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통신비 인하를 두고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통신업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기본료 폐지 공약은 전면 후퇴해 사실상 사라졌으며 그 자리를 공공 와이파이 확충, 취약계층 요금감면, 보편 요금제 도입, 약정할인 25% 인상 등이 자리했다.

 

상황이 이 정도로 정리되었으면 이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세부적인 사항을 조율하는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이 마저도 요원하다. 국정위는 국정위대로 심기가 불편하고 통신업계는 그들 나름의 논리를 들어 재차 반격에 나설 분위기다. 시민사회단체는 양쪽 모두에게 불만이다.

사실 모두의 소망을 담아내어 가계통신비 인하를 확실하게 끌어내는 묘수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논리에 따라 기업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당연하며 정부는 공공재적 측면에서 가계통신비를 손 보는 것도 용인될 수 있다. 시민사회단체의 반발도 당연히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그런 이유로 지금의 ‘소란’을 꼭 나쁘다고만 볼 수 없다.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이라고 생각하면서 인내심을 발휘할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소통이다. 사실 국정위와 통신업계,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는 가계통신비 인하 논의를 거치며 확실한 의견교환을 하지 않은 분위기다. 물밑에서 서로에게 유리한 방안을 제시하고 이를 부분적으로 국정위가 수용하는 등의 ‘작전’은 있지만 큰 그림을 그리는데 필요한 소통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기본료 폐지 정국, 약정할인 25% 인상 등을 두고 벌어진 일련의 과정을 보면 눈치챌 수 있다. 언론을 통해 국정위의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이 꽤 구체적으로 흘러나옴에도 불구하고 통신업계는 ‘일단 상황을 본다’는 눈치였다. “뭔가 교감이 없었나”라고 물으니 “나오는 것 보고 정해야죠”라고 말하는 통신업계 관계자의 말에는 쓸데없는 비장감만 감돌았다. 그리고 예상이 현실이 되면 그 즉시 반격의 포문을 열어 자신들의 주장을 나열하기 일쑤다. 짜여진 각본이 아니라면 애초에 이 논쟁은 ‘진흙탕 싸움’만 전제로 하는 것 같다.

서로 내통하고 짬짜미를 하라는 뜻이 아니다. 최소한 국정위를 통해 정책이 나오기 전 핵심적 사항들을 두고 최소한의 소통은 있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이슈를 이렇게 다루기는 어렵지만 말 그대로 핵심적인 요인들에 대해서는 불필요한 소모전을 줄이기 위해 사전조율을 할 수 있지 않은가. 국정위는 정책을 던져 국민의 지지를 통해 관철시키려 무리수를 두고, 통신업계가 크게 반발하며 칼을 빼드는 장면이 반복되면 지켜보는 사람은 지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막상 중요한 논쟁은 손가락 사이로 빠져간다.

제발 대화를 하시라. 정부 혼자서 정책을 수립해 발표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법적인 문제는 없어도 그 자체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 통신업계도 ‘우리가 피해를 보는 것은 1%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벗어나 유연해져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도 각자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고 현실성있는 이야기를 하자. 왜 시끄러운 소모전을 즐기듯이 서로 치킨게임만 벌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