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루이지애나주 사빈 패스 LNG 수출터미널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대우조선해양의 국적선 ‘SM 이글’호가 국내로 들여올 LNG 물량을 선적하고 있다.<출처=한국가스공사>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루트가 중동에서 미국으로 확대됐다.

26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앞으로 20년간 한국은 미국산 셰일가스를 연 280만톤씩 수입한다. 오는 7월 첫 선적분이 한국가스공사 통영인수기지에 도착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25일 미국 루이지애나주 사빈 패스 액화천연가스(LNG)수출터미널에서 셰일가스 한국 인도 기념식이 열렸다.

이에 앞서 GS칼텍스는 지난해 11월 국내 정유사로서는 처음으로 미국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를 수입했다. 국가적으로는 미국으로부터 원유 원조를 받은 이후 41년 만에 미국산 원유의 국내 반입이었다. 이는 미국의 원유 수출 금수조치가 해제된데 따른 것이다. 미국은 2012년 셰일가스 비축을 공식화하고 단계적으로 원유 수출을 시작했다.

미국으로부터 원유 및 셰일가스 수입은 100%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가 중동 중심의 교역에서 탈피, 에너지자원 수급조절을 기할 수 있는데다 미국과 불균형 무역수지를 조절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궁지에 몰린 국내 조선·해운업계에도 희소식이다. 천연가스와 같은 성분으로 구성된 셰일가스 수입을 위해 운반 선박 수요가 발생한다.

미국으로부터 셰일가스 수송은 국내에서 신규 건조한 LNG(액화천연가스)선 6척이 투입될 예정이다.

가스공사는 지난 2015년 국내 2개 조선사에 신규선박 6척을 발주했고, 인도받는 선박 운영은 국내 3개 해운사가 맡게된다.

미국산 셰일가스 수입은 그동안 고자세였던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수출정책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예컨대 그동안 중동산 LNG의 경우 일단 수입해 온 후 물량이 남아도 다른 나라에 수출이 금지됐다. 계약 조건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미국산 셰일가스의 경우 연간 280톤씩 20년간 수입 약속만 지킬 경우, 여유분이 생기면 언제든 다른나라에 되팔 수 있다.

수입에 따른 기타 조건이 중동산에 비해 까다롭지 않다는 얘기다.

한편 중동 산유국들은 미국의 공격적인 에너지 수출정책으로 인해 자원에만 의존해온 산업구조를 개편하지 않을 경우 국가 부도 상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셰일가스 출현이후 배럴당 120달러를 웃돌던 원유가는 20달러대까지 떨어진 후 현재 40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셰일가스 후폭풍인 셈이다.

석유수출기구(OPEC)를 창설한 대표적 산유국인 남미의 베네수엘라는 국가부도 상태이다. 그동안 원유 가격 카르텔의 산실이던 OPEC도 계속되는 유가하락에 분열양상을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새롭게 판을 짜고 있는 세계 에너지 주도권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에너지관련 한국의 스탠스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GS칼텍스가 이번에 셰일오일을 수입했고, 이보다 앞서 롯데케미칼이 지난 6월 미국 루이지애나에 셰일가스에서 나오는 에탄올을 분해하는 ECC 합작공장을 기공했다. 에너지 재편 과정에서 한국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대(對) 한국 무역적자를 계속해서 문제 삼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셰일가스 도입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우리 정부는 지난 1월 26일 발표한 ‘2017년 대외 경제정책 방향’에서 미국 셰일가스 등 원자재 교역을 확대해 대미 경상흑자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이승훈 가스공사 사장은 국내 에너지 공기업 중에서 유일하게 이번 방미 경제인단에 포함됐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이번 미국 방문에서 셰일가스 추가 도입을 포함해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