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을 놓고 국내 IT 업계에 말이 많다.  SK브로드밴드와의 분쟁으로   본사 직원이 방송통신위원회와 논의를 한다는 말이 나돌고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설도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언론을 통해 빅데이터를 보유한 글로벌 ICT 기업에 대한 제재를 준비하고 있다는 발언까지 등장했다. 최근 벌어지는 페이스북 발(發) 이슈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 출처=페이스북

차근차근 살펴봅시다

문제의 근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는 그동안 진실게임을 벌여왔다. 지난해 12월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이 국내에 캐시서버를 설치하는 협상을 진행하다  트래픽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대화가 중단됐다.   협상결렬을 이유로 페이스북이 SK브로드밴드 이용자 접속을 불완전하게 막았다는 의혹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페이스북이 자사의 인터넷 전송 경로(라우터/Routing)를 바꿔버렸다는 것이었다.

이 논란은 페이스북 국내 서비스에 대한 구조적인 측면부터 살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페이스북은 KT로부터 주요 접속 콘텐츠를 임시 저장하는 캐시서버를 임대해서 사용하고 있다. 캐시서버는 한번 읽은 데이터를 나름의 장치에 보관한 후 동일한 데이터를 읽어야 할 경우 자동으로 적용한다 . 캐시서버는 캐시라는 기술을 가능하게 만드는 인프라며 캐시서버가 존재할 경우 레이턴시(latency 반응속도 지연)  단축 등의 효과가 있다.  페이스북은 KT에 캐시서버 임대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다른 통신사 가입자들이 페이스북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어떻게 할까?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KT망에서 작동하는 페이스북 캐시서버를 활용한다. 이게 논란이 시작점이다.   특정 국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한 개 통신사와 캐시서버 계약을 한 후  다른 통신사들이 들어오게 만들어 사실상 공짜로 망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과 통신3사는 그럭저럭’ 협의를 맺고 상황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문제는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의 갈등의 원인 즉  서비스 증가에 따른 캐시서버 추가 설치였다.   SK브로드밴드를 통해 페이스북 서비스에 접속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SK브로드밴드에도 캐시서버를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고개를 들었다.

양쪽의 이견이 갈린다. 페이스북은 캐시서버 설치를 자기네가 먼저 제안했고  설치비용도 일부 책임지겠다고 했으나  SK브로드밴드가 추후 운용비용을 모두 떠 넘긴 탓에 이를 둘러싼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SK브로드밴드는 협상과정에서 페이스북이 무리한 캐시서버 설치를 요구, 협상이 결렬된 후 이용자 접속을 불안하게 만들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진실여부는 차치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페이스북이 국내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일부 언론이 페이스북이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페이스북 관계자는 “별도의 데이터센터 개발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렇다면 페이스북 데이터센터 설립 보도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 관계자는 “구글과 페이스북이 추진하는 태평양 인터넷 케이블 프로젝트를 데이터센터 구축으로 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부동산 업체 퍼시픽 라이트 데이터 커뮤니케이션이 60%의 지분을 가지는 이번 프로젝트는 5700억원을 투입해 폭 17㎜, 길이 7954 마일의 해저 케이블을 설치하는 대역사다. 다만 한국보다 중국사업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가 접속료를 두고 분쟁을 치르는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구축이라는 결론까지 나왔으나  현 상황에서는 이는 사실무근이라는 것이 페이스북의 입장이다. 물론 페이스북이 활발하게 서비스되는 국내에 데이터센터가 설치될 가능성이 100%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아니다’에 무게가 실린다.

이와 관련된 이슈로 페이스북 고위 임원이 방통위와 논의하는 것은 사실로 확인됐다.

▲ 출처=페이스북

세 개의 키워드..캐시서버 흑역사, 망 중립성, 독과점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의 분쟁에서 시작된 이번 이슈는 세개의 키워드로 해석해야 한다.

먼저 캐시서버 흑역사 즉 일종의 형평성 문제다. 국내 통신사들은 비슷한 상황에서 구글 유튜브에 캐시서버를 열어 특혜를 베푼 전례가 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는 구글 유투브 캐시 서버를 자사 인터넷 데이터 센터에 설치해주고 트래픽 비용을 별도로 받지 않다. KT는 아예 자체비용으로 구글 캐시서버를 자사 인터넷 데이터 센터에 설치했다. 유튜브라는 ‘핫 한 서비스’를 더욱 원만하게 서비스해 자사 네트워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페이스북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캐시서버 비용을 충당하겠다고 하는데도 이를 용인하지 않은 SK브로드밴드에 ‘할 말’이 있다. 자연스럽게 국내 사업자 역차별 문제로 이어진다. 현재 네이버와 카카오, 아프리카TV 등은 모두 망 이용료를 납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는 공짜로 모시지만, 국내 기업에게는 꼬박꼬박 돈을 받아간다는 뜻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5월24일 파트너스퀘어 부산 간담회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며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입장정리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망 사용료에 대한 확실한 개념을 수립하고, 이를 확실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뜻이다.

▲ 한성숙 대표. 출처=네이버

망 중립성에 대한 함의도 있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의 신경전은 망 중립성 논쟁과 관련이 있지만 접속료, 즉 ‘돈을 누가 내느냐’의 이슈이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면 망 중립성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긴 호흡으로 보면 통신사와 콘텐츠 사업자의 분쟁이 망 중립성 이슈로 확대되지만  망 중립성이 네트워크 사업자인 통신사가 콘텐츠 사업에 개입하는 개념이라면 이번 논란은 접속에 대한 이견이다.

독과점 이슈도 포인트다. 페이스북이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SNS 시장까지 거칠게 파고들며 정보의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이를 서비스하기 위한 통신사의 노력이 덧대어지는 순간 독과점 논란은 피할 수 없다.

ICT 업계의 문제로 볼 수 있지만 정치적 접근도 가능하다는 말이 나온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구글과 페이스북 등 글로벌 ICT 기업의 빅데이터 독점을 문제삼는 것도 이러한 논란의 연장선에 있다는 후문이다.