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은 우리나라 역사와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장모는 처가를 방문한 사위에게 귀한 손님을 대접한다는 의미로 씨암탉을 잡아서 내준다. 여름철 보양식으로는 삼계탕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서민들은 치킨+맥주 조합으로 하루의 피로를 날리곤 한다. 아직은 깜깜한 새벽, 꼬꼬댁 아침을 알리는 소리 보다 식탁 위 요리로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닭’이다.

그런데 최근 닭의 수난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 AI(조류인플루엔자)가 2003년 처음 발생한 이후, 셀 수 없는 닭이 살처분됐다. AI는 그동안 1~2년 주기로 모두 14번 발생했는데, 이 때마다 수천 마리의 닭이 희생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AI로 인해 살처분 된 닭, 오리 등 가금류가3800만 마리로, 2014년부터 최근 3년 동안은 6000만 마리가 죽었다. 안타까운 점은 방역 당국이 바이러스 발생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없어 보인다. 발생지역 내 방역과 가금류의 살처분, 인근 지역에 대한 예방적 살처분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살처분을 하면 보상금을 받을 수 있어 일부 업체에서는 위생에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적어도 살처분 시 보상에 대한 엄격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해 보인다는 게 업계 조언이다.

닭이 낳는 계란도 식탁 위에서 보기가 힘들어졌다. 계란 1판(30알)에 1만원까지 오르니, 없어서 못 사지만 있어도 (비싸서) 안 먹는다는 게 소비자들의 생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태국산 계란 수입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지난 22일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다던 계란이 감감무소식이라 정부 역시 많이 당황했었을 터. 다행히 태국산 계란 초도 물량 100만 개가 빠르면 이번 주나 다음달 초에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올 것이라는 소식이다. 애초 예상했던 주당 수입물량 200만 개의 절반 수준인데다 들어오는 시기도 일주일 가까이 늦어졌다.

태국산 계란의 경우 우리나가 계란 가격과 비교해 3분의1 수준인데다 색깔도 갈색이라 이질감이 덜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이야기지만, 아직 수입되기 전 핑크빛 전망이라 예단하기 어렵다. 또 첫 수입물량도 100만 개에 불과해 당장 가격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태국산 계란을 수입한다고 장기적인 가격 안정을 가져올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국내 계란생산 농가의 붕괴와 유통, 소비시스템의 혼란만 야기한 미숙한 정부의 대책”이라는 비판도 있다. 지난 1월 미국산 계란 수입에도 불구하고 AI가 재발하면서, 다시 가격 널뛰기가 일어나지 않았느냐 라는 게 관계자의 지적이다.

뭐든 처음은 쉽지 않다. 처음 태국산 계란을 들여오는 것이라 잡음이 있을 순 있다. 그런데 정부의 미흡한 대응과 막연한 핑크빛 전망은, 아침을 맞이하기에는 아직 꼬꼬댁 울음소리가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 닭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