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오는 28일(현지시간) 미국 ICT 기업인 구글을 대상으로 10억유로(약 1조27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매긴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구글에 대한 벌금부과는 다양한 루트를 통해 기정사실로 굳어진 바 있으나, 벌금을 통보하는 시기까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벌금부과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주도하며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에게 ‘저승사자’로 불리는 반독점 규제당국이 총대를 맸다. 총 3건의 반독점 위반 사례 중 구글이 자체 쇼핑 사이트를 출시하며 경쟁사 홈페이지 노출을 의도적으로 줄였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는 설명이다.

▲ 출처=구글

이에 앞서  구글은 2015년 유럽연합에게 가격비교 쇼핑 및 검색 광고에서 경쟁사를 배제했다는 혐의를 받아 피소된 바 있다. 아마존과 이베이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하던 의혹이며 구글이 자사 쇼핑 서비스에 유리한 방향으로 검색어 결과를 임의로 변경했다는 것이 골자다.

일단 구글은 “우리는 유럽과 건설적인 관계를 맺고 있으며, 우리의 정책이 모든 경쟁업체에도 이로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지난 6월에는 미국에서 비슷한 지적을 받았으나 법적인 문제가 없었다는 역공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유럽연합의 칼날을 피해가기 어렵게 됐다.

유럽연합의 구글에 대한 벌금부과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대한 반감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소위 잊혀질 권리를 둘러싼 논란부터 조세회피 논란, 반독점 이슈 등 구글을 둘러싼 유럽연합의 지적이 ‘실리콘밸리 기업의 유럽공략’에 대한 경계심에서 비롯됐다는 논리다.

최근 집행위원회가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대상으로 내부 서비스 규정을 바꾸라는 지적에 나선 배경도 여기에 있다는 말이 나온다. 집행위원회와 유럽 소비자보호기관은 지난 12월 페이스북, 알파벳(구글의 모회사), 트위터에 서신을 보내 이들이 유럽 소비자 보호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각 사 웹사이트에서 가짜 뉴스와 부적절한 정보를 제거하는데 지금보다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유럽 이용자에 맞춰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 규칙을 바꾸라는 뜻이다.

가짜뉴스를 매개로 실리콘밸리 기업을 압박하는 분위기로 비춰진다.

변수는 미국의 반발이다. 유럽연합의 소위 구글 쪼개기 법안이 지난 2015년 유럽의회를 통과하자 당시 미국 상하원 의원들은 합동 서한을 보내 공식적인 항의를 한 바 있다.

지난해 2월에는 잭 루 당시 미국 재무장관도 나섰다. 그는 유럽연합의 다국적 기업 탈세 혐의 조사가 지나치게 미국기업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며 "(유럽연합의 움직임은) 국제 세무 정책을 불안하게 뒤흔드는 선례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는 많은 나라가 발전시키고 보존하려 애써온 상호 협력과 존중의 (관행)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유럽연합도 이를 의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아일랜드 정부를 대상으로 애플에게 조세회피 혐의로 130억달러의 세금을 추징하라고명령한 베스게타르 집행위원은 “미국에 대한 특별한 편견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안드로이드 반독점을 비롯해 세금포탈 의혹 등 다양한 전선에서 유럽이 구글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유럽과 실리콘밸리의 시장 주도권 전쟁이 가시화됐다고 본다.

한편 국내에서도 구글에 대한 정책적 견제 필요성이 부상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언론을 통해 구글은 물론 페이스북 등의 독과점 현안을 지켜보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직접개입을 시사하는 발언까지 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아 데이터 독점에도 공정위의 잣대를 적용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데이터 독점은 곧 플랫폼 사업의 근간이다. 구글과 같은 초연결 ICT 업계 입장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