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애플이 스마트폰 아이폰을 출시한지 만 10년이 된다. '내 손안의 컴퓨터' 아이폰은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은 아니었지만 경쟁을 뛰어넘고 지난 10년간  산업과 생활 방식을 뒤흔드는 혁명을 일으켰다.  모바일 혁명으로 변하지 않은 삶이 없고 변하지 않은 산업이 없었다. 아이폰 덕분에 애플은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라는 입지를 굳혔다.  애플은 앞으로 어떤 모바일 혁명을 일으킬지가 이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미국의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앞둔 지난 25일(현지시각)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애플의 아이폰을 지목했다.  아이폰은 누적 판매대수 13억대를 자랑하며 순항하고 있다. 덕분에  애플제국은 글로벌 시가총액 1위 기업에 등극해 모바일 생태계를 좌우하고 있다.

WSJ가 ‘많이 팔렸다’는 이유로 아이폰을 인류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꼽은 것은 결코 아니다.  아이폰의 역사는 곧 모바일 혁명의 역사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결코 안 된다.  

애플은 스티브 잡스 초기 시절 PC를 중심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이후 태블릿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태블릿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을 간파한 스티브 잡스는 이내 스마트폰 개발에 매진했다.  노키아가 자체 운영체제인 심비안을 통해 첫 스마트폰을 출시한 상태였지만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스티브 잡스. 출처=픽사베이

스티브 잡스는 아이팟에서 시작된 간편한 사용자 경험에 집중했다. 하드웨어 디바이스에 소프트웨어 사용자 경험을 탑재하는 방식으로 일종의 생태계를 조성하는 로드맵을 짰다는 뜻이다. 실용적인 기술력에만 집중하던 경쟁자와는 달리 디자인과 브랜딩에 신경을 썼으며, 그렇게 아이폰이 탄생했다.

 처음부터 애플이 아이폰으로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다. 2002년 아이팟의 성공에 고무된 스티브 잡스는 2005년 휴대전화의 강자인 모토로라와 손을 잡고 '락커'를 출시했으나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결국 통신사 AT&T와 협력해 2007년 첫 아이폰을 출시했다.

초기 599달러라는 높은가격이 책정됐지만 아이폰은 불티나게 팔렸다. 2008년 아이폰3G와 2009년 아이폰3Gs도 성공작이었다.  2010년 등장한 아이폰4는 모바일 혁명의 ‘특이점’이라 불리는 전설의 스마트폰이 됐다. 아이폰3Gs까지는 하드웨어 스펙이 경쟁자보다 낮다는 비판을 받았으나 아이폰4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킨 최초의 애플 스마트폰으로 역사에 남았다.

아이폰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애플의 하드웨어 브랜딩 전략과 iOS 생태계가 꼽힌다. 폐쇄적인 생태계 연결구조로 비판받고 있으나 애플제국의 핵심이자 대중들에게 진정한 모바일 환경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화와 메시지의 발전으로 정의되는 2G 시대를 넘어 인터넷이 더해지는 3G시대가 바로 아이폰4를 기점으로 시작됐다.

▲ 아이폰4. 출처=픽사베이

이제 사람들은 다양한 정보를 거의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됐다. 구글과 네이버같은 포털 사이트들이 속속 모바일 시대로 진입하며 생태계 자체의 크기를 넓혔고 다양한 O2O 사업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아이폰에서 시작된 모바일 혁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었다. 'WWW 시대'의 인터넷 패러다임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다소 명확했지만, 모바일은 스마트폰이라는 디바이스를 ‘이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의 발전을 보장했다는 뜻이다. 집에 앉아 전원을 켜고 웹 서핑을 하는 시대와 달리 ‘내 손 안의 PC'를 가지고 다니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을 동시에 누리는 것은 그 자체로 혁명이다.

덕분에 우리는 오프라인에 살며 온라인으로 오프라인의 실제 삶을 지원하는 수준까지 왔다. 영화를 보고 싶으면 모바일로 결제하고 온디맨드 차량 서비스를 호출한다. 지식접근의 진입장벽은 크게 낮아졌으며 OTT 사업자들은 실시간 콘텐츠를 서비스하기에 이르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완벽한 융합이다.

그렇다면 애플과 아이폰은 어떤 길을 걸을까. 지금 세계가 '완전한 초연결 시대'로 나아가고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애플이 연 모바일 혁명의 연장선에서 사람과 기기, 혹은 기기와 기기의 연결이 당연해지는 시대로 들어서고 있는 것이다. iOS와 같은 운영체제는 모바일에서 초연결 시대로 흘러가는 중간단계의 ‘두뇌’로 역할이 변하고 있으며 하드웨어 수직계열화는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력이 모바일 생태계를 발판으로 나름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이 같은 흐름에 따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분야를 육성하고 다가올 AI 스마트폰 시대에도 열심히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애플이 내놓을 ‘아이폰’은 말 그대로 ‘폰’이 아닌 모바일 AI 기기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