 21일 도쿄에서 열린 소프트 뱅크 연례 주주총회에서 연단에 선 소프트뱅크 그룹 창업자이자 CEO인 손정의 회장은 기술 산업의 실력자다운 면모 그 자체였다고 니케이 신문은 전했다.  

“우리 소프트뱅크를 모바일 전화기 회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건 완전히 틀린 얘기입니다. 우리는 정보 혁명 회사입니다. 전화기는 그저 기기에 불과하지요. 이제 우리는 이 세상의 모든 인프라가 정보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손 회장은 앞으로 떠오르는 사업 부문으로, 인공 지능, 로봇, 사물 인터넷 등 30개를 언급하면서, 소프트뱅크는 이 모든 분야에서 프런티어가 될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손 회장은 크게 생각하는 것(think big)을 좋아한다. 2010년에 손 회장은 벌써 다음 30년에 대한 전략을 발표했다. 다음 30년 동안 그는 5000개의 회사와 제휴를 맺고, 소프트뱅크의 회사 가치를 200조엔(2050조원)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그의 야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300년 후에는 사람들이 수명이 200세까지 늘어나고 텔레파시로 서로 소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서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함께 조성한 1000억 달러에 달하는 소프트뱅크비전 펀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거대한 펀드를 이용해 뜻을 같이하고 비전에 공감하는 혁신 기업가 그룹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기본적인 생각은 이런 기업가들과 독립적이면서도 협력적인 느슨한 기업 집단을 만드는 것이다. 여러 회사들이 단일 브랜드나 단일 사업 철학으로 한 데 뭉치면서도 유연성과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 같은 전문 기업들도 성장 둔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는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 비전 펀드의 조성이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투자자들은 그런 거액의 돈이 어디에 쓰일 것인지 알고 싶어했다. 이에 대해서는 손회장의 최근 투자 행보를 보면 어느 정도 그 답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사전에 어중간한 것은 없다.”

손 회장의 전 비서였던 카마야 다카유키는 손 회장은 항상 특정 산업에서 가장 큰 플레이어를 찾는다고 말한다. 이제 막 시작해 수익을 내려면 10년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업계의 신참 스타트업에 소액을 투자하는 것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표적으로 삼는 회사는 그 분야의 글로벌 주도권을 갖고 있는 회사입니다. 소프트뱅크가 지난 해에 320억 달러에 인수한 영국의 반도체 회사 ARM이 그 좋은 예지요.”

그가 어느 회사를 인수하려고 마음 먹으면 그는 한 번에 두 발을 다 담근다. 20% 내지 40%의 지분을 인수해 단박에 최대 주주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다. 이런 관행에 관한 한 그는 탁월한 실적을 자랑한다. 투자 성과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손 회장 회사의 내부 수익률(internal rate of return)은 40%를 넘는다. 이는 웬만한 투자 펀드보다 10% 내지 20% 더 높은 것이다.

소프트뱅크가 지분 전체를 인수한 ARM의 기술은 전세계 스마트폰의 90%에 사용된다. 손 회장은 이 회사를 ‘평정자’(platformer)라고 부른다. 애플,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처럼 산업의 표준을 만들고 그 산업을 지배하는 플레이어라는 뜻이다. 손 회장은 ARM의 기술이 사물 인터넷의 기본 구조를 이룰 것이라고 확신한다. 세상의 모든 사물을 인터넷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손회장은 지난 2015년 5월에 구글 임원 출신으로 소프트뱅크의 인터넷 투자 사업부를 이끌던 니케시 아로라를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아로라는 1년 뒤인 지난 해 6월 주주총회를 불과 1주일 앞두고 전격 퇴진했다.

“60세가 되면 아로라에게 물려 줄 생각이었지만 좀 더 일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해 여러 소문들을 얘기했지만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혹시 손 회장은 자신의 후계자로 인공 지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